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반복된 직장 내 성추행… 법원 판단 두고 엇갈린 시선

[홍주일보 홍성=한기원 기자] 학교법인 천수학원이 운영하는 한국K-POP고등학교 전 행정실장이 동료 여직원 4명을 상대로 수년간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사건 이후 학교 측의 징계 수위와 피해자 보호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강길연)는 지난달 24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한국K-POP고 전 행정실장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의 징역 10개월 실형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2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5년간 취업제한 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직장 내 상급자로서 하급자들에게 장기간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졌고, 근무하던 학교에서 의원면직된 점, 4개월간 수감생활을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홍주신문>은 지난 1월 2일자 <한국K-POP고등학교, 4년간 이어진 성폭력 ‘충격’> 제하의 기사에서 A씨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여성 직원 4명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6월 피해자들이 학교에 신고하면서 드러났으며, 충남도교육청 성고충심의위원회는 7월 해당 사안을 ‘성희롱’으로 판단하고 재발방지 교육 명령을 내렸다.
충남도교육청 감사관실은 10월 15일 학교법인 천수학원에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재단은 같은 해 11월 8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에게 직무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들은 4년 동안 이어진 성추행의 무게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라며 반발했다.
피해자 측은 징계위원 일부가 A씨와 개인적 친분이 있거나, 가해자가 직접 추천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학교법인 측은 “징계위원은 사립학교법 기준에 따라 구성했다”고만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징계 이후에도 △가해자의 허위사실 유포 △회유성 발언 △언어적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직무정지 기간 종료 후 A씨가 학교로 복귀하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일 공간에서 근무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법’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피해 근로자 보호를 위한 분리조치와 근무장소 변경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사립학교의 경우 인사권 독립을 이유로 실질적 보호조치가 이행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 재발방지 대책을 권고하고 관리·감독 중”이라며 “2차 피해가 확인될 경우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립학교 내 성비위 징계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충남지부 관계자는 “사립학교의 폐쇄적 구조가 피해자 보호보다 조직 논리를 우선시하고 있다”며 “교육당국이 보다 실질적인 감독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