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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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3.11.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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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글로벌시대라 그런지 한글과 외국어를 병용하거나 특별한 상황과 언어를 조합해서 신조어를 만들어 사용한다. 여기에 줄임말까지 유행하다보니 가끔 무슨 말인지 의미를 청소년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성인이 한문을 사용하거나 한자 성어를 말하면 청소년들에게 전형적인 꼰대라는 말을 듣는다. 세대 차이가 있으니 자연스런 반응이다. 한자 성어의 의미가 과거의 상황에서 만들어졌지만 현대에도 아주 적절한 때 인용된다. 오늘은 한자 성어를 공부해 보자.

‘수가재주역가복주(水可載舟逆可覆舟)’는 후한서(後漢書)의 황보규전(皇甫規傳)에서 공자의 말을 인용한 데서 유래됐다. 이 말은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또한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라는 뜻이다. 어떤 일에 이로운 것이 때로는 해가 될 수도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후한시대에 수렴청정을 하던 세력들이 나라를 위해 일을 하다가 결국에는 나랏일을 제멋대로 하고 그 전횡을 비판하는 데에서 나왔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니 반복되는 경험이 쌓였다. 많은 보호자로부터 자녀를 양육하는데 좋은 방법에 대해 질문을 자주 받았다. 난감할 때가 있었다. 각 가정은 환경과 성격, 보호자의 성장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답하기가 어려웠다. 또 자녀를 양육하는데 정답이 없다는 말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더 말하기가 불편했다. 과연 양육에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가? 어느 가정에나 일반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 

자녀양육의 기본은 사랑이다. 사랑은 안정적인 양육환경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면 생길 수 있는 감정이다. 모든 가정에서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경우는 아주 극히 드물고 보호자는 사랑하는 표현을 하고, 자녀는 그것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랑받는 감정이 생긴다. 그렇다면 자녀 양육의 정답은 이미 나와 있고 일반화할 수도 있고 대부분의 성인은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을 왜 질문할까? 경험적으로 살펴보면, 결국 그 ‘사랑’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고, 사랑을 바탕으로 자녀에게 제공하는 것이 잘못하면 자녀는 보호자의 의도와는 다른 것이 학습된다. 학습이 내재화되면 습관이 되고 일단 습관이 형성되면 바꾸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위력을 갖는다.

자녀양육에 꼭 필요한 요소는 양가적(兩價的)인 것 같다. 양가적인 그 요소의 균형을 잡는 것이 핵심이 될 것 같은데 그 균형이 생각보다 어렵다. 이런 경우에 알맞은 한자성어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이 말의 유래는 자공이 공자에게 ‘자장과 자하 중 누가 현명합니까?’하고 물은 적이 있는데, 이 두 사람을 비교해 달라는 자공의 말에 공자는 “자장은 지나쳤고 자하는 미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다시 자공이 “그러면 자장이 나은 것입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지나침은 못 미침과 같으니라”라고 답했다. 모든 사물이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이 중요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중용이 현시대에는 균형과 같은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수가재주역가복주(水可載舟逆可覆舟)와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자녀 양육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모두 적용된다. 예를 들면, 훈계도, 잔소리도, 격려도 적당히 해야 한다. 더 확장해 성인들에게 적용해보면, 일도, 술도, 운동도, 취미생활도 적당히 해야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자녀 양육의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적당히’를 잘 이해하고 아이에게 적용시키는 것이다. 어쩌면 보호자가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단 이미 알고 있는 이 ‘적당히’를 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바쁜 일상이지만 잠시 시간을 내어 내가 청소년기 때 발생한 중요한 사건을 떠 올려 보면, 내 아이와 겹치는 공통점이 생각날 것이다. 아이를 양육할 때 불편한 어떤 것이 있다면, 나에게 뭔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아이에 앞서 나를 살펴보자.

변승기 <한국K-POP고등학교 교사·칼럼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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