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적인 농업과 삶이 어우러진 홍동 그곳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여성농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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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인 농업과 삶이 어우러진 홍동 그곳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여성농업인’
  • 최효진 기자
  • 승인 2023.02.1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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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홍성여성농업종합지원센터장

사람들이 더불어 모이고, 쉬고, 나누고, 재미있는 일들을
도모하며 우리 안에 빛나는 것들을 함께 밝히면 좋겠습니다

 

정영희 ‘홍성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이하 여농센터) 센터장은 강단 있는 일꾼이다. 홍동의 오래된 일꾼인 정영희 센터장을 만나봤다.
 

■ 여성농업인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했던 것은 ‘육아’
홍성 여농센터는 2001년 4월에 농림부의 사업으로 문을 열었다. 전국에 40여 개가 만들어졌다. 당시 홍성에서도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여농센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00명의 여성 농민들의 설문을 통해 여농센터를 시작했다. 가능하면 더 많은 여성농민들이 생각을 담고자 하는 열망에서였다. 또한 센터장이 바뀔 때마다 센터는 또 다른 분위기와 색깔의 옷을 입게 됐다. 더 많은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단단한 틀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 틀안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서로 지지하며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여성농업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교육, 문화, 복지, 농외소득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여성 자신들에 관한 것 못지않게 중요했던 것은 농촌에서 아이 키우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농센터 설립 시작부터 방과후교실을 열었는데 당시 초등학교, 중학교, 주말 돌봄 등을 합해서 거의 100여 명이 이용했다. 그 당시 홍동초등학교 아이들 숫자가 130여 명 정도였으니, 많은 아이들이 방과 후에 사각지대에 놓여 돌봄이 절실했음을 방증했다. 

“현재는 학교 방과후 돌봄이 강화돼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봄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15명 정원의 여농센터 ‘방과 후 돌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속되는 이유는 학교방과후 돌봄이 다 할 수 없는 영역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고, 지역에서 요구하고 여농센터가 지향하는 여농센터의 방과후 돌봄교실의 몇 가지 원칙 때문일 것이다.

여농센터 ‘방과 후 돌봄’에서는 아이들에게 가능하면 건강한 먹거리인 유기농이나 지역의 제철 농산물로 만들어진 간식을 제공하거나 유기농 제품을 이용해 직접 만들어준다. 프로그램을 짜서 아이들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가 자유롭게 놀이를 주도하고 교사는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실내라는 공간을 벗어나 실외나 자연에 나가 노는 것을 주기적으로 한다.
또한 공감 활동 등 정서적인 측면의 돌봄을 중요하게 여기고 지원한다. 어떤 날 아이들은 강당 커튼을 닫아 깜깜하게 해 놓고 연극놀이를 하면서 논다. 어떤 날은 하루종일 만화를 그린다. 어떤 학기에는 내내 만화그리기 열풍이 그치질 않아 학기 말에는 아이들이 각자 연습장 한 권의 만화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요즘 여농센터는 이런 방과후교실을 확장하고 싶어한다. 취약계층 아이들은 물론 더 많은 아이들에게 자유롭고 자발적인 놀이를 통한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홍동지역아동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감소로 이곳저곳에서 지역소멸론이 들려오고 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홍동지역도 아이들이 4년 전에 비해 100여 명이 감소했다. 아이들을 더욱 안전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이 절실하다. 다만 이 일에는 지역은 물론 지자체의 노력이 절실하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맘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면 아이들이 떠나지 않고 남아있을 것이고, 이 토대 속에서 마을은 계속해서 이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정 센터장은 말한다.
 

■ 다양한 동아리 운영
여농센터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 농업인들이 직접 모여 문제를 의식하고, 함께 이야기하다가, 동아리를 만들어 공부하는 모임도 있다. 예를 들어 ‘행복한 성 이야기모임’이라는 동아리가 있는데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동아리를 만들게 됐다.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어른들의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성평등, 장애, 소수자, 학생인권 등 다양한 분야로 공부를 확장하게 됐다. 
그렇게 아이들의 교육은 어른들의 공부로 이어졌다. 같이 공부하던 어른들이 강사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공부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가서 젠더교육 강사로 활동하기도 해요. 성장을 한 거지요.”
또 하나 예를 들어보자면 ‘비폭력 대화’ 프로그램이 있다. 
“비폭력 대화는 솔직하게 말하고, 공감으로 들으면서 나 자신과 그리고 상대와 연결할 수 있는 삶의 자세를 배우는 것 이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자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한테 중요한게 무엇인지 모르면 우리는 외롭고 힘겨운 삶을 살게 되기 쉽겠죠.” 
이것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배워나가야 할 중요한 요소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13년째 꾸준히 초급, 중급, 고급 등으로 나누어 공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갈등조정반을 회원들이 원할 때 강의를 마련하고, 강의를 들은 회원들은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 번씩 모여 연습을 하면서 지금은 ‘비폭력 대화’의 공부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살고 있어요. 물론 머리로 공부한 것이 전부가 아니어서 아직 삶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갈등이 생겼을 때 그것을 마음속에 오래 싸매고 있기보다 어떻게 하면 서로 평화로울 수 있을지 좀 더 빨리 방향을 잡을 수가 있게 된 거죠.”

비폭력 대화를 공부한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자신의 삶이 편안해지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 편안함은 자연스럽게 가족, 마을로 이어져 평화로운 공동체를 이루는데 기여 할 것이다. 여농센터에서는 비폭력대화를 공부한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가 홀로 있는 어르신이나 공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감산책, 말을 들어드립니다’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 농업인의 자립 그리고 홍성여성농업인센터
농촌에서 농사지으며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사는 것은 매우 힘들다. 더구나 지금은 기후위기를 비롯해 이전에는 경험하는 못하는 전 지구적인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예측가능성이 어려워진 시대의 농업은, 농민들에게 지금보다 더 어렵고 많은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농촌에서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이 보다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기 위해선 여성농업인들이 품고 있는 감수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정영희 센터장은 믿는다. 

“사람들이 더불어 모이고, 쉬고, 나누고, 재미있는 일들을 도모하며 우리 안에 빛나는 것들을 함께 밝히면 좋겠어요. 마을 한쪽에 풍성한 그늘을 드리운 키 큰 나무처럼 홍성여성인종합농업인센터가 서 있을 겁니다.” 최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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