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를 거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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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의 미를 거둬라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3.11.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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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를 창건하는데 큰 힘이 되었던 충신 위징은 건국한 지 10여년이 지난 어느 날 황제인 당태종에게 간언을 한다. 당시 당태종은 국가를 창건할 때의 마음과는 달리 검약하지 못하고 사치와 나태의 모습이 나타날 때였다. 위징은 간언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지닌 천자로 있으면서 공정한 도리보다는 사사로운 정에 의해 움직이고 절제하지 못한 욕망으로 인해 예절이 파괴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창건 당시의 의지에서 벗어나 순박한 정치가 퇴색된다면 유종의 미를 거두기 힘들다"라며 당태종의 잘못과 실책을 꾸짖었다. 위징은 그러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려운 몇가지 원인을 당태종에게 설파했다. 욕심을 버리지 않고 나라의 근본인 백성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없다고 했다. 또 사치하고 소인배를 가까이하며 주변에 인재를 멀리한다면 이 또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신하를 공경하고 오만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국가를 처음 창건할 당시의 마음으로 끝까지 행한다면 사직의 안위와 국가의 평안은 당연히 이루어진다는 게 위징의 생각이었다. 마무리가 중요함을 일깨우는 '수성(守成)의 철학'이다.
제6대 홍성군의회가 다음주부터 사실상의 마지막 회기에 돌입한다. 내년 홍성군의 살림살이를 챙겨봐야 하는 일년중 가장 큰 일이 20여일간 계속된다. 군민들의 혈세를 가지고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것이기에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군의회의 모습을 보면 실망스러움이 앞선다. 온통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만 관심사일 뿐 홍성군의 살림살이를 챙기는 것은 뒷전이다.
처음 제6대 지방의회가 출범했을 때는 군민들의 기대가 적지 않았다. 새로운 인물들이 새 바람을 일으켜 줄 것이라는 기대와 소망이 담겨 있었다. 이전 의회에 대한 실망이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출범초기 의원들은 나름 공부하는 분위기였다. 처음 등원했기에 군정 전반을 파악하고 부족한 지식을 메우려는 노력이 필요했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는 대단했었다.
그러나 그런 의지는 오래가지 않아 예전의 의회 모습으로 회귀했다. 집행부 견제라는 직무를 망각하고 적당히 바꿔 치기하거나 오히려 집행부를 두둔하는 모습에서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심문하듯 윽박지르는 고압적 자세나 아니면 말고식 문제 제기도 여전했다. 심도있는 분석이나 대안 제시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의원은 신분을 활용해 자기 잇속을 챙기기도 했다. 물론 몇몇 의원은 자기 직분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물을 흐리는 이런 의원들로 인해 희석되고 빛을 잃었다.
최근의 홍성군의회 모습은 더욱 한탄스럽다. 선거철이어서인지 의원 사무실은 개점휴업 상태다. 모든 발길은 유권자들 앞에 정렬했다. 너나 할 것 없이 행사장을 찾아가고 이른 새벽 관광버스 앞을 기웃거린다. 유권자 몇 명이라도 모여 있는 자리라면 얼굴 내밀기에 바쁘다. 처음 6대 의회가 출범했을 당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이런 모습을 보는 군민들의 입에서는 한숨소리가 깊어져 간다. 지역민들 사이에 역대 의회 중 최악이라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군민들은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사실상 마지막 회기에서라도 처음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내년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을 만나러 밖으로 뛰는 게 당연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마저 내팽겨 치고 표만 찾아다니는 것은 직무 유기다. 군민들은 때만 되면 얼굴을 내민다고 해서 그를 진정한 일꾼으로 여기지 않는다.
'끝이 좋으면 과정도 좋다'라는 말처럼 마무리는 모든 일의 시종을 아우른다. 그렇기에 유종의 미를 거둔 자만이 달콤한 성공의 열매를 맛볼 수 있다. 군민들은 그런 사람들을 다시 선택할 것이라는 것도 불문가지다. 유권자들은 결코 우매하지 않다. 다만 알고도 모른 척 할 뿐이다. 그 답은 6개월여 후에 보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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