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 미술산책] 홍성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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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 미술산책] 홍성 동문
  • 홍주일보
  • 승인 2014.03.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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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홍성의 ‘홍주성’ 동쪽에 위치한 동문(조양문)을 그린 것이다. 고암의 그림 가운데 홍성과 관련한 그림은 ‘홍성 월산하’, ‘고향집’ 등 몇 점이 없다. 동문은 지금도 건재한 건축물이다 보니 실물과 그림을 비교할 수 있어서 흥미를 자아낸다.
그림의 제작 시기는 소화12년 그러니까 서기 1937년, 고암 나이 34세 때에 그린 것이다. 고암은 35년부터 45년까지 일본에 유학을 갔다. 그런데 이 그림을 그린 시기가 37년인 것을 보면 당시 일본과 한국을 오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20대의 ‘죽사’ 시기와 30대의 ‘고암’ 시기를 구분 짓는 시각도 발견할 수 있는 그림이다. 왜냐면 이응노의 20대는 전통 문인화와 수묵화를 모방 답습하며 조선미전에 출품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30대에 일본으로 건너간 후에는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신남화’ 및 서양미술 실기법을 배우게 되는데 바로 현실의 사물을 사생하는 시각과 태도를 배우게 된 것이다. 일본에 건너 간지 겨우 1, 2년 만에 그림의 대상을 선택하는 시각이 매우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실을 담아낸다는 것, 구체적인 삶의 현장을 대하는 태도 및 휴머니즘의 맹아를 그림으로부터 발견하게 된다. 실제 동문과 이 그림을 바라보며 얼마 전 숭례문 복원의 난맥상이 떠오른다. 옛 건축물의 원형 복원을 엉터리로 하는 마당에 삶과 예술의 원형을 고민한다는 것은 얼마나 먼 이야기일까. 윤후영(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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