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남산 오르며 곤충 연구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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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남산 오르며 곤충 연구에 매진”
  • 김현선 기자
  • 승인 2014.08.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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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곤충생태연구소 박승규 소장

한국곤충생태연구소 박승규(62) 소장이 그가 채집한 곤충이 든 케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장수풍뎅이는 알을 200개 이상 낳는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남아있는 유충은 30여 마리밖에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한국곤충생태연구소의 박승규(62) 소장이 던지는 질문이다. 그는 교직생활에 몸담았던 시절부터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곤충의 한 살이 과정을 과학적으로 탐구·분석하고 있다.

“장수풍뎅이 유충이 알을 까고 나오면 제일 먼저 알껍질을 먹습니다. 그 알껍질 냄새를 기억하고 주변에 있는 알들을 먼저 나온 유충이 잡아먹어버립니다. 그래서 장수풍뎅이가 낳는 알은 많아도 최종적으로 남아있는 유충은 적습니다” 그는 주로 남산과 용봉산으로 곤충을 채집하러 다닌다. 생물군집에서 그 군집의 성격을 결정하고, 군집을 대표하는 종류를 말하는 우점종을 찾기 위해서다.

거의 매일같이 장화를 신고 일정한 시간마다 남산에 오르니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비오는 날을 빼고는 거의 매일같이 10시만 되면 남산에 올랐어요. 어떤 사람들은 ‘저 사람 미친 사람 아닌가’하기도 했습니다.(하하) 산에 올라가 저는 트랩을 설치하고 곤충을 채집하고 분류했죠” 남산 초입에 위치한 내포문화숲길 홍성센터에 가면 그가 채집해 표본으로 만든 곤충들을 볼 수 있다.

우리고장에서 채집해 분류한 곤충에는 이름과 함께 ‘남산’, ‘용봉산’이라고 그 채집 위치가 적혀있다. 지리산이나 계룡산 같은 국립공원도 아닌 홍성의 남산과 용봉산의 곤충에 대해 연구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보통 곤충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국립공원이나 개발지역으로 곤충을 연구하러 떠나요. 반면 자기 지역의 곤충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자기 지역의 생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곤충에 대해 연구하다보니 멸종위기의 곤충을 발견하기도 한다. 백원짜리 동전크기만한 꼬마잠자리가 그것이다. 꼬마잠자리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분류돼있다. 농사짓지 않은 지 5년 정도 지난 무논(물이 괴어있는 논)에서 발견되는 꼬마잠자리는 작은 크기만큼이나 사람 무릎높이 정도까지만 날 수 있다.

꼬마잠자리가 어디서 발견되었냐는 질문에 그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발견지가 어디인지 알리는 순간 서식지가 초토화돼버린다는 이유에서였다. “7년 전 방송에서 부여에 위치한 꼬마잠자리 습지를 내보낸 적이 있어요. 그때 직접 습지에 가서 촬영도 하고 인터뷰도 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후 다시 그 지역에 가보니 꼬마잠자리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지역에서는 꼬마잠자리와 다양한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할만한 환경을 만들어 보존해보려고 노력중입니다. 꼬마잠자리 서식 환경을 유지해주고 보호한다면 절멸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가 곤충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지는 벌써 30년이 넘었다. 교직에 있으며 그는 주로 읍·면단위의 작은 학교에서 근무했다. 30여 년 전 은하면에 위치한 대하초등학교에 근무할 당시 아이들이 사마귀 알주머니를 가져다 교실에 놓았다. “그 알주머니를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연구했어요.

그게 계기가 돼 이후 꾸준히 아이들과 함께 주변의 곤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게 됐습니다” 교단에서 내려온 지금도 그는 우리 지역의 아이들에게 곤충연구에 대한 자문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홍성여중 학생들이 진행한 ‘잠자리 수채 가동구의 구조와 움직임에 관한 탐구’를 자문해 학생들이 국제대회까지 나갈 수 있게 도왔다. 그는 자라나는 아이들이 곤충에 관심을 가지고 생명존중의 가치에 대해 배웠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벅스 에이지(Bugs Age)라는 말이 있어요.

아이들이 곤충을 잡으면 다리를 하나하나 떼어 잔인하게 죽이는 세대라는 뜻이지요. 아이들이 곤충의 신비한 모습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 죽여야 하는 존재가 아닌 생명을 가진 소중한 존재라고 인식하지 않을까요?” 그는 곤충체험학습장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충남만 하더라도 여러 곳에 곤충체험학습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그저 자라는 모습을 보고 만져보는 과정이 전부입니다. 그 과정을 넘어 곤충의 한 살이 생애를 과학적으로 탐구해 볼 수 있는 곤충체험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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