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장날은 사랑방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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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장날은 사랑방이었지?”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10.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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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연가(敬老堂戀歌) “어르신들 안녕하세요” 2. 광천읍 신동경로당

 

△ 사진 왼쪽부터 박영철(73), 한항래(80), 최종석(73), 김종수(82), 박병락(84), 이용구(79), 김찬균(80) 할아버지

 

 


신동경로당(노인회장 이용구·79세)은 광천전통시장 옆으로 위치해있어 신동마을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광천장을 보러 오는 많은 이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드는 곳이다. 다른 경로당과는 다르게 남녀가 모이는 건물이 별도로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경로당이 처음 생긴해는 1974년도. 광천의 첫 경로당이나 다름없던 당시만 하더라도 경로당은 할머니들의 차지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모이는 사람도 점차 많아지고 공간도 부족하다는 여론이 생겨 이후 기존 경로당 바로 옆으로 별도의 공간을 증축해 남자어르신들만의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대개 10여명 안쪽의 어르신들이 농삿일 중간중간 잠시 들려 담소를 나누는 타 지역의 경로당과는 달리 신동경로당에는 특별한 날이나 명절을 제외하곤 단골 어르신들 15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대게 화툿장을 맞추거나 윷놀이, 장기 등을 두며 시간을 보내시는데, 이용구 회장은 “예전만 해도 바둑이 인기였는데 요즘엔 통 두려는 사람들이 없다”고 말했다. 경로당 어르신들의 취미도 유행과 시류를 탄다는 설명.

광천은 고려시대 때부터 새우젓 산지로 유명했다. 신동경로당에 모이는 어르신들 대부분 소싯적 광천 새우젓 시장을 주름잡았던 큰 손들이었다. 때마침 광천토굴새우젓·재래맛김 축제가 한창인 시장 옆 경로당에서 이용구 회장을 통해 광천새우젓과 독배마을의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회장이 회상하는 광천은 1960년대 당시 서해안권에서 비교할 곳이 없을 정도로 번화한 곳이었다. 옹암포구 등에 새우젓 장터가 있었으며, 서해안 10여 개 섬의 배들이 새우를 팔기 시작하면서부터 더욱 활성화됐다. 옹암포구를 통해 새우젓이 들어오는 날, 바로 다음날이 광천 장날이었다. 이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옹암포구를 드나들던 배들은 돛단배였고, 밀물을 따라 들어왔다가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썰물때에 바닷물과 함게 빠져나갔다. 배들이 머무는 기간이 광천의 장날이었고, 장날에는 충남 각지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 대천, 청양, 예산 등지에서 10리길을 마다않고 봇짐을 매고 걸어오는 상인들이 줄을 이었다고 하니 당시 광천의 번영했던 모습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현재 독배마을에는 포구가 없다. 산 흙이 흘러내려 포구가 막혔다고 하는데 지도에서 보면 한참 멀리 가야 바다에 닿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포구가 사라지면서 이 마을은 새우젓 상권을 잃는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쇠퇴하던 광천의 새우젓 시장이 1960년대 들어 갑자기 활기를 띠게 되었다. 독배마을 뒷산에 일제시대 때 광산을 하기 위해 뚫어놓은 토굴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새우젓을 숙성하면서 새우젓의 맛이 한층 좋아진 것이다. 토굴 안의 온도는 사철 섭씨 15도 전후를 유지한다. 이 온도에서는 새우젓이 잘 숙성될 뿐만 아니라 여름에 상하는 일도 없다. 냉장시설이 없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이는 놀라운 발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토굴에서 새우젓을 숙성한 윤만길 씨는 여름철 새우젓이 상하여 버려지는 것을 방지한 것만으로도 몇 배의 이득을 보았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이 회장의 설명을 조용히 들으시며 “기자양반, 어디 가서 못 들을거 듣는 구만” 등의 추임새를 넣는 어르신들은 예전 번영했던 광천의 모습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

냉장시설이 잘 발달한 현재도 이 토굴은 여전히 유용하다. 일제시대 당시 토굴이 몇 개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현재 새로 뚫은 토굴까지 합하면 독배마을에 40여 개의 크고 작은 토굴이 있다.

이 회장은 “현재 광천새우젓 시장의 170~180여개 가게 중 토굴을 이용하는 가게는 10%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씁쓸한 기색을 내비치는 한편, “최근에는 냉장고가 워낙 좋으니 다들 그걸 이용하지만, 광천토굴새우젓의 맥을 잇기 위해선 토굴을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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