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종기 모여 신나게 노는 마을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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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종기 모여 신나게 노는 마을어르신들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9.01.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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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일구는 색깔있는 농촌마을 사람들

농촌마을 희망스토리-구항면 남산리 남산마을
마을회관에 모여 신나게 윷놀이를 즐기는 여자어르신들.

구항면 남산리는 동쪽으로 갈산면 동산리와 남산천을 경계로 연결돼 있는데 동산리 남쪽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남산리로 불렸다는 이야기와 마을 남쪽으로 산이 있다고 해서 남산리로 불린다는 말이 전해진다. 동북쪽으로는 공리, 갈산면 동산리와 경계며 남쪽은 장양리, 서쪽은 결성면 형산리, 북쪽은 쌍천리와 맞닿아 있어 구항면, 갈산면, 결성면의 3개면과 경계를 이룬다. 은하면 대율리와 태봉리의 경계를 이룬 산능성이 장양리를 거쳐 마을의 서쪽산 능선으로 결성면 형산리와 쌍천리를 경계로 산줄기가 끝나며 동쪽은 화룡천의 상류인 남산천으로 공리와 동산리로 경계가 되고 있다.

남산마을(이장 이병도)에 가장 먼저 터를 잡은 이들은 신평이씨와 안평이씨가 약 500여 년 동안 세거하고 있다. 마을에는 신평이씨 중 시조인 이지화(李之華)를 제향하는 사당인 영모재가 있다. 이지화는 1414년에 출생해 1508년 85세로 별세했으며 벼슬은 주부로 통정대부를 역임했다. 낙향해 노부모를 모시며 주변의 빈민구제에도 힘써 주민들에게 추앙받았다. 그 후 1980년대에 사당을 건립하고 매년 음력 10월 3일에 추모 제향을 올리고 있다.

구항면과 갈산면의 경계지점인 국도 29호 평탄지 밭 주변에 고인돌이 있는데 기단석이 땅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지역은 와룡천변의 구릉지로 옛날부터 농경문화가 정착해 인간이 집단적으로 살았을 것으로 예측돼 고인돌이 분포된 지역이라고 한다. 마을 서쪽으로 갈산면 용암마을과 경계지점에 청룡티라 부르는 산 정상 부근에 참나무 고목이 있었는데 용암마을과 남산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산신제를 지냈다고 한다. 산신제의 연원은 알 수 없지만 1950년대 즈음 중단됐다고 한다.

남산마을회관은 1970년대 지었던 구 회관을 철거하고 1998년에 신축했다. 당시 마을 출향인인 이석경 씨가 회관 부지와 주차장 부지로 600㎡를 희사해 경로당과 다목적회관을 지었다. 회관 앞에 송덕비를 건립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남산마을 가구수는 62가구로 예전과 비교해 큰 변화는 없다.

마을에서 95세 최고령자인 임옥경 어르신

이인영 노인회장은 “마을에서 아이 울음소리를 언제 들어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우리 마을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도 상황은 거의 마찬가지 일 것이다”고 말한다. 한 마을주민은 남산천을 기억하며 “예전에 하천이 물이 맑고 모래바닥이 아주 좋았다”며 “여름방학이 되면 조기회를 모래바닥에서 하고는 했고 물이 맑아 붕어들이 다니는 것이 훤히 보였다”고 말한다. 또 다른 주민은 “예전에는 모든 마을의 경조사나 누구네 생일까지도 다 같이 했기에 인심은 정말 좋았다”며 “지금은 살기는 편해졌지만 그렇게까지 서로의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한편 여자어르신들이 모인 방이 시끌하다. 이불을 파는 한 상인이 방문해 전자파를 차단하는 이불이라고 열심히 설명한다. 어머니들은 단 한 번의 궁시렁거림도 없이 열심히 들으며 맞장구를 치지만 선뜻 지갑을 열지는 못한다. 이때 어머니 한 분의 흥정이 시작되면서 12만 원에서 8만 원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잠시 후 어머니들의 뭉칫돈이 고쟁이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아, 이렇게 돈이 돌아야 하는거여. 저 양반도 이거 팔아 먹고 살아야 하잖어. 다 존게 존거여.”

시원시원한 어머니들의 한바탕 흥정이 끝나자 이내 윷놀이가 시작된다. 한겨울, 마을회관에 옹기종기 모여 재미나고 신나게 놀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마을회관에 가기 위해 하나둘씩 모이는 주민들(사진 왼쪽). 남산마을회관 옆에 있는 이석경 씨 송덕비
남산마을 표지석(사진 왼쪽). 1972년 설치된 남산교.
신평이씨 사당인 영모재.
남산마을회관.
구항면 남산리 남산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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