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 석·박사 완주, 경희대 7개 대학원 통합 수석 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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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간 석·박사 완주, 경희대 7개 대학원 통합 수석 영예
  • 이정은 기자
  • 승인 2026.02.26 06:57
  • 호수 930호 (2026년 02월 26일)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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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 관광학 박사가 되다
표경덕 서부농협 조합장
표경덕 조합장이 파이팅을 외치며 환하게 웃고 있다.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나이를 먹어도 할 수 있습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과 행동이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서부농협 표경덕 조합장이 지난 25일, 경희대학교 관광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56년생, 우리 나이로 일흔하나. 누군가는 은퇴를 고민할 나이에 그는 8:1의 경쟁률을 뚫고 박사 과정에 합격했으며, 대학원 내 수석 졸업과 총장상까지 거머쥐었다. 표 조합장의 도전엔 개인의 성취보다 2023년 서부면을 집어삼킨 대형 산불의 아픔, 그리고 농촌의 미래를 향한 고민과 책임감이 담겨 있었다.

■ 배움에 대한 열정, ‘유통기한은 없다’
표경덕 조합장은 “배움엔 끝이 없다”는 신념으로 66세에 석사 과정을 시작해 5년 만에 박사 학위까지 마쳤다. 성적은 대부분 A+였고 내내 장학생으로 선발됐으며, 교내에서 역대 최연장자이자 최단기간 박사 학위 취득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또, 최근에는 휴대폰 앱을 활용해 매일 영어 공부를 이어가며 배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에게 나이는 숫자가 아니라 도전을 위한 ‘축적된 에너지’로 보인다.

“자식과 손주들에게 ‘나이가 있어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본보기도 되고 ‘해냈다’는 성취감도 들지만, 박사라는 타이틀을 얻으니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 책임감이 가장 큽니다.”

그가 수많은 분야 중에서도 관광학을 선택한 건 지역과 농촌의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 때문이었다.

“홍성은 돼지 64만 두가 사육될 만큼 먹거리는 풍부하지만 관광객이 머물며 즐길 콘텐츠는 부족합니다. 지역 전체를 살릴 지속 가능한 관광 인프라도 미흡하죠. 이러한 고민들이 관광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단발성 축제는 한계가 있어요. 일례로 서부면 A지구 50만 평에 테마공원을 조성해 유채, 코스모스, 핑크뮬리 등을 심어 철마다 사람들이 찾아오게 해야 합니다.”

이어 관광학을 공부하며 생긴 변화에 대해 덧붙였다.

“이전엔 현장의 실무 경험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이론적으로도 정립이 됐습니다. 무언가를 실행할 땐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는데, 교수님들과 소통하며 이러한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 거죠.”

상고 출신으로 농협에 입사한 그는 과거에도 방송통신대와 야간대학을 다니며, 일과 공부를 병행한 바 있다. 이는 직원들이 모두 대학을 졸업한 상황에서 CEO로서 더 공부해야겠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젊은 직원들에게 옛날이야기만 하는 상사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남보다 먼저 보고(先見) 결정(先決)해 행동(先行)하는 ‘삼선(三先) 경영’을 보여주고 싶었죠.”
 

벽면 가득 전시된 액자들이 그동안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 산불 피해지, 관광·치유·체험 공간으로
표 조합장의 박사 논문 주제는 《산불 재난지역 주민의 장소 애착이 정서적 연대, 관광개발 영향 인식 및 관광개발 지지에 미치는 영향》이다. 

그는 2023년 서부면 일대 임야 430만 평이 소실된 대형 산불을 계기로 연구를 시작했다. 자연재해 피해 지역을 관광지로 재생한 연구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논문에 그치지 않고 ‘2023년 산불 피해 지역 복구 및 향후 활용 계획’에 대한 실무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벌꿀, 열매, 뿌리 등 쓰임이 좋은 헛개나무 밀원 단지와 고령화에 걸맞은 치유 숲길 등으로 복원해 농가 소득과 관광을 동시에 잡아야 합니다.”

그가 구상하는 산불 피해 지역 활용 방안은 관광·치유·체험을 결합한 복합 모델이다. 

첫째, 산림 관광·치유 중심 개발이다. 전망대와 출렁다리, 하늘길 등 경관형 관광시설과 산림치유센터, 명상숲을 조성해 체류형 관광을 유도한다. 둘째, 체험형 농촌관광·교육 모델이다. 농산물 수확, 양봉·약초 체험, 생태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농업과 관광을 연결한다. 셋째, 레저·숙박·문화 관광 확대다. MTB 코스, 짚라인, 캠핑·글램핑 시설과 숲속 공연·예술 공원을 조성해 체류형 관광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숙박이 늘어나야 지역경제 효과가 커집니다.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유입해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 농촌의 미래, “도시민이 머물게 해야”
표 조합장이 그리는 농촌의 미래는 단순히 농사를 짓는 생산 공간이 아니라, 도시민이 찾아와 치유받고 즐기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그는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 사는 ‘오도이촌’ 생활 방식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민들이 주말에라도 농촌에서 머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고 텃밭을 가꾸면 자연스레 농산물 소비도 늘고 지역경제도 살아납니다.”

이어 농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청년 농업인 육성과 스마트농업 규모화를 제시했다.

“농업도 여느 직업 못지않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고 스마트팜으로 규모화를 이뤄야 합니다. AI와 스마트팜을 통해 기후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농가 소득 구조를 만들고, 여기에 관광을 접목해 체험 농장과 캠핑 휴양을 활성화하면 지역 농산물 판매도 함께 늘어날 겁니다.”

■ 가족과 직원들의 응원… 그리고 남은 꿈
인터뷰 내내 그가 강조한 것은 ‘조합원의 삶의 질’이었다.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판매하고, 농가 소득과 복지를 높이는 것이 조합장으로서의 가장 큰 사명이라는 것이다.

“직원들에게는 존경받는 CEO로, 지역민들에게는 참 열심히 일했던 ‘참된 조합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제 이론적으로도 준비가 된 만큼 홍성 발전을 위해 멈추지 않고 달려가겠습니다.”

끝으로 박사 학위 취득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을 묻자, 표 조합장은 눈시울을 붉히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아이들이 ‘고생하셨다고, 아빠의 자식인 게 감사하다’고 합니다. 저는 아빠에게 아직도 꿈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가족과 직원들, 주변 사람들의 뒷바라지와 응원 덕분에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의 논문 인사말에 적힌 “관광학이 농업과 지역사회 발전에 융합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길 기대한다”는 소망은 이제 홍성의 산과 들에서 현실로 피어날 준비를 마쳤다. “농협이 중심이 되고 리더가 돼 우리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지역사회를 만들겠다”는 표경덕 조합장의 비전은, 이제 ‘박사 조합장’이라는 새로운 무게와 함께 다시금 출발선에 섰다.
 

표 조합장이 서부농협 조합원이 생산한 고춧가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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