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정책, 그 해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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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정책, 그 해답은?
  • 이범석 기자
  • 승인 2008.01.22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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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효과 없이 세수만 날릴 수도...

이명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사항인 ‘유류세 10% 인하’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선 회의론이 만만찮다. 때문에 인수위와 정부, 그리고 정유업계 모두 고민에 빠져 있다.
일단, 유류세를 10% 내리면 ℓ당 약 80~90원가량 기름값 인하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휘발유는 세금이 전체 가격의 57%를 차지한다. 지난 12월 마지막주 주유소 판매 무연보통휘발유가 ℓ당 1631.27원이므로 세금이 약 927원이다. 10% 인하시 약 93원이 줄어들게 된다. 1주일에 50ℓ를 넣는 소비자는 4,635원을 아낄 수 있다. 이는 숫자상으로 적지않은 액수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체감효과다. 기름 값이 실제로 그만큼 내려갈까 하는 데 있다. 기름 값 결정 구조상 정부의 유가 인하정책이 숫자놀음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자칫 2조원에 달하는 세수만 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처럼 정부가 휘발유 대비 경유의 소비자 가격을 85%까지 맞춘다고 했는데 사실상 정유사에서 공급하는 유가 자체가 이를 훨씬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93원 모두 내리더라도 일선 주유소에서 이를 그대로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이를 마진으로 흡수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중·장기간 가격 변동 속에서 93원은 온데 간데 허공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걱정도 뒤따른다. 실제로 1999년 5월 휘발유 세금을 ℓ당 51원을 내렸지만 실제 판매가는 최대 9원 밖에 떨어지지 않았던 전례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유사와 정부의 태도 모두 어정쩡하기만 하다.
실제 유류세 인하가 이뤄지면 당장 가격이 떨어져 수요가 늘 가능성은 있지만 달갑지만은 않은 눈치다. 이유인 즉 일정기간이 지나 인하효과가 반감되면 모든 바가지는 정부가 뒤집어 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이에 따라 당장 세수는 1조9천여억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주유소까지 내려가는 과정에서 유류세 인하 효과가 담배연기처럼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만다면, 그야말로 난사가 아닐 수 없다.
◆ 설상가상이랄까
이명박 당선인은 폭 넓은 혜택까지 주문한 상태다.
이 당선인은 지난 13일 1차 국정과제 보고회의에서 대형차를 타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가는 것 아니냐며 서민들과 경차를 타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고민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인수위는 그렇잖아도 어려운 문제에 또 다른 난제가 덧붙은 꼴이다.  
이에 인수위는 14일 오후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재정경제부의 유류세 담당 국·과장 등과 이 당선인의 지시와 관련한 대책 마련 회의를 가졌으나, 여러가지 논의만 있었지 특별한 방안을 마련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없던 일로 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인수위는 이미 이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지난달 30일 워크숍에서 현 정부 임기 내 유류세 10%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약사항을 재확인 한 셈이고 이제는 뒤집기도 어려워 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 내부에서도 유류세 인하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조금씩 제기되면서 유류세 인하 방침의 변화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유류세 감세 공약은 서민생활비 경감 차원도 있지만 투자 활성화를 위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선거에서는 좋은 정책은 나쁜 공약이 되고, 나쁜 정책이 좋은 공약이 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민은 끝나지 않았는데 이 공약은 이미 시행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진표 정책위의장과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전날 회동을 갖고 유류세를 현재 인하된 탄력세율 17%에 추가로 13%를 더 내리자는 데 합의해 이젠 정부나 인수위 입장과 무관하게 유류세 인하가 다음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게 된 것이다.

◆ 유가 더 오른다..업종별 기상도 
유가 100달러 시대가 현실로 다가 왔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뿐 아니라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도 사상 최고가인 92.03달러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고유가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향후 상승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3일 보고서에서 중국 등 신흥 시장국의 수요가 견실하고 산유국의 증산 여력이 제약돼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올해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상승폭을 확대하며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난 3일자 외신에 따르면 다나카 노부오 국제에너지기구(IEA) 총장은 “중국과 인도가 초고속 성장을 이어간다고 가정할 경우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지 모른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올해 유가는 얼마나 오를까?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말 내놓은 올해 유가 전망을 보면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해 평균 68.45달러에서 올해 73.87달러로 8%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보수적인 전망일 뿐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비롯한 비OECD 국가의 석유 수요 증가세가 강화되고, 오펙(OPEC)의 증산도 적극적이지 못하다면 성수기에 100달러를 넘으면서 평균 98.12달러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더해 2분기 중 주요 산유국에 하루 150만배럴 가량 공급 중단을 야기하는 대형사태가 발생할 경우 연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125.15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경고했다. 최근 유가 급등 배경에 나이지라아 포트 하코트에 대한 무장세력 공습과 파키스탄 정국 불안이 작용했으며, 이란 핵문제와 이라크 전쟁 등 중동지역 정세 불안은 상존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량 유가가 폭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말 유가가 연평균 10%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3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만큼 경제와 증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지만, 일부 업종은 수혜가 예상되는 등 업종별 영향은 다소 엇갈린다.

◆ 정유·석유화학 ‘흐림’
정유업종은 전통적으로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이 확대돼 수익성이 개선되는 수혜를 받아 왔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정유사의 등유와 경유 마진은 각각 21달러, 22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지나친 유가 상승은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정제 마진을 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정유업계 매출 비중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가격 상승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유가 상승을 반길 수만은 없는 입장.
이를 뒷받침하듯 SK에너지 주가는 지난해 12월 27일 이후 4거래일째 하락하며 4일 3.54% 내린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차홍선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등 이머징마켓에서 수송유를 중심으로 수요를 당기는 건 좋은데 화학 제품의 가격 전가가 어렵다는 점이 부정적 요인”이라며 “유가가 100달러대에 들어가면 정유업체도 플러스 폭은 적어지고 마이너스는 많아져 전체적으로 정체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업종은 고유가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석유화학 업체들의 경우 휘발유 등 석유제품과 달리 대체재가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쉽게 말해 폴리우레탄 의자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스테인레스나 나무 의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피해주로 꼽히는 LG화학, 금호석유화학, 호남석유화학 등의 주가는 지난 연말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 대체에너지, 해외 플랜트 ‘맑음’
기름값이 오르면 새로운 에너지원이 더욱 절실해 지기 마련. 유가 100달러 돌파 이후 국내 증시의 최대 수혜는 대체에너지주다.
지난해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 상업화에 성공한 동양제철화학이 4일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티씨케이, 에스에너지, 소디프신소재 등 관련주들이 대부분 급등세다. 사상 최대 호황을 맞고 있는 해외 건설 플랜트 업계에도 고유가는 호재다. 넘쳐나는 오일달러에 군침이 돌 만 하다.
지난해 해외 건설 플랜트 수주액은 398억달러에 이르러 최고치였던 전년 실적을 2배 넘게 경신했으며 주된 발주처는 중동이었다. 가히 제2의 중동 특수다.
두산중공업은 그 대표적 수혜주로 꼽히면서 4일 6.77% 급등한 가격에 거래를 마감했으며 GS건설(6.08%), 현대건설(3.27%), 대우건설(1.95%) 등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또 조선업의 경우 그동안 개발비용 등으로 주춤했던 심해 유전개발이 활발해지고 이를 통한 석유시추선, 해양플랜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유가수혜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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