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놈’들과 ‘잡스럽게’ 놀아 보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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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놈’들과 ‘잡스럽게’ 놀아 보시렵니까?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4.10.2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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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탐방-문화연대

윤봉길 의사 상행의거 82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에 참가한 문화연대.

‘잡것들이 잡스럽게 놀자’고 뭉친 이들이 있다. 좋게 말하면 개성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잡것’이라고 스스로를 칭할 만큼 인적 구성도 중구난방 종잡을 수 없다.

폐기물처리업을 하는 문성기 씨, 교사인 문철기 씨, 노블오카리나에서 근무하는 최봉석 씨, 풀무생협 윤혜경 상무이사 등을 비롯해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8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이들이 무슨 목적으로 왜 모인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이들을 하나로 묶은 모임의 이름은 문화연대다. 이름은 다소 거창하지만 전문 문화예술인들이 모인 것도 아니고 대단한 사업을 하는 단체는 아니다.

말그대로 잡스럽다고 할 만큼 활동도 종잡을 수 없고 명확한 단체 성격도 규정도 없다. 그저 마음 가는대로 음악과 춤 등 각종 문화예술 활동을 하며 즐기는 모임이다.

대신 모임이 각자 회원들을 얽매는 것이 없다보니 활동의 폭이 넓고 자유롭다. 문철기 씨는 “전문가도 아니고 악기, 노래, 춤 등 문화·예술의 소양을 조금씩 갖춘 사람들이 마음 가는대로 하는 모임이니 제대로 하는 것이 없이 잡다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각자의 활동을 구속하는 것 없이 자유롭고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니 모임에서 무엇인가 추진 할 때는 오히려 더 의욕적으로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농담반 진담반 섞어서 하는 말이 있다.

“막걸리만 주면 어디든 갑니다” 굳이 막걸리일 필요는 없지만 문화연대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어디라도 가서 선뜻 판을 벌린다. 그곳이 번듯한 무대가 아니어도 좋다.

연주회 등의 잘 차려진 무대가 아니라도 이웃의 집들이나 결혼식, 혹은 사회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집회 현장이라도 마음이 간다면 어디라도 가서 공연을 펼친다. 흥이 솟으면 몇 시간이고 지치지 않고 공연을 이어나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단순한 일손 돕기라도 마음이 동하면 움직인다. 최봉석 씨는 “문화·예술하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놀고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보니 마음이 움직이면 바로 실행하죠. 같이 연주하고 즐길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겁니다.

또 회원들이 각자의 지향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고 함께하는 것이 문화연대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활동은 높고 거창한 것을 지향하기보다는 낮고 평범한 곳에 중심을 두고 있다.

문철기 씨는 “문화예술인 가운데 정식 무대를 고집하는 분도 있겠지만 우리는 잡것을 칭하는 만큼 바닥에 내려와 대중과 호흡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바닥이라는 것이 공간적인 개념이기도 하고 사회계층적인면도 있는데 관객과 서로 소통하고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무대가 아니라도 문화연대를 필요하는 곳이 있다면 판을 벌리고 누군가 아파하는 곳이 있다면 달려가 음악으로 위로해준다. 매주 열리는 세월호 추모 문화제에서 공연하는 것도 이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큰 참사로 아파하고 지친 이들을 문화·예술로 위로하자는 것이다.

매주 목요일이면 추모제가 이어질 수 있게 음향이나 공연 등을 준비해 밑거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를 맡고 있는 민성기 씨는 “나도 가슴이 아팠고 많은 이들이 힘들어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고민하다 추모제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필요하다면 계속 도울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회원들 간에 서로 즐겁게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각자의 활동을 지원하고 돕는다는 소박한 목적으로 모였지만 최근에는 지역의 문화예술 저변을 넓힐 수 있는 활동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민성기 대표는“매주 목요일 세월호 추모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는데 추모 문화제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꾸준히 복개 주차장에서 문화공연을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복개주차장에 가면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열린 문화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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