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등 이주여성 손·발 역할
도서관, 휴식처 만들어 갈 것
양유앤(33)씨는 지난 3월 개관한 다문화작은도서관에서 실무간사로 일하고 있다. 장맛비를 뚫고 찾아간 다문화작은 도서관 한 켠에서는 한국어학당 소규모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장마로 결석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어보였지만, 양유앤 씨는 다부지게 연필을 쥐고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가 한국에 온지는 10년째 됐다. 직장을 다니며 한국생활을 하던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나 광천읍 매현리에서 살고 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자주 해먹는 3년차 주부이기도 하지만 가끔씩 서툰 일에는 남편의 도움을 얻는다고 한다.
그녀는 다문화 작은 도서관 개관 때부터 크고 작은 일들을 가리지 않고 군말 없이 늘 밝고 명랑하게 일을 해왔다. 한국어가 서툰 이주여성들이 한국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통역을 해주기도 한다. 또 컴퓨터 활용공부를 해 한글문서로 대신 작성해주는 등 이주여성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고 있다. 그녀는 그런 일들이 같은 처지에 있었고 누구보다 그 마음을 알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낯선 타국에서 생활하면서 억울한 일을 겪어도 보고, 한국어를 몰라 이해하지 못해 갈등도 겪어본 경험이 있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배워 남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가정을 꾸려 넉넉히 잘 살지만 친정식구들은 대부분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늘 경제적인 문제에선 이주여성들이 걱정하고 마음 아파하죠. 부모님들을 초청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러기가 어렵고. 또 부모님은 안계시지만 형제들을 초청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어요. 경제적인 부분이 약하다 보니 엄두도 낼 수가 없어요." 한국에 1~2년만이라도 와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가족들도 넉넉해지고 이주여성들도 친정에 대한 경제적 부담도 덜 것이라며 이주여성의 어려움들을 해소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주여성들의 소소한 문제들을 빠짐없이 상담하고 고민하다보면 아직은 정책적으로 더 많은 혜택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세계 언어를 배워 다문화사람들과 소통하고 도움을 주고 싶은 게 그녀의 꿈이다. 다문화친구들의 언어를 배우면 그들을 이해하는데 좀 더 빠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앞으로 회계프로그램을 착실하게 배워 체계적인 업무능력도 쌓아갈 계획이다. 그녀는 "다문화 도서관의 봉사자들과 다문화가족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편하게 쉬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휴식처를 만들기 위해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며 "다문화가족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찾아와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바램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