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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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1>
  • 윤장렬 칼럼위원
  • 승인 2017.03.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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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알랭 드 보통은 2014년 그의 저서 ‘뉴스의 시대’에서 “민주 정치의 진정한 적은 무작위의, 쓸모없는, 짧은 뉴스들의 홍수다. 그것은 점차 사람들이 이슈에 대한 본질을 파고들고 싶지 않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포털에서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른 기사를 중심으로 뉴스가 제작, 소비되는 오늘날의 디지털 뉴스 시대와 더불어, 요즘같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국면에 어울리는 지적이다. 파편화되고 편향적인 뉴스의 홍수는, 소위 ‘업자’가 아니고서는 뉴스의 맥락을 따라가기도 힘들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읽는 이의 개인적 판단 능력이 절실한 시대이다.

그런데 요즘 ‘가짜 뉴스’에 대한 이슈들이 눈에 띄게 등장하고 있다. 혹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과의 힘겨루기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일들이 박근혜 탄핵과 대선을 준비하는 요즘, ‘가짜 뉴스’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예로 jtbc나 인터넷 언론에서 탄핵을 지지하거나 또는 반대하는 상호 간의 대립으로 ‘가짜 뉴스’ 논란이 있었다. 사실 ‘가짜 뉴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아일보는 1945년 12월 27일 자 1면 기사에서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모스크바 3상 회의에서 미국이 조선의 독립을 주장한 반면 소련은 조선을 다시 식민지로 만들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오보였다.

훗날 역사는 신탁통치 안을 제시한 쪽이 미국이었다고 기록한다. 우익 성향의 동아일보 기사 이후 한반도는 찬탁 대 반탁으로 갈라졌고, 미,소 공동위원회의 실패를 초래했으며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이어졌다. 48년 제주에서도 그리고 80년 광주에서도 진실을 왜곡하기 위한 ‘가짜 뉴스’가 있었다. 우리는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한 의도적 오보를 편파 보도 또는 왜곡 보도라고 한다. 물론 편파와 왜곡 보도는 모두 ‘가짜 뉴스’의 하위 개념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편파, 왜곡보도라는 표현보다 단순히 ‘오보’라고 사용한다. 그리고 ‘오보’의 원인은 특종을 쫓아다니는 기자들의 조직문화와 관행이 초래하는 결과물로 단정한다.

2014년 세월호 ‘전원 구조’ 보도는 언론인들이 스스로 고백하는 근래의 오보, 즉 ‘가짜 뉴스’이다. 정부의 잘못된 발표를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내보냈던 언론은 유가족들과 국민들에게 슬픔과 고통을 주었고, 이 같은 오보는 쓰레기와 기자의 합성어, ‘기레기’ 언론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일명 언론가에서 전해지는 세월호 오보에 대한 기자들의 공통된 반성은 “과도한 속보 경쟁 속에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오던 ‘받아쓰기’ 보도가 원인이 되었다”라는 통설이다. 오보를 인정하는 언론인들도 이를 ‘왜곡 보도’ 또는 ‘가짜 뉴스’라고 부르길 거부하는 속내이다.
<계속>

윤장렬 칼럼위원<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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