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중 33억 집행·조건부 승인 지연… 준비단계 논란 재조명
[홍주일보 홍성=한기원·김용환 기자] 대한민국 문화도시 홍성군의 첫해 성적표가 공개됐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 이하 문체부)가 추진하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1년 차 평가에서 전국 13개 지자체 가운데 홍성군은 최하 등급인 ‘미흡’ 판정을 받았다.
같은 충청권에서 충주시가 ‘최우수’, 세종시가 ‘우수’ 평가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선명하다. 3년간 199억 원이 투입돼 추진되는 사업의 출발점에서 성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문체부는 지난 1월 성과발표회를 통해 ‘제2~4차 문화도시(17곳)’와 ‘대한민국 문화도시(13곳)’ 등 총 30개 도시의 2025년 사업 실적을 점검했다. 이 가운데 홍성군이 포함된 ‘대한민국 문화도시’ 13곳 중 충주시·속초시·부산 수영구 등 3곳이 최우수, 세종시 등 8곳이 우수 평가를 받았고, 홍성군 등 2곳이 ‘미흡’ 등급에 포함됐다.
조건부 승인· 지연된 교부… 반년짜리 사업
홍성군은 지난 2024년 12월 대한민국 문화도시 최종 선정 당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사업계획 수정·보완 절차가 이어졌고, 2월 추경을 통해 6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최종 승인과 1차 교부금 지급은 6~7월로 미뤄졌다. 2차 교부금은 연말에 이뤄졌다.
연간 사업으로 설계된 계획이 사실상 하반기 중심으로 압축되면서, 상반기 기획·설계·조직 정비 단계에서 충분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60억 원 가운데 집행액은 33억 5000만 원에 그쳤다. 집행률은 절반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홍성군 문화도시센터 관계자는 “사업을 본격 수행하기에 앞서 수정·보완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졌고, 교부 시점이 늦어 연말까지 예산을 소화해야 하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체부 관계자는 “심사 평가는 동일 기준 아래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조건부 승인 절차와 교부금 시점 등 제반 여건을 모두 고려해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전략의 다양성과 집중도… 비교 열위 지점
그러나 평가 결과를 단순히 일정 문제로만 해석하기에는 다른 비교 지점도 존재한다.
충주시는 ‘국악 콘텐츠 허브도시’를 전면에 내세웠다. 국악이라는 단일 장르를 축으로 △전문 인력 양성 △상설·유료 공연 전환 △데이터 기반 관객 분석 △민간 투자 유치 △관광 연계 모델 등을 촘촘히 연결했다. 문화 향유를 넘어 산업화 구조로 확장하려는 설계가 비교적 선명하게 제시됐다.
반면 홍성군은 ‘미감도시’를 핵심 전략으로 △로컬 콘텐츠 브랜딩 △유기농·식문화 자원 확장 △원도심·전통시장 활성화 △청년 창업 프로그램 ‘홍자람’ △로컬 마켓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병행 추진했다. 문화도시 조례 전부 개정과 전담 조직 신설 등 제도적 기반을 갖춘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사업이 다각화된 만큼 이를 관통하는 상징적 대표 콘텐츠나 수익 구조 모델이 얼마나 분명하게 드러났는지에 대해서는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이미 최종 선정 단계를 통과한 사업인 만큼 방향성 자체가 부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1년 차 성과 평가에서 전략의 집중도와 산업화 구조의 밀도가 타 지자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하게 인식됐을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홍성의 전략은 ‘다양성’은 확보했으나, 이를 집약해 보여 줄 ‘집중도’ 측면에서는 비교 열위에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문화 향유 확대와 브랜드 확산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이를 산업적 성과 구조로 연결하는 설계는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평가도 있다.
준비 단계부터 우려 제기… 체계 점검 필요
사업 추진 이전부터 홍성군의회에서는 예산 집행 구조와 자체 감사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사업 추진 체계 전반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사업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구조적 우려였다.
홍주신문 862호(2024년 10월 24일자) 1면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군의 무능이냐 유착이냐?>, 863호(2024년 10월 31일자) 1면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 879호(2025년 2월 27일자) 1면 <감사하랬더니… 제 식구 감싸기?> 제하의 보도에서도 지적됐듯, 군의회는 임시회 군정질문과 군정업무 실천계획 보고 과정에서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및 대한민국 문화도시 예비사업 추진 과정 전반을 문제 삼았다.
특히 △민간 위탁 관리의 적정성 △계약 집행 과정의 투명성 △자체 감사 절차의 형식화 여부 등이 도마 위에 올랐으며, 일부 의원은 “감사라기보다 정산 검토 수준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사업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이 같은 준비 단계의 논란은 1년 차 ‘미흡’ 평가와 맞물리며 단순한 행정 일정의 지연을 넘어, 사업 추진 체계의 정교함과 관리 역량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2년 차, 더 이상 변명 어렵다… 실행력 시험대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은 2027년까지 3년간 199억 원이 투입되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2026년에는 70억 원이 본예산에 편성돼 상반기부터 정상 추진이 가능하다.
‘시간 부족’이라는 설명은 이제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건은 △전략의 선명도 강화 △상징적 콘텐츠의 구체화 △산업화 모델 설계 △집행 구조 안정화다.
첫해 홍성군의 ‘미흡’ 판정은 단순한 성적표가 아니다. 출발선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따라 남은 2년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홍성군이 ‘미감(味感)’이라는 추상적 구호를 넘어, 외부 평가자에게도 분명히 인식되는 구조적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2년 차 사업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