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하신 어머니와의 약속 지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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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하신 어머니와의 약속 지켰어요"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3.03.2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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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100회 돌파해 명예의 전당에 오른 김한정수 교사


"100회 헌혈까지 가능하도록 몸 관리를 잘 해 온 스스로에게 감사해요"

지난 10년 동안 100여 차례 이상 꾸준히 헌혈을 해온 고등학교 교사 김한정수(홍성여고·48) 씨는 소감을 밝히며 환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10년 간 100회 헌혈을 하려면 매달 한 번 씩 꼬박꼬박 헌혈을 해온 셈이다.

김한정수 교사는 홍성지역에 헌혈의 집이 없어 수업이 없는 토요일마다 천안 헌혈의 집까지 5~6시간을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갔다. 아빠 손을 잡고 동행하던 9살짜리 딸 인영이가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 아빠와 함께 직접 헌혈을 할 만큼 세월이 흘렀다. 지난 2005년 도입된 '적십자 명예의 전당'은 헌혈 100회를 달성한 사람을 적십자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에 등록하는 제도로, 김한정수 교사는 올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저의 100회 헌혈에 있어서 누구보다 감사할 분은 바로 돌아가신 제 어머니입니다. 18년 전 어머니께서는 조혈모세포 및 사후 장기·시신 기증 의사를 밝힌 제게 용기를 주셨습니다. 게다가 1995년 봄, 저희 모자는 조혈모 및 사후 장기·시신 기증 등록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8년 전 어머니께서는 지병으로 돌아가시면서 당신의 안구와 장기 일부를 기증하셨어요. 이번 헌혈 100회 또한 그 약속 실천의 일부입니다. 오는 4월 어머니 기일에 100번째 헌혈증을 영전에 바칠 예정입니다"

김한정수 교사의 100회 헌혈은 개인적인 실천을 떠나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에게도 전파돼 새로운 일을 벌이게 됐다. 교육과정 외 동아리 'B-Love 헌혈 자원봉사단'을 발족해 소속 학생들과 함께 헌혈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학생들과 함께 천안 헌혈의 집을 방문했는데 제가 100번째 헌혈을 하는 것을 보면서 어떤 학생들은 '나도 선생님처럼 100번에 도전해야지'라는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정말 그렇다면 저의 100번째 헌혈은 이미 100번을 넘어 1000번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매년 2회 헌혈버스가 학교를 방문하고 있지만 연 2회의 헌혈로는 '사랑 나눔'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던 학생들과 정기적 헌혈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이 동아리를 구성했다. 물론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고 보호자의 동의를 받고 헌혈을 하고 있다. 사실, 대중교통을 이용해 10여명의 학생들을 인솔해 매달 정기적으로 1시간 50분 거리에 있는 천안 헌혈의 집을 방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 선뜻 좋은 일에 동참해 준 학생들과 의기투합해 'B-Love 헌혈 자원봉사단' 활동을 무사히 마치는 게 김한정수 교사의 작은 소망이다.

"한 가지 대한적십자사에 건의하고 싶어요. 충남 서부지역엔 헌혈의 집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헌혈을 하고 싶어도 저 같은 시골 사람들에게 헌혈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올해 1월부터 충남도청이 홍북면 내포신도시로 이전해 업무를 시작하면서 유동인구가 꽤 많이 늘었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내포신도시 주변에 헌혈의 집을 개설하시는 것을 검토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몸을 사리지 않고 이웃을 위해 무언가 나누겠다며 헌혈에 동참한 예쁜 여고생과 선생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베푸는 삶이 소유하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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