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녹아든 따뜻한 공간‘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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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녹아든 따뜻한 공간‘현옥’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7.03.0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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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던 흔적’ 남긴 게스트하우스 ‘현옥(賢屋)’
게스트하우스 현옥 간판과 외부모습

“1941년에 지어진 옛 경찰서 관사 건물의 일부분을 지난해 9월 말부터 내부 원형을 살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제 게스트하우스 현옥이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현옥이 지역의 근현대 문화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쉬어가는 장소가 되길 소망합니다.”

게스트하우스 ‘현옥(賢屋)’의 주인장 조현옥 대표의 말이다. 지난달 24일 게스트 하우스 현옥 축복식이 있었다. 현옥은 홍성군청 정문 우측 도시건축과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옛 건물을 개조한 내부에 들어서면 작은 툇마루와 방이 나온다. 방 안에는 작은 원형 테이블이 놓여있고 벽에는 작품들이 게시돼 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소주병과 5알 주판이 전시돼 있다. 벽에는 스크린으로 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 담소도 나누고 모임도 할 수 있도록 침대는 놓지 않았다. 문으로 이어진 옆방은 벽면이 영자소설과 일본신문으로 덧붙여져 있다. 작은 싱크대와 샤워실, 화장실이 구비돼 있다.

게스트 하우스 현옥의 대표 조현옥 청운대 강사는 10년 전 우연히 지붕이 예뻐 끌린 이 집을 봤고 이후에 개인적으로 임대해 개조 공사를 했다. 이전에 살던 사람이 나가고 집에 들어오게 됐지만 건물의 반은 다른 사람이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어 건물의 반만 개조해 사용하게 됐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경찰서 홍주분서 자리였다. 경찰서 자리가 헐리고 주차장이 됐고 사진자료가 없었지만 1941년에 준공돼 1967년에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팔렸던 기록이 있어 집안 내부 곳곳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고 조 대표는 전했다.

조 대표는 집을 개조하면서 벽면에 옛 신문을 여러 장 덧발라 공사를 시작했다. 일제 시대 경찰서 건물이었기 때문에 바닥에는 몸을 피신했던 공간으로 추정되는 굴도 나왔다. 그 이후에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살았던 탓에 60년대 동전들과 딱지, 칼, 연필, 자 등이 나왔다. 특히나 출입문은 학교에서 뜯어온 문으로 보이는 ‘2-2반’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어 그대로 남겨뒀다고 한다.

게스트 하우스 입구에 있는 마루에서 통과하는 문에는 60년대 모기장으로 보이는 흔적도 남아있었다고 한다. “1에서 9까지 숫자가 새겨져 있고 ‘화요일에 마징가제트 해’라는 글귀도 그대로 남겨뒀다. 또한 ‘질서를 지킵시다’라는 1980년대 공익광고 1회 문구도 그대로 보존해 뒀다.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사람들에게 사람이 살았던 흔적과 기억을 되새기기 위해 남겨둔 것”이라고 조 대표는 덧붙였다. 이밖에도 60년대에서 70년대에 쓰였던 화투와 쓰던 암호, 안티푸라민 등이 옛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있다.

게스트하우스에는 3개의 방이 있는데 각 방에는 흰색 네모 방, 쉬고 싶은 방, 앨리스 책방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이 방들은 각종 모임과 연구, 수다, 다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4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흰색 네모방에는 조 대표가 직접 벽면을 칠하다가 넘어져 새겨진 붓자국도 남겨져 있다. 

조 대표는 “근현대사가 녹아 있는 건물 속 사람이 살던 흔적을 남기자는 취지에 후원해 주신 동조자들이 많아 감사드린다. 아르바이트생부터 목수 분들까지 게스트하우스에 도움을 많이 주셨다. 보조금 없이 개인 비용으로 후원인단의 도움을 받아 지은 게스트 하우스에 많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조현옥 대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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