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디 어죽 한 그릇 워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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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디 어죽 한 그릇 워뗘?”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7.11.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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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전통시장 무한천어죽
들깨를 넣어 푹 끓여내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무한천어죽.

어젯밤 친구들과 소주 한 잔 하다 보니 생각보다 과음을 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도 무겁고 머리도 지끈해 밥 생각도 나지 않는다. 날씨마저 으슬으슬해 몸살까지 오는 기분이다.

점심때가 되어 무엇이라도 집어 넣어보자 하는 마음에 홍성시장을 기웃거린다. 처음 보는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무한천어죽’이다.

깔끔한 가게 안에 메뉴는 단출하다. 어죽과 된장찌개, 제육볶음이다. 지난 10월에 문을 연 무한천어죽은 40cm정도 되는 붕어를 직접 잡아 4~5시간 푹 고아 살을 다 발라내고 밥을 넣고 끓여내는 보양식을 파는 가게다.
무한천어죽 권경원 대표는 처음으로 나만의 가게를 열면서 어죽이라는 메뉴를 선택했다.

“원래 어죽이 예당저수지 어죽이 유명해요. 그래서 가게 이름도 무한천이에요.”

무한천은 충남 보령시와 청양군 경계부의 차령산맥 서쪽 사면에서 발원해 가야산맥과의 사이 단층구조선을 따라 흐르다가 예당저수지를 거쳐 아산만으로 흘러드는 지방 2급 하천이다. 예당저수지 어죽은 일제시대인 1929년, 예당저수지 착공 당시 일본인들이 배정된 식량을 중간에 착복하자, 먹을거리가 부족해진 인부들이 지역민들이 즐겨 먹던 어죽 조리법을 배워 주린 배를 채웠다고 한다. 그 맛이 너무 좋아 예당 어죽은 입소문을 통해 어죽의 원조로 일컬어지게 됐다.

어죽의 역사는 조선 숙종 때 발간된 ‘산림경제’에 붕어죽이 기록되어 있고, 영조 때 발간한 ‘증보산림경제’에는 붕어죽 만드는 법이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어죽은 계절적으로 더위에 지치기 쉬운 여름철에는 보양식으로, 평안도와 충청도에서는 복날의 절식으로 먹기도 한다.
“남편이 붕어 잡아와 늘 집에서 해 먹던 음식이니 누구보다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음식이라 선택했죠.”

붕어를 고아낸 육수에는 직접 담근 고추장 등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여기에 쌀, 들깨, 파, 부추, 깻잎 등을 넣어 한 번 더 푹 끓이고 국수나 수제비 등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어죽을 먹을 때는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싱싱한 풋고추와 배추김치 몇 점만 있으면 충분하다.

국수를 곁들여 대접 한 가득 나온 어죽 한 그릇을 먹으니 온 몸이 따뜻해지면서 으슬으슬했던 몸살 기운이 싸악 없어지면서 속도 편해진다. 진한 땀을 흘리며 어죽 그릇에 코를 빠트리고 있는 사이 어르신 둘이 들어온다. 검은 비닐봉지에서 부스럭 거리며 무엇인가를 꺼내고 주인아주머니와 다른 아주머니 한 분이 더해져 소주 한 병을 금세 비운다. 고개를 쑤욱 내밀며 “뭐유?”하고 물으니 “꼴뚜기~잡숴. 요게 5천 원 어친디 맛나.” 잽싸게 젓가락을 들고 한 입 넣으니 쫄깃하고 담백하다. 냉큼 다시 소주 생각이 난다. ‘아녀…’ 고개를 흔들며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선다.

“오늘 어죽 한 그릇 워뗘?”

메뉴: 어죽 6천 원, 된장찌개 5천 원, 제육볶음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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