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왕언니' 오늘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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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왕언니' 오늘도 즐겁다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3.07.0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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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철물점 이영춘 씨

64년 전통시장 터줏대감
사회활동 활발… 나이 무색

전통시장에는 농번기가 되면 바빠지는 곳이 있다. 땅을 일구고 잡초를 베는데 필요한 낫, 호미 등을 판매하는 대승철물점이 그곳이다. 올해로 70돌을 맞은 홍성전통시장의 터줏대감인 대승철물점 이영춘(76·홍성읍) 씨는 60년배기 단골손님들을 맞느라 오늘도 분주하다. "요즘 바쁜 것은 20~30년 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금이야 철물점에서 농사기구 외에도 잡화를 많이 팔지만 예전에는 낫, 호미가 다였으니까. 그땐 하루에 낫, 호미가 300개씩 팔릴 만큼 철물점이 호황을 누린 시절도 있었지. 그래도 우리는 꾸준히 찾아주는 단골이 있어 큰 어려움은 없는 편이에요."

홍성읍 대교리에서 태어나 스물일곱살에 결혼해 슬하에 두 형제를 둔 이 씨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12살부터 철물점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이층 목조건물의 독특한 구조로 된 대승철물 건물은 이 씨의 아버지 대에 지어진 것이라 정확한 건립년도는 알 수 없지만 100년 가까이 된 홍성군의 중요한 근대유산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근대기의 향수를 다룬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는가 하면 홍성전통시장을 찾는 젊은 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리는 필수코스가 됐다.

때마침 장날 찾은 대승철물점엔 자잘한 농사기구 따위를 찾는 단골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끊이지 않고 들어오는 손님을 맞느라 이 씨의 손이 더 분주해졌다. 바쁜 와중에도 시종일관 웃는 낯으로 단골들을 대하고 일상다반사를 묻는 이 씨의 행동이 일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싱그럽고 맑은 얼굴의 비결이 아닐까 싶었다.

"나이가 들었다고 가만히 지내기보다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일거리를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에는 문전성시(5일시장 활성화 프로젝트)가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몰라. 일주일에 5일은 문전성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하루하루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천성이 부지런한 이 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문전성시가 운영하고 있는 장구춤, 노래교실, 부채춤 등의 수업을 듣고 있다. 아침 다섯시에 가게 문을 열어 오후 늦도록 가게일을 보는 그간의 일상에 문전성시가 운영하는 각종 풍물프로그램은 이제 이 씨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시간이 됐다.

"전통시장 문전성시 사업 이후로 이전까진 잘 뭉치지 않던 대교리 상인들끼리 똘똘 뭉쳐 생활에 활력을 찾고 있어요. 앞으로도 문전성시 활동 열심히 하면서 즐겁게 살아야지. 우리 철물점 찾는 농민분들에게 시원한 물 한잔씩 대접하면서 그렇게요. 그런 게 인생이잖아요?" 전통시장의 왕언니로 통하는 이영춘 씨.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시장상인들의 마음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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