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남편 따라 홍동 정착 슬로푸드 내포지부서 활동 안전한 먹을거리 확산 앞장
사회복지사로 지역 봉사도 농업은 가장 중요한 산업 가치 인정되도록 노력할터
“콩 세알을 심고 랄라랄라랄라~. 콩 하나는 땅속 벌레들이 먹고, 콩 하나는 짹짹 새들이 먹고, 나머지 하나는 내게로 오지요.”
홍동면 금평리 김애마을의 한 오미자 농장을 찾아가면 일하는 사이사이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르는 농부를 만날 수 있다. 주인공은 농사꾼이자 사회복지사 등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손정희(53) 씨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콩을 심을 때도 한 구덩이에 세알 씩 심었다고 하죠. 한 알은 벌레가 먹고, 한 알은 새가 먹고, 한 알은 싹을 틔워 사람이 먹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식물들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하곤 하죠.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식물들의 소리가 들리고 자연과 생명의 본질을 엿보게 되는 느낌이에요.”
손 씨는 아산 탕정 출신으로 YMCA 등 시민사회운동을 하며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에 1989년 홍성에 내려왔다. 지금 사는 홍동면 김애마을에 정착한 것은 15년전 이다.
손 씨는 농사를 짓겠다고 내려왔지만 당시에는 가진 것이 없어서 농사만으로 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단다. 때문에 농사를 주업으로 하기 어려워 농사짓기 시작한지 2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농사꾼으로는 부족한 것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5000㎡의 밭에 오미자를 기르고 자연을 노래하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사는 농업을 일구어 오고 있지만 농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하늘과 땅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당시에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점이죠. 덕분에 오미자 농사 초기에는 많은 실패를 겪었어요. 어떤 때는 너무 슬퍼서 죽은 오미자를 잡고 울기도 했었죠. 그러다 살아남은 오미자를 보며 오미자와 대화하고 노래를 하면서 어느 순간 고통스러움이 노래에 실려 날아갔어요. 식물들과 대화하고 노래 부르며 그 속에서 자연이 갖는 생명력과 하나 되는 특별한 경험을 느끼게 됐어요.”
지금까지 손 씨가 만든 노래는 20~30여 곡에 달한다.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 같은 아기자기한 노래에서부터 신을 찬양하는 성가와 같은 노래까지 다양한 손 씨의 노래 속에는 자연과 생명의 신비가 함께 녹아들어 있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지만 작곡이나 작사법 같은 것을 배워본 적은 없어요. 지금도 악보 볼 줄도 모르는데 노래를 만드는 것을 보면 스스로도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농사를 지을 때면 늘 식물들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하는데 자연과의 대화 속에서 느끼는 것들이 나도 모르게 노래로 나오게 되요.”
최근에 손 씨는 농사 외에도 슬로푸드 내포지부 활동을 하며 안전한 먹을거리 확산과 농업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슬로푸드란 패스트푸드와 대립하는 개념으로 지역의 전통적인 식생활 문화와 식재료를 확산하는 운동이다. 햄버거와 피자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패스트푸드 외에도 성장촉진제 등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생육을 조절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거부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음으로써 생명을 이어가고 그 음식이 내 몸을 구성하는 일부분이 되는 만큼 음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요소이죠. 패스트푸드를 많이 섭취하면 아토피나 정서불안이 올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져요.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좋은 먹거리를 선택하면 생산자인 농민도 그에 맞춰 가게 되죠. 단순한 소비운동이 아닌 생산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손 씨는 “농사는 소득이 낮아 외면 받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산업이기에 1차 산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농업은 농작풀을 판매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요소 외에도 환경적, 정서적 요소도 함께 갖고 있는 만큼 농업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