아들의 비문(碑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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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비문(碑文)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2.01.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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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39〉
정문희 <아버지 산소>.

남장리 정문희 이장님이 이번에는 부친의 산소를 그리셨다. 부친의 산소에서 보면 거북이 바위가 보인다고 한다. 얘기만 들어도 명당인 것 같다. 거북이는 옛사람들이 좋아하였다.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 보호하고 집안에 거북 문양이 있으면 그 안에 사는 사람도 거북이처럼 장수하게 된다고 믿었다. 담장에 거북 문양을 새기는 것은 그런 이유였다. 마을 가운데나 산에 거북 모양의 바위가 있으면 그곳을 사람들은 길지(吉地)라 하였다. 

‘묫자리가 좋으면 후손이 잘 된다지요?’ 내가 말했다. ‘우선은 내가 맘이 편안해’ 이장님이 대답하셨다. 이장님 부친께서는 생전에 우마차를 끄셨다고 하신다. 우마차는 우리나라 근대기의 중요한 운송수단이었다. 항아리, 볏단, 쌀가마, 나뭇단 같은 것을 실어 나르던 우마차를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다. 산더미 같은 짐을 싣고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힘겹게 걸어가던 소. 

이랴! 이랴! 
                            
밀려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처럼 
가깝고도 먼 길을 돌고 돌아 내현리 산마루에 
우마차는 멈추었네 

흰구름 먹구름 머무는 곳에 
벚꽃 진달래 어버이 꽃피고 
삶의 선구자이자 밝은 등불 같아 
온 세상 환하게 비추어 주신다면 그 빛 따라 
우리는 찾아가리라 꼭 찾아가리라  
와!  와!  

정문희 이장님이 쓴 시를 부친의 산소 비석에 새겼다고 하신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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