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웨어(Know - where)'와 '노하우(Know - 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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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웨어(Know - where)'와 '노하우(Know - how)'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3.01.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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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정보화 사회라고 말한다. 그래서 필요정보를 찾아내고 그 정보를 잘 활용하는 능력인 노웨어(Know where)에 열광한다. 그러나 노웨어는 이미 타인에게 공개된 정보로써 정보가치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노하우(Knowhow)와는 비견될 수 없는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물론 인류역사에서 본다면 '노웨어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축복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신분계급사회에서 최상위계급은 모든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사회를 장악하고 통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조선의 사대부들이 한글을 언문이라 하여 반대한 것이나, 세속의 권력위에 교회가 군림하던 중세유럽에서 성직자 이외의 사람이 성경을 읽거나 베끼면 그 성경과 함께 태워 죽인 것 등에서 보듯이 지배자들에게는 정보독점이 곧바로 생존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과 같은 '노웨어시대'를 여는 데는 신분제도에 맞서 싸운 피지배계급들의 끝없는 노력과 엄청난 희생이 있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공개된 정보(노웨어)는 가르치고 배우는 경지너머에 있는 노하우에 비해 경제적가치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 상대적 빈곤감을 유발시켜 자칫 불행을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노웨어의 '정보를 활용 할 수 있는 능력'은 넓은 의미에서 노하우를 포함한다. 하지만 '열두 가지 재주 가진 놈이 저녁거리 간 데 없다'는 속담처럼 비록 재주(기술)를 익혔다 손치더라도 그것이 행복한 삶으로 연계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노하우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처럼 '노웨어'는 지식․기술․재주에 속하고, '노하우'는 지혜․도(道)․예(藝)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노하우가 없으면 인생의 맛이 없다고 단언한다. 아래 김치연구가의 솔직한 고백은 노하우에 대해서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박사과정시절 전국에서 김치 맛으로 유명한 어느 할머니를 찾아 어렵사리 김치 레시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을 마친 할머니는 지금 담근 김치는 익어도 맛이 제대로 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기대했던 만큼 특이한 방법이 없어 자못 실망을 하고 있는데 맛까지 없다고 하니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때까지 할머니는 오랜 경험에서 오는 감으로 양념의 비율을 맞추었고 작업 역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런데 난데없는 레시피를 얻겠다며 들어낸 양념의 무게와 부피를 잰답시고 "스톱과 고"를 외치며 호들갑을 떨었으니 평생에 익혀온 노하우 즉, 손맛이 들어갈 시간과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레시피를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이후에도 이러한 일들이 여러 곳에서 이어졌고 덕분에 박사학위는 받았지만 숨은 고수들의 평생노하우가 만들어내는 손맛은 얻을 수도 기록 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보가 넘쳐나도 그 근본은 할머니 할머니로 이어오는 옛날이야기의 대미(大尾)인 '잘 먹고 잘살았다(웰빙)'에 있음을 안다면 정보(노웨어)가 행복으로 이어지는 인생의 노하우를 발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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