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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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 선거
  • 이성철 <나사렛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6.05.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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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班長) : 1)어떤 일을 함께 하는 소규모 조직체인 반(班)을 대표하여 일을 맡아보는 사람. 2)행정 구역의 단위인 ‘반’(班)을 대표하여 일을 맡아보는 사람. 3)교육 기관에서 교실을 한 단위로 하는 반(班)을 대표하여 일을 맡아보는 학생.
해마다 신학기가 시작되면 각급 학교에서는 반장선거가 치러진다. 그리고 이 반장선거에 아주 가끔씩, 정말 아주 가끔씩이지만 많은 보이지 않는 힘들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는가보다. 아무래도 반장이라도 맡게 되면 여러 가지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이 있나보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반장들이 같은 반 아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정당하게 당선되어 진정으로  자신이 속한 학급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세상을 알기도 전부터 반장이라는 역할을 선출하는 행사에 당사자인 학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형태의 도움이 개입되는 경우도 아주 가끔씩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 조기 귀족교육임에 틀림없다.
하긴 요즘처럼 진학 등 여러 가지로 생활기록부의 영향력이 커져가고 있는 시기에 실질적으로 학교를 위해 봉사하고, 생활기록부에 무엇인가 한 가지라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역할을 맡게 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기능을 하게 하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아주 극소수의 경우지만, 반장이라는 명분을 그저 자식들의 앞날을 위해 생활기록부에 몇 점 더 가산점을 받기 위해 시켜야하고, 아이들에게 그러한 상황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게 만드는데 우리 교육의 기본부터 망각되는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과연 성장 후에 국가의 대계를 설계하는 분들의 선거에 대하여는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그러한 선거마저 당연히 자신들의 반장처럼 된다고 생각하게 되면 과연 그 아이들이 짊어지고 나아갈 국가는 어떻게 될까.
누군가와의 대화중에, 유치원 시기부터 아이들의 교육을 망치는 것은 어쩌면 대리만족을 위한 지나침에 있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거의 모든 부모들은 처음 세상을 접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취미와 특기에 맞는 진로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뒷바라지하며 열심히 돌보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주 가끔씩 아이의 적성이나 선택과는 별개의 앞날을 당사자인 아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답답해짐을 느끼곤 한다.
선거가 엊그제 끝났다. 누구 혹은 어떤 한쪽 편을 들자고 하는 말이 절대 아니니 내 말을 오해하지는 마시라. 선거결과야 솔직히 백성들 개개인과는 무관한 일일테니 그냥 접어두고라도, 이제는 다시 같은 편끼리의 반장선거가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완전히 ‘나의 승리’라고 확신하듯 “대통령이 사과하면…”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반장선거에 드러내 놓고 관여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대통령이 과연 ‘양적완화’가 무슨 의미인지는 알기나 할까”하면서 겨우 중간에 낀 -말하기 좋고, 듣기 좋은 말로는 ‘캐스팅보트’라고도 하는- 입장을 대단한 권력이라도 손에 쥐고 있는 듯 떠들고 있다. ‘알파고’가 바둑을 두는 세상인데 좀 웃긴다. 모르면 어떤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찾아보면 될 것을… 아무리 선거결과가 생각외로 좋았다 하더라도 그런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척’한다고 본색이 감춰질까. 언젠가 말했듯, 당의정이론(Sugar Coating Theory)을 다시 기억해 보시라.
반장은 결코 어떤 대상을 향한 권력이 되어서도 안되고, 절대 그렇게 사용되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 누구의 입김도 그 역할에 작용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총선도 끝나고 오랜만에 여소야대라는 정국을 만들었다. 연일 뉴스에서는 ‘백성들의 선택’이라며 여러 가지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장자리는 진정으로 백성들과 정치권과의 올바르고 적합한 수렴점을 찾아서 반드시 시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하는 자리인 것이다. 그러한 반장자리를 놓고 선거가 끝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반장선거로 또 다시 백성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과연 이번 선거에서 백성들이 보여준 의미를 알기나 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제발 부탁하건대 반장선거로 또 한 번 백성들에게 실망을 주지 말고, 제대로 된 반장을 뽑아서 백성들과의 약속을 지켜주고, 정말로 백성과 정치권 사이에서 올바르게 역할을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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