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끝난 들판에 예술 덧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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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 끝난 들판에 예술 덧입히다
  • 장윤수 기자
  • 승인 2016.12.15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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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 이봉연 ‘논바닥에 서예를 심다’두 번째 전시회
▲ 우당 이봉연 선생이 '논바닥에 서예를 심다' 전시회에서 자신의 작품 앞에 서 있다.

가을 추수가 끝난 들판은 황량하고 쓸쓸하며 스산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텅 빈 허허벌판을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수놓는 사람이 있다. 우당 이봉연 선생이 그 주인공이다.

“추수가 다가올 무렵 황금물결로 풍성하게 보이던 논이 벼를 베어내면 너무도 쓸쓸하고 황량해 보입니다. 허전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메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볏 짚단을 엮어놓은 곤포 사일리지를 보게 됐습니다. 여기에 제 서예 작품들을 부착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전시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우당의 전시회는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논바닥에 서예를 심다’라는 전시회를 개최했는데, 주민들을 비롯해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올해는 전시회가 진행되는 청양군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탕으로 진행하게 됐다.

“이번 전시를 위해서 청양문화원장님과 청양군의회 의원님들, 비봉면장님과 부면장님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셨습니다. 특히 이웃 어른께서도 논 주인과 짚단 주인을 만나 전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주셨고, 짚단을 나르는 분들까지도 즐거운 마음으로 정리해 주셔서 두 번째 전시를 원활히 진행하게 됐습니다.”

우당은 봄에 모내기를 하고 여름에 푸르게 자라는 모습, 가을 황금빛으로 출렁이던 벌판이 유독 겨울이 되면 쓸쓸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주목해 자신의 예술작품을 전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때문에 우당의 전시회는 단순한 전시의 의미를 넘어서 싸늘하고 허허로운 겨울의 분위기를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의 공간으로 바꾸는 의미를 갖는다.

“논바닥을 들여다보면 어머니의 뱃가죽이 생각납니다. 모든 생산을 끝낸 뒷모습이 그러하듯 자식들을 잉태하고 출산한 어머니의 뱃가죽은 쭈글거리고 생기가 없죠. 논바닥도 그렇습니다. 조상 대대로 수 천 년에 걸쳐 쌀을 생산한 논바닥에 어머니 뱃가죽처럼 썰렁한 바람이 지나가는데 이곳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말없는 희생의 의미에 대한 경건하고 숭고한 마음일 것입니다.”

특히 우당의 전시회는 농촌에서 일을 하느라 바쁘고 평생 예술 작품과는 거리가 멀었던 지역민들을 위한 찾아가는 전시이기도 하다. 농민들에겐 그 어느 곳보다 친숙하고 익숙한 공간에 예술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지역민들이 예술과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순수함’과 ‘고상한 마음’에 비중을 둔 삽화와 글 내용들이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은 경제적으론 어렵고 힘들었어도 정이 넘치고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시절을 생각하며 요즘처럼 고단한 삶에 조금이라도 위안을 삼자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야외 전시의 경우 대부분이 ‘깃발전’으로 진행되지만, 짚단을 사용한 것은 우당의 전시가 거의 최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당은 이번 전시회에서 130여 점의 대형 작품을 논바닥 주변에 700m 이상의 거리로 전시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우당 이봉연 선생늠 중학생 때부터 서예공부를 시작해 전통서예인 궁체와 판본체를 공부하고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현대적 시각과 감각에 맞는 글자꼴을 표현하자는 생각으로 ‘우당서체’를 개발해 우당체 교본과 작품집을 출간한 바 있다. 2006년에는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통해 우당서체 발표전을 가졌고, 2014년부터 캘리그라피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해 교재 출간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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