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한무(壽,限,無)
상태바
김수한무(壽,限,無)
  • 이성철 <나사렛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6.03.17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격문[檄文] : ①사람들을 선동하거나 의분을 고취하려고 쓴 글. 격(檄) 또는 격서(檄書)라고도 한다. ②적군을 설복하거나 힐책하는 글. ③급히 여러 사람에게 알리려고 각처로 보내는 글.

 수능을 볼 때나 입시철이 되면 각 해당 학교의 인근이나 교문에 여러 가지 응원의 글들이 범람한다. 선배나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문구에서부터 반드시 합격해 주기를 기원하는 간절한 소망까지 여러 형태의 격문들이 주변을 장식한다. 선거철이 되면 여러 가지 격문-공약이 여기저기 나붙는다. 뭐 그 내용이야 대충 그렇다 치자. 매일 듣고 보아도 역시 똑같음을 이제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까. 하긴 그런 말에 또 속아서 귀중한 한 표를 던져주는 사람도 있으니 격문이든 거짓공약이든 붙이지 않는 것보다는 일단 붙여보는 것이 낫겠지. 적어도 손해는 아닐 테니까.

 예전에 코미디에서 자식의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의 이름을 붙여준다는 것이 “김수한무(壽,限,無), 거북이와 두루미…”라는 내용이 기억난다. 요즘 뉴스를 보면서 정말 세상을 잘 풍자한 이름 아닌가 생각하여 웃음이 터진다. 김ㅇㅇ, ㅇㅇ수, ㅇ한ㅇ, ㅇ무ㅇ을 말했나? 웃자. 어쨌든 윤아무개가 통화를 했단다. 녹취록을 보면 누구 죽여, 누구 죽여야 돼. 에효... 무섭다. 조선시대에는 살생부가 아닌 ‘생살부’였단다. 우선 살려야 할 사람부터 명단을 작성하고 그 후에 죽일 사람의 명단을 작성했다해 ‘생살부’였다는데, 세상천지가 뒤바뀐 요즘에 오히려 죽일 사람의 명단만을 작성한다고  ‘살생부’라니. 내가 과연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요즘은 백성들이 정치에 대해 관심들이 없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도전달매체의 발달로 언제 어느 곳에서의 어떤 일이라도 ‘뉴스’라는 형태로 모든 백성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그렇다면 ‘뉴스’를 접하는 백성들의 시선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그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라도, 자신들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항상 자신들의 상황을 보아줄 백성들을 생각하며 주변 정리도하고, 분위기도 꾸며야 할 것이다.  우연치 않게 채널을 돌리다가 어떤 정당의 회의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뒷면 벽에 배경으로 써 붙여 놓은 문구가 눈에 커다랗게 들어왔다. “정신 차리자. 한 순간 훅 간다.” 과연 백성들이 그 격문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해주기를 바랬을까. 과연 ‘정신차리자’는 문구가 백성들 보기에 합당한 격문이라고 생각해서 기자들이 시도때도 없이 드나드는 곳에 붙여놓고 거창하게 회의한다고 둘러 앉아있었던 것일까.

며칠 지나서 다시 채널을 돌리다가 또 한 번 웃기지도 않는 문구를 보았다. “잘하자 진짜.” 애들이 SNS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한 나라의 정치를 책임지고 있다는 정치인들의 배경으로 과연 적절한 문구였을까. 아니면 그 뉴스를 보는 모든 백성들에게 한 말일까. 백성들에게 “정신 차려라. 아니면 누구든 한방에 훅 보낸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백성들보고 “니네들 잘 좀 해라 진짜”라고 협박한 말은 아닐까.

총선이 얼마 남지도 않은 시점에 백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여당은 여당끼리, 야당은 야당끼리 싸워가며 오히려 모든 백성들로부터 배척당할 일들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가진 것 한 푼 없는 내가 이 나라에 계속 살아야 하는 것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선거철만 되면 “나는 불출마 하겠다”고 기자회견까지 하던 사람들이 어떤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다시 출마선언을 해가며, 이 모든 것이 백성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도 되지 않는 핑계를 대면서까지 정치라는 판에 뛰어드는 것을 보면 정치가 좋긴 좋은 모양이다. 하기야... 권력과 돈이 생기니 정치보다 더 좋은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이제는 정치한다는 사람들에게 말하기도 지친다. 정말 지금부터라도 모든 백성들이 정신차려 야 할 때라 생각한다. 저런 모습을 보면서까지 정치에 고개숙여가며 빌붙으려하고 그 그늘아래서 활개치고 싶어서 들개처럼 모여드는 백성들이 정신차리지 않는 한 결코 진정으로 백성들이 주인이 되는 그런 나라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모든 백성들이 냉정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냉철하게 정치와 정치권과 정치인을 볼 때 올바른 정치도 이뤄지고, 올바른 격문을 붙이고, 진정으로 백성들을 위하는 올바른 정치인들이 힘없는 백성들을 위해 올바르게 정치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 지역민참여보도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