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는 없고, 볼멘 관광객들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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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는 없고, 볼멘 관광객들만 가득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9.13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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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지적에도 개선 노력 안보여
원조만 남은 빛바랜 ‘남당리 대하축제’




대하와 꽃게, 전어 등 제철 수산물 축제가 전국에서 한창이지만 축제에 다녀온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남당항 대하축제 역시 천편일률적인 축제프로그램과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호객행위, ‘대하 없는 대하축제’라는 오명으로 외지관광객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는 여론이다.

1년에 한 번 싱싱한 대하를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서부면 남당리 대하축제장을 찾고 있지만 매년 똑같이 되풀이되는 축제프로그램, 음식 서비스 등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도를 넘어서는 호객행위와 값비싼 대하가격으로 특산물 축제에 오명을 더하고 있다.

사람과 차량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루는 좁은 도로에 대한 지적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불거지고 있으며, 상점 앞에 나와 있는 업주와 종업원들의 호객행위가 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고, 일부 업소는 자연산이라는 이유로 바가지요금을 요구하는 등 한마디로 ‘무질서한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국내 모 포털사이트에서 맛집블로그를 운영하는 A씨는 “늦은 휴가를 겸해 3년 연속 홍성 남당항을 찾고 있는데, 축제기간이라고 해서 가격이 저렴하다거나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산물판매장과 다를 바 없다”며, “그냥 가까운 수산시장에서 사 먹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내용의 게시물이 맛집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확산되고 있어 남당항 대하축제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홍성군에서 매년 3000만원을 축제에 지원하고 있으나, 매년 반복되는 지역 연예인 초청공연 등의 개막행사에 대부분의 비용이 소진되고 있으며, 주말에 한시적으로 열리는 대하잡기 프로그램 외에는 이렇다 할 축제 프로그램이 없어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하와 흰다리새우의 헷갈리는 표기



■ ‘흰다리새우’인 줄 알고 먹어
한편 지난해 남당항 대하축제 기간 중 홍성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올라온 민원들을 종합해 보면 △협소한 주차장 △축제프로그램 부실 △과도한 호객행위 등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무엇보다 대하의 빈자리를 대신한 양식 흰다리 새우에 대한 불만이 인터넷의 각종 게시판을 통해 봇물을 이뤘다.

대하축제장을 찾은 한 관광객은 “지난해 온갖 매스컴에서 대하로 둔갑해 팔리고 있는 흰다리 새우에 대해 고발하며 조금은 개선됐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대부분의 가게에서 흰다리새우와 대하의 표기를 병기한다지만 불분명하게 하고 있고, 자연산 대하는 터무니 없이 비싼가격에 팔고 있다”며, “인터넷에 흰다리새우와 대하를 구별하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올라가 있고, 흰다리 새우먹으러 남당항에 가야겠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름뿐인 대하축제는 오래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남당항과 태안, 소래포구 등 대하축제를 여는 서해안의 타 지역도 마찬가지다. 전국 400여군데의 새우양식장 대부분이 5~6년전 대하에서 흰다리새우로 종목을 바꾸면서 유명 대하축제장에서 국내자연산 대하를 맛보기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대하만큼 맛있는 흰다리새우’를 전략적으로 판매·홍보하는 대형마트들이 저렴한 가격에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어 남당리를 비롯한 서해안 일대 대하 축제장의 경쟁력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남당항 대하축제 개막 일주일여. 서해와 남해에서만 잡히던 자연산 대하에서 착안해 지역특산물 축제로 이미지를 쌓아온 남당항 대하축제의 경우, 축제의 아이템인 ‘대하’가 축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인들과 지자체의 자구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원조 대하축제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축제에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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