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석·황선미 부부 (마라의 샘)

동물병원 두 곳이 붙어 있는 사이에 지하로 내려가는 문이 있다. ‘마라의 샘’이라 이름 붙여진 이 공간에 커피 볶는 향이 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장원석(35)씨, 황선미(31)씨 부부가 오면서부터다. 부부가 오기 전까지 이 곳은 그의 매형인 수의사 강상규(39)씨가 운영하며 명사 초청강연, 작은 음악회, 라이브콘서트, 독립영화 상영, 독서모임, 작품전시회 등 다양한 공연과 문화행사를 열어왔다.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인 컴패션을 알리고 싶어 하던 강 씨는 다양한 문화활동을 매개체로 사람들에게 컴패션을 알렸다. ‘마라의 샘’이 카페로 재탄생하게 된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강 씨는 “좋은 공간을 만들었는데, 원래부터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주로 오고, 새롭게 찾아오는 사람은 별로 없어서 안타까웠어요.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편하게 찾아 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고민 끝에 ‘커피’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마침 처남과도 의견이 맞아 카페를 열게 됐어요”라고 전했다. 처음 이 곳을 카페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손사레를 쳤다. 홍성에 큰 카페도 많은데 과연 누가 이곳을 오겠냐는 거였다. 더군다나 지하에 자리 잡고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렇지만 좋은 일을 하면 알아줄 사람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두 사람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마치 옛 유럽의 살롱처럼 ‘마라의 샘’이 만남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와인업계에 종사하던 장 씨는 ‘마라의 샘’을 카페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1년 넘게 커피에 대해 공부했다. 대전에서 커피교육도 받고, 직접 카페 운영도 하며 준비운동을 마친 끝에 아내와 함께 홍성에 내려오게 됐다.
거의 결혼과 동시에 홍성에 내려오게 된 부부는 1년 6개월여의 시간 동안 ‘마라의 샘’에서 새로운 인연을 쌓아가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미술교육을 하고 있는 황 씨는 이곳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카페에 들른 홍성여중 특수학급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다. “카페에 전시돼있던 바느질 작품들을 보고 ‘누가 했어요?’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제가 수업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시니까, 제게 아이들에게 수업을 해 줄 수 있냐고 부탁하셨죠.” 평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술교육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황 씨는 선생님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황 씨가 ‘때깔나게 다 같이 살자’를 모토로 홍성에서 문화예술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는 모임 ‘때깔’의 인연을 만나게 된 것도 마라의 샘에서다. 홍성 토박이와 귀촌 청년 등 6명이 모여 ‘때깔’을 만들었다.
때깔 멤버들은 시간을 내 장곡초와 반계분교, 오서분교의 아이들을 찾아가 미술 교육을 펼치고 있다. 올해 목표는 아이들에게 많은 문화적 혜택을 주는 것이다. “어느날 한 아이가 저에게 묻더라고요. ‘선생님 캘리그라피가 뭐에요? 해보고 싶은데, 할 줄 아세요?’라고요. 이런 말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서울에 있는 아이들은 그런 걸 많이 접하잖아요. 알려주면 잘 하는 아이들인데 알려줄 사람이 없고, 교육적 혜택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올해는 그래서 이런 걸 많이 하는 게 목표에요.” 이들 부부는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장 씨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마라의 샘에서 작은 전시나 공연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홍성에는 전시공간이 많지 않아요. 일반인이 자기 능력을 보여주기도 쉽지 않죠. 소소한 전시를 원하는 분들에게 ‘해보시라’며 판을 벌려드리는 것뿐이에요. 혹시 아나요. 비틀즈가 작은 언더그라운드 밴드에서 시작한 것처럼 여기서도 아마추어가 크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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