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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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46>
  • 한지윤
  • 승인 2015.06.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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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생수니 미네랄 워터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신중의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거품은 초정리 약수에 일화생수를 섞어 미네랄 워터를 칵테일한 것보다 더욱 진한 것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찬란한 일요일 아침.
벅찬 희망과 감격을 비추이며 동녘하늘로부터 솟아오른 태양이 우후죽순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오른 빌딩의 옥상에 턱걸이 했다. 그리고는 쫙 빠진 체조 여자선수가 평행봉을 넘으며 아슬사슬한 눈요기를 관객들에게 보여 주는 듯 했다. 겁도 없이 쫘악 벌린 두 다리 중간 쯤이 위태롭기만 하다는 것은 남녀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전화벨이 울렸다.
정확히 오전 10시 28분 37초.
오늘의 스케줄을 점검하기 위한 호동의 체크전화였다
"신중아, 전화받아라."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신중은 콧노래를 불렀다. 약속시간은 서울역 시계탑에 있는 커다란 두 개의 바늘이 시계침대 위에 누워 다정하게 포개누워 뽀뽀하는 열두 시 정각으로 정해져 있었다.
"여보세요?"
신중이 묻자 호동은 대뜸 용건부터 꺼냈다.
"야, 신중아."
"왜?"
"너 오늘 무슨 옷 걸치고 나올 거니?"
신중은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부터 어떤 설을 까기 위해서는 어머니가 곁에 있으면 도저히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는 헛기침도 없이 술술 풀어나갔다.
"나 말이니?"
"응. 난 어쩐지 입을 옷이 그저 그래서 말야."
"나야 항상 그렇지."
"어떻게?"
신중은 눈빛을 빛내며 두뇌를 회전시켰다.
"나이키 신발에 액티브 바지, 프로스펙스 면티에 미즈노 남방 정도가 아니겠니. 아무래도 위크앤드에는 캐주얼하게 어울릴 테니까."
"얌마, 그건 너무 야해!"
호동이 볼멘소리를 냈다.
"야하다니?"
"그래 가지고 나같이 메이드 인 평화시장 뿐인 인품이 어디서 죽어서 근처에나 가겠냐. 그러지 말고 의리 좀 부활시키자."
"어떻게 말이지?"
"수수하게 놀자구."
"어떤 게 수수한 거지?"
"나이키 액티브 찾지 말고 거시기 뭐냐, 그냥 평화시장으로 하자구. 뭐하면 청평화시장도 있어. 종로 5가 의류센타도 있구. 이만하면 알아듣겠지?"
호동은 진심인 듯 했다.
실제로 그가 그런 일용잡화와 어느 정도 절친한지 신중은 몰랐다. 가정형편으로 보면 나이키 아니라 원조 나이키를 몇 십만 원이라도 주고 사들일 수 있었으니까.
다만 티내지 않으려는 호동의 성격이고 보면 고의적으로 평화시장을 택할 가능성은 있었다.
"알았다, 알았어."
신중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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