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80년대를 지나온 세대에게 만화방이라고 하면 흐릿한 형광등 불빛에, 자욱한 담배 연기, 체육복 차림을 하고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사람들을 먼저 떠올릴지 모른다. 만화방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의 단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홍동면 운월리 21세기마트 2층에 위치한 ‘ㅋㅋ만화방’을 방문해보면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한 방에 날아간다. 입구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만화방에 올라서면 벽 한 켠에는 로보트태권브이가 듬직한 모습으로 청소년들을 맞이한다. 책장과 테이블, 가구 등은 원목으로 만들어져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앉아서 보거나
천장을 보며 누워있거나 저마다 내키는 모습으로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ㅋㅋ만화방(이하 만화방)’은 홍동-장곡지역 아동과 청소년을 지원하는 햇살배움터교육네트워크(이하 교육네트워크)에서 지난 8월 8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곳이다. 청소년들의 교육을 생각하는 모임에서 만화방을 운영한다니 선뜻 이해가
지 않을 수도 있다. 교육네트워크는 지난해부터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 거점의 필요성을 고민하며 청소년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을 생각한 끝에 만화방을 생각했다. 만화방 관리를 맡고 있는 최수영 교육네트워크 간사는 “어른과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있지만 청소년을 위한 공간은 없었죠. 다소 우려하는 분
도 있었지만 직접 방문해 보시고는 이제는 즐겨 찾는 어른들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교육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모여 만든 곳인 만큼 만화책 선정 과정도 남다르다. 지역 내 중고등학생들의 설문과 추천을 받고, 지역 출판사의 자문도 구했다. 만화라면 마냥 부정적으로 보던 학부모들도 즐겁고 감명깊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 1400여권을 구해 책장가득 채웠다. 최수영 간사는 “만화방을 운영하자고 제안은 했지만 전에는 만화에 대해 관심도 없고 잘 몰랐었죠. 이 곳을 운영하면서 만화를 처음 접했는데 ‘만화를 통해 감동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만화방은 청소년우선공
간으로 청소년들이 하는 일에 간섭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누워서 뒹굴뒹굴 구르며 만화책을 보거나 아무생각 없이 멍하게 있거나 혹은 구석진 곳에서 남들 눈을 피해 만화책을 봐도 아무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 청소년들은 학교를 마치고 할 일이 없을 때 가볍
게 들려서 만화책을 보거나 친구들끼리 모여 보드게임을 즐기거나 혹은 자기들끼리의 비밀스러운 작당(?)을 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는다. 만화방의 운영은 교육네트워크의 힘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교육에 관심이 있는 지역 주민들의 지원과 함께 한다. 주말시간 운영에서부터 만화방 특별 프로그램까지 지역민들
의 참여 속에 이뤄진다. 특히 최근 학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타로카드점도 지역 주민의 도움으로 매주 1회씩 운영 중이다. 타로카드점을 통해 그 또래 아이들이 부모, 친구, 선생님에게 털어 놓을 수 없는 문제와 고민들을 털어놓을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교육네트워크 이재혁 간사는 “아이들이 편
하게 모일 수 있고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선은 아이들이 만화방이라는 곳이 편하고 자유롭게 올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차차 아이들이 이곳에서 모이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면 아이들끼리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게 지원할 생각입니
다”라고 말했다. 만화책에 대한 향수와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홍동면 ‘ㅋㅋ만화방’으로 추억의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