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건강도시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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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건강도시를 생각하며
  • 이성복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5.12.18 07:15
  • 호수 921호 (2025년 12월 18일)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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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칼럼·독자위원
이성복
대한고령친화산업학회 이사
충남사회서비스원 감사
충남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 
칼럼·독자위원

많은 사람들이 삶의 목적을 행복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 행복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건강을 꼽는다. 건강은 개인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기본 요소이자,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핵심 가치이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현대인들은 건강을 유지·증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건강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 나라든 한 도시든 구성원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조성하고, 그것이 지속가능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도시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돌아보면, 산업화는 필연적으로 인구 구조의 변화를 동반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약 70~80%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농어촌 인구는 20~30% 수준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도농 간 인구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삶의 기반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갖춰진 도시를 중심으로 사회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도시의 건강성은 곧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속가능한 건강도시의 조건은 무엇일까. 이를 논하기에 앞서 건강도시의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도시를 도시 환경을 창의적이고 지속적으로 개발해 시민이 잠재능력을 발휘하고, 지역사회가 협력해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도시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국민건강증진법」을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도시의 물리적·사회적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개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23년 처음으로 건강도시 지표를 보급했다. 이 지표는 인프라 구축, 부문 간 협력, 지역사회 참여, 사업 기획 및 수행, 도시건강 정보체계 등 5개 영역, 15개 지표로 구성돼 있다. 다만 이 지표는 도시민의 건강 수준 자체를 직접 평가하기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건강도시 기반 조성 노력을 점검하기 위한 도구이다. 이를 통해 볼 때 건강도시에서 말하는 ‘건강’이란 단순히 개인의 신체적 건강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반 환경의 건강성까지 포괄하는 다의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건강도시는 좁은 의미에서는 시민의 건강지표로 성과를 측정할 수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도시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살기 좋은 도시이자 지속가능한 도시로 확장된다. 시민이 체감하는 행복 수준 역시 건강도시의 중요한 성과 지표가 된다. 실제로 2025년 한국지역경영원이 발표한 지속가능한 도시 평가에서 세종특별자치시는 시민행복과 생명친화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충청남도와 일부 기초자치단체 역시 도시사회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적으로는 ‘지속가능한 건강도시’를 직접 순위화한 공식 지표는 없지만, EIU 글로벌 생활환경 지수, Happy City Index, 세계 지속가능 도시 랭킹과 같은 국제 평가를 통해 도시의 건강성과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들 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코펜하겐, 취리히, 빈 등의 도시는 보건의료 접근성, 환경 지속가능성, 사회적 안정성에서 공통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도시는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국제 비교에서 아직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현실은 세계행복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 경제 규모와 교육·의료 수준에 비해 시민이 체감하는 행복 수준은 중위권에 머물러 있으며, 사회적 관계와 환경 요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경제 성장만으로는 국민의 행복과 건강한 삶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도시가 국가의 축소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건강도시화 수준과 국민 행복도는 결코 무관하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도시, 특별자치시, 혁신도시 등 다양한 형태의 도시가 등장하고 있으며,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시 발전을 위한 수많은 정책과 공약이 제시될 것이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은 지속가능성이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건강도시, 탄소중립도시, 평생학습도시, 문화도시를 아우르는 복합적 개념이며, 동시에 반부패와 청렴이 전제된 도시여야 한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도시는 결코 건강한 도시도, 지속가능한 도시도 될 수 없다.

UN 지속가능발전목표가 강조하듯, 지속가능한 도시는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도 미래 세대의 기회를 훼손하지 않는 도시이다. 당리당략에 치우친 단기적 정책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책임 있는 선택이 축적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건강도시는 현실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만들어 가는 도시의 모습이 곧 다음 세대의 삶의 터전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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