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의 정체성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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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정체성을 지키자
  • 범상<오서산 정암사 스님·칼럼위원>
  • 승인 2013.06.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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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친일파 입니까?"라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기분 나쁜 표정을 짓거나 강한 부정을 나타낸다. 이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일본에 대한 역사적 감정이며, 이 같은 정서는 스포츠와 같은 공개적 대결에서 더욱 극명히 나타난다. 그런데 욱하는 감정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대답해야 하는 역사적 사실과 인식에 있어서는 그리 논리적이지 못하거나 유치원수준의 답변조차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해방이후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좌파 빨갱이'로 매도되면서 왜곡된 역사인식은 민족의 정체성마저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서강대학교 강정인은 강의노트와 학생들의 생각을 엮은『난 몇 퍼센트 한국인일까?』라는 책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묻는다. 그는 우리사회가 서구에 대해서는 '발전된' '바람직한' '좋은' 것이라고 동경하는 반면 스스로에게는 '저발전된' '바람직하지 않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서구중심의 사고에 빠져있음을 지적한다. 이것은 '서구문명이 다른 문명을 억압'한 결과로서 한 인간 (또는) 집단이 다른 인간 다른 집단을 지배하거나 억압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세계관 또는 이데올로기적 기제(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의 작용이나 원리)라고 말한다.

이처럼 '지배와 억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기제'는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한다. 우리사회의 충(忠)과 효(孝)는 조선정치 이래로 수직적 질서를 강요해오는 기제이며, '반공'과 '경제발전'은 해방이후 친일세력의 성장과 지배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논리적 근거가 되어왔다. 다시 말하면 친일세력들은 '국가를 위해서 몸과 마음을 다한다'는 충을 반공으로 대치하여 과거 전력을 세탁했고, 경제발전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국가이익의 독점은 물론 계발독재를 정당화 시켜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출세를 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친일파에게 머리를 숙여야 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권력자들의 친일행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3.1운동이후 '독립운동연구'는 '국가보안법위반'이라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면서 한국근현대사는 함부로 언급할 수 없는 성역이 되었다.

그런데 386이라고 불리는 민주화세대이후 위와 같은 지배논리가 설득력을 잃게 되었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점차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한국의 기득권층들에 있어서 심각한 도전이었으며, 충과 반공이 더 이상 자신들의 방어막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같은 위기감은 '뉴라이트'라는 새로운 우익을 등장시켰다. '뉴라이트'는 그동안 사용해왔던 반공과 경제라는 기제(지배논리)를 버리고 친일이 국가발전을 위해 옳은 일 이었다는 논리를 역사적 사실로 확정하려는 의도에서 역사를 왜곡한 '역사교과서'를 만들어 민족에 대한 범죄를 자행했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조선을 근대화시켰다는 논리를 담고 있는 뉴라이트 역사교과서가 고교 한국사교과서 검정심의 본심사를 통과한 것은 아직도 독립운동연구를 국가보안법으로 막았던 친일 매국세력들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현실은 시대의 대세를 의미한다. 아무리 대세라 할지라도 따를 것이 있고 그렇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을 분명히 구분 할 줄 알았던 사람들이 바로 홍성사람들이다. 그래서 홍성은 최초로 '항일독립운동'이 일어났으며, 만해·백야 등 민족사에 영원히 남을 영웅을 만들어 내었다. 이것이 바로 홍성의 정체성이다. 필자는 이러한 이유로 기회 있을 때마다 홍성은 대한민국 독립의 시작이자 전부라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 만해와 백야를 주제로 2회 연속 축제를 열었고 독립운동의 성지임을 자임하는 우리 홍성이 뉴라이트의 역사왜곡에 있어서는 묵묵부답이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며, 필자 역시 이 일에 앞장서지 못함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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