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물어보면 우리형제 못 찾았다고 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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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물어보면 우리형제 못 찾았다고 해주시오
  • 이철이 청로회 대표
  • 승인 2017.08.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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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51>

10년 전, 오갈 곳 없어 보이는 아저씨가 막노동현장에 앉아있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간 적이 있다. 체구가 크고 인상이 좋은 아저씨는 웃는 얼굴로 나를 반기며 인사해왔다.
“거주지가 어디세요?” 하고 물으니 거주지는 없고 막노동거리를 찾아 여관에서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한다. 피곤에 시달리면서도 웃어주는 아저씨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저씨가 이곳까지 와서 생활하는 이유가 궁금해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아저씨, 가족 이야기 좀 해줘요.”
아저씨는 생각에 잠긴 듯 한참 후에나 대답했다.
“내 아래로 동생이 두 명 있는데 같이 사업을 하다가 실패했어요. 맏형으로서 금전적인 피해를 입힌 동생들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나는 아저씨의 딱한 사정 때문에 작은 방을 하나 마련해줬다. 그 후로 아저씨는 그 방에 머물면서 막노동일을 계속했다.
아저씨는 근 7년동안 잘 지냈다. 적어도 몸이 허약해지기 전까지는.
몸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암 말기 진단을 받은 것이다. 난 아저씨가 곧 세상을 떠날 것 같은 예감에 아저씨의 가족을 찾기 시작했다. 오래전 행방불명된 아들은 찾을 수 없었지만 아저씨의 형제들과는 연락이 닿았다.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나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누가 물어보면 우리형제 못 찾았다고 해주시오.”
자신들을 못 찾은 것으로 하되, 장례식은 대신 잘 마쳐달라는 것이다.
그래,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고 그동안 해왔던 일이니 최선을 다해서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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