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만이 가진 강력한 무기요? 친숙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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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만이 가진 강력한 무기요? 친숙함이죠"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3.03.29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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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웃, 야쿠르트 아줌마 이경옥 씨

길에서 가끔 마주치는 살구색 유니폼을 입은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참 친숙하다. 주부가 '살림 이외의 일'을 하는 것이 희귀했던 1970년대 초, 주부를 활용해 당시 냉장고가 있는 가구가 별로 없어서 유통기한이 짧은 유산균 발효유를 신선한 상태로 전달하기 위해 방문판매제도로 도입된 것이 바로 야쿠르트 아줌마들이었다.

아침마다 군청에서 마주치는 밝은 미소의 야쿠르트 배달 아줌마 이경옥(48) 씨.
이 씨는 홍주초, 홍성여중, 홍성여고를 졸업한 홍성 토박이다. 지난 2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42회 야쿠르트대회에서 10년 공로상을 받았다. "2002년 11월에 시작했는데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남편과 함께 사료가게를 운영하다가 사업이 어려워지자 그저 애들 학원비라도 벌어보자고 시작한 일이었어요. 새벽 시간을 이용해 조금만 부지런떨면 오후 시간은 비교적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상황이 더욱 악화돼 결국 사료가게를 접었고, 부업으로 시작한 야쿠르트 배달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는 이 씨는 처음 배달일을 시작할 당시 막내가 겨우 3살이었단다.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은 위의 두 아이 학원비로 겨우 충당할 지경인데 막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가 없었어요. 처음엔 차에 아이를 태우고 함께 배달을 했어요. 어느 날 차에 아이를 두고 급히 배달을 하고 돌아와 보니 3살짜리 녀석이 차에서 나와 군청 앞마당에서 혼자 엉엉 울고 있는 거예요. 하도 속이 상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아이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새벽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 일이기에 이 씨는 아이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게 제일 속상하다고 털어놓았다. 야쿠르트 배달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 한다. 그래서 이 씨는 지난 10년 간 갈비뼈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한 열흘 정도를 제외하고는 일을 쉰 적이 없다. "마침 둘째가 군대를 가려고 휴학 중이었어요. 몸이 미처 회복되기 전이었는데 다 큰 녀석이 제 배달 가방을 들고 따라 나서는 거예요. 근 한 달 동안 불평 없이 하루종일 엄마를 쫓아다니면서 배달을 도와준 아들 녀석이 지금 생각해보면 참 대견하고 고마워요. 주위에서도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이 씨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한다. 가장 뛰어난 판매 성과를 올리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데, 이 씨도 열심히 노력해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게 목표란다. 이 씨는 한결같은 '고객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고객을 친숙한 이웃으로 대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도 항상 웃어야 해요. 차 한 잔 마시고 쉬어가라고 권하는 고객 분들을 만나면 절로 힘이 나요. 무엇보다 우리 제품 드시고 건강해졌다고 평가해주시면 그게 제일 보람돼요"

'고객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영업의 비결'이라고 귀띔하는 이 씨는 고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판매한다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 "덥거나 추운 날, 길거리에서 잠시 쉬기라도 하면 고객들이 많이 안타까워 해주셔요. 하지만 저는 야쿠르트 아줌마로서 항상 자랑스럽고 언제 어디서나 당당해요"

야쿠르트 아줌마 이 씨는 자신이 속해 있는 기업의 이익은 물론, 자신의 가계 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일이 단순히 돈만 버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이 씨는 생계와는 별개로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성취감도 느낀다고 한다. 이 씨는 오늘도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아줌마 특유의 친숙함으로 고객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배달한다. 앞으로 길에서 우리의 좋은 이웃 야쿠르트 아줌마를 만나면 반갑게 눈인사라도 나눠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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