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읽은 《공씨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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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읽은 《공씨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
  • 신은미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5.12.18 07:17
  • 호수 921호 (2025년 12월 18일)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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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신은미<br>​​​​​​​</strong>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br>칼럼·독자위원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칼럼·독자위원

지난 주 풀무고등학교 생태환경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공씨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를 함께 읽고 소감을 나눴습니다. ‘공씨아저씨네 과일가게’는 크기나 모양이 아니라 맛과 가치, 그리고 상식을 중시하는 온라인 과일 유통상입니다. ‘공씨아저씨’가 과일과 농부를 선택하는 기준, 과일농사를 짓는다는 것의 의미, 과일 소비자의 책임 등 책에 소개된 내용은 과일을 통해 농업과 환경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비상식적인 모습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마음에 와 닿는 구절과 소감을 나눕니다. 본격적으로 귤이 나오는 시기, 누가 어떻게 농사지은 귤이 우리에게 오는지, 내가 먹는 귤은 ‘상식적’이고 ‘차별 없는’ 귤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숙기가 아닌 과일을 차마 딸 수 없어 명절 이후로 수확을 미루는 농민에겐 명절이 원망스럽다. 명절 이후는 가격의 이점도 없고, 유통업체에서도 판매가 부진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신념을 지키는 대가치고는 너무 크다. 그리하여 결론은 많은 농민이 재배 방법과 수확 시기를 ‘절기’와 ‘날씨’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설과 추석’에 맞춘다. 이 지점이 농산물 시장구조를 뒤틀며, 제대로 맛이 들지 않은 과일을 수확해 유통하는 ‘과일 조기 수확’ 문제를 야기한다.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농민도, 유통인도 모두 잘 알고 있다.” p.206

그동안 명절에는 과일이 제철이라 나오는 줄 알았다. 늘 듣던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는 말이 과일 모두를 포함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니! 정말 놀라웠다. 내가 착각 속에 소비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잠시 멍했다. 이때까지 나는 나름대로 제철음식을 먹으며 지구에 도움되는 소비를 하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고 있었다.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명절과 과일의 조기 수확 문제는 농민이나 유통인, 소비자 등 어느 한 주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여러 가지가 합쳐져 생긴 복합적인 문제 같다. 그 각각의 위치의 사람들이 서로의 상황을 잘 알 수 있어야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을까.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소비자가 농민의 상황을 잘 고려할 수 있고 진짜 제철을 안다면 좋은 과일을 더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교육을 책임지는 선생님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혜린/풀무고3) 

《공씨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 공석진/ 수오서재/ 2025년 3월/ 17,000원

“맛있는 과일에 비법은 없습니다. 잘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하는 상식을 지킬 뿐입니다.”
해당 품종이 가장 맛있을 때, 잘 익었을 때까지 기다려 나무에서 수확하는 것이 ‘딸 때 파는 상식적인 과일가게 공씨아저씨네’가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다. 가장 맛있을 때 수확해서 보내는 그 하나만 생각한다. 배송을 명절에 맞출 수 없는 이유다. 과일은 우리가 원하는 날에 맞춰서 익어주지 않는다. 
“단언컨대 명절이 없다면 여러분도 지금보다 더 맛있는 과일을 드실 수 있습니다”라고 늘 말한다. 명절에 먹는 과일보다 제철에 먹는 잘 익은 과일이 상식이 되었으면 한다. p.214~215

우리는 명절에, 그리고 늘 과일을 먹고 산다. 어쩌면 우리는 과일을 고통 받게 한다. 우리가 과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과일의 시선, 과일의 입장을 생각하게 해준 책.
-이 세상의 많은 과일러버들이 읽었으면 한다. (이은혁/풀무고3)

“자연에서 자라는 과일들은 다양한 크기로 나오는 게 당연한 것인데, 우리는 왜 그토록 자연스러움을 거스를까?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아직도 우리 일상에서 실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p. 228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이고 누가 만드는 걸까? 우리는 왜 달라지는 것을 거부하는가? 서로의 다름,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걸까? 정상이 올바름을 뜻하지는 않는다. ‘신맛은 다양한 맛 중에 하나이고, 크기는 개성일 뿐이다.’ 제각각 다른 모습과 맛을 지닌 수많은 과일의 존재가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것은 결국 우리 일상과 삶에서의 존중으로 연결될 것이다. 과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책 『오래된 미래』에서도 이야기하듯, 문화 다양성이 파괴될 때마다 오랫동안 쌓아온 지식과 개성이 파괴된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인한 획일화, 단일화된 사회는 비극이다.  
-‘정상적인’ 과일만을 보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정예빈/풀무고3)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부분인데, 나는 최고의 과일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할 수 있는 농민을 만나 그들과 함께할 뿐이다. 사실 그런 농민이 재배하는 과일은 대부분 좋다. 한 번 맺은 귀한 인연은 쉽게 놓지 않는다. (중략) 내게 소중한 건 지금 내 곁의 이 농민들이다. 공씨아저씨네 사이트 리뉴얼 당시 카테고리 순서를 정할 때 ‘가게 안내’나 ‘과일 이야기’보다 ‘농민 소개’를 맨 처음에 놓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농민이 있기에 과일이 있고, 우리 가게도 존재한다. 회사보다 과일보다 언제나 사람이 먼저다.” p.120, 122

책을 읽고 사장님(=공씨아저씨)이 멋있다고 느꼈던 이유는 어려운 상황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가게를 이룬 것이나 과일을 특별하게 판매하는 것보다, 같이 일하는 농민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분들에게서 오게 된 과일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가 나중에 어떤 일을 하게 될 때,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공씨아저씨의 모습을 닮아가고 싶다!
- 어릴 때부터 예쁘고 큰 것이 좋다고 교육받는 어린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박준희/풀무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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