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 사육과 브라질 땅콩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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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벵이 사육과 브라질 땅콩효과
  • 박승규 칼럼위원
  • 승인 2017.03.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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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초가집이 많았던 시골에서는 년 중 행사처럼 가을이면 썩은 초가지붕을 걷어 내고 새로운 볏짚으로 갈아주는 일을 했다. 이때 초가지붕 속 썩은 새에서 나오는 통통한 굼벵이를 채집해 시골 노인들이 볶아 먹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옛 어른들이 초가지붕에서 채집해 간 질환의 치료에 사용했던 굼벵이가 바로 흰점박이꽃무지의 애벌레이고 이를 굼벵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더 친근한 이미지를 붙이기 위해 꽃벵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흰점박이꽃무지의 애벌레인 굼벵이가 작년 12월 28일 식약처에서 정식 식품의 원료로 인정받은 후 굼벵이 사육에 관심을 가진 분들로부터 사육을 어떻게 하는 것이냐는 문의를 자주 받는다. 특히 대도시에서 은퇴하신 퇴직자 분들로부터 귀농을 해 굼벵이를 사육해 보고 싶다고 하는 연락을 자주 받기도 한다. 굼벵이는 주로 발효된 톱밥 속에서 톱밥을 먹이로 먹고 자란다. 톱밥의 주 성분인 셀룰로오스가 발효되면 탄수화물로 변하여 많은 탄수화물을 먹고 생활을 하게 된다. 탄수화물만 주로 먹이로 하니 자연스럽게 동종포식 행위를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게 되는 것이고 이러한 동종포식 행위 때문에 산란한 알의 수 보다 훨씬 수확양이 줄게 된다. 즉 애벌레의 먹이인 발효톱밥을 만들 때 단백질의 함량을 높여 주면 동종포식 행위를 줄여 더 많은 수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애벌레는 하루 종일 톱밥을 먹고 하루 종일 분비물을 만들어 낸다. 애벌레는 톱밥 속에 분비물을 내어 놓는데 이 분비물들이 톱밥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고 몇 시간 후면 톱밥의 상층부로 올라오게 되어 상층부에 있던 작은 애벌레들은 분비물인 애벌레의 똥만 먹게 되어 잘 자라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한 공간 속에서 같은 먹이를 먹고 자란 굼벵이들이 모두 크게 자라지 못하고 크기가 제각각 다른 원인을 알 수 있다면 농민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굼벵이의 먹이인 톱밥 속에서 굼벵이들은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먹이를 먹고 분비물을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굼벵이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을 운동이라고 한다면 운동이 이루어진 톱밥 속에서는 무게가 무겁거나 원형 또는 타원형인 물체는 위로 올라가게 되고 가벼운 물체는 하단부로 내려가게 된다. 즉 굼벵이의 분비물인 타원형 모양의 똥은 톱밥의 상층부로 올라가고 분비물보다 가벼운 톱밥은 하단부로 내려가게 된다. 이렇게 같은 성질의 물질 속에서 운동이 일어나면 무게가 무겁거나 원형 또는 타원형의 물질은 위로 올라가고 무게가 가벼운 물질은 하단부로 내려간다는 이론이 바로 브라질 땅콩효과이다. 브라질 땅콩효과에 의하여 굼벵이의 분비물이 무게가 톱밥보다 무겁고 타원형 모양이서 위로 올라오게 돼 톱밥의 위에서 누르는 압력이 커지게 된다. 늦게 태어난 애벌레는 분비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톱밥의 상층부에만 머물게 돼 항상 분비물만 먹게 되므로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굼벵이는 살아서 움직이는 곤충이므로 작은 움직임의 특징을 세세히 관찰하고 의미를 부여해 데이터를 축적한다면 누구든 굼벵이 사육에 성공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 본다.

박승규 <내포곤충학교·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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