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파 넘어져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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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 넘어져도 웃는다
  • 홍순영 주민기자
  • 승인 2019.03.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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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실(63·사진)여사는 고된 시골 생활과 힘든 형편에 몸이 자주 아팠다. 그럼에도 그녀는 사람들에게 환한 빛을 선사한다. 잠시 마주쳐 인사라도 건네면 그녀의 웃음꽃이 전달돼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김종실 여사는 충남 당진에서 살다가 23살에 결혼해 금마면 천변마을에 살게 됐다. 4대가 함께 살며 15명의 대가족이 함께 생활했다. 24살에 아들을 낳고, 2년 후에 딸을 낳았다. 시댁에 들어가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농사는 돈이 안됐다. 논은 큰 다랑이 하나, 작은 다랑이 하나 있었다. 열심히 일해서 추수한 쌀은 모두 농협으로 갔다. 농협에서 대출한 빚을 갚느라고 쌀을 농협으로 보내도 내 손으로 들어오는 돈은 없었다. 1000여 평 되는 밭을 가꾸었지만 대식구가 한겨울 먹다보면 남는 것은 없었다.

논둑에다 콩을 심으면 한 가마 넘게 나왔다. 식구들 콩밥해서 먹이고 시아주버니가 당뇨가 있어 베지밀처럼 갈아 마시면 겨울이 지나 남는 것이 없었다. 밭에 나가 삼복더위에 땀 흘리며 일하다보면 눈물과 콧물이 함께 흘렀다.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나”하는 마음에 눈물이 쏟아졌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아이를 낳고, 우유를 사먹어야 하는데 돈이 없었다. 이대로는 우유가 문제가 아니라 애들 가르치지도 못할 것 같은 걱정이 들어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았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몸이 아팠다. 밤에 누워 잠을 자고 일어나면 등이 방바닥에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몸조리 하면서 완전치도 않은 몸인데 집안일은 해야 했다.

그때는 사기그릇을 사용했는데 사기그릇에 밥과 반찬을 담아 상을 부엌에서 방으로 옮겨야 했다. 빨래도 했는데 애기 기저귀며 시댁 빨래를 방망이질을 했다. 팔이 안 올라갔다. 밥을 먹을 때면 팔이 입으로 가는 게 아니라 입이 안 올라가는 팔에 맞추어야 겨우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다 교회를 다니게 되면서 몸이 편해졌다.  

몸이 괜찮아지니 또 현실이 다가왔다. 일을 해야 했다. 농사로는 돈이 되지 않아 세림산업에서 일했다. 시골에서 현금 만지기 어려운데, 통장에 몇 백 만 원 찍히니까 너무 좋았다. 그렇게 2년을 다녔다. 그런데 이번엔 허리를 펼 수가 없었다. 허리 통증 때문에 직장에 가는 것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처럼 너무 싫었다. 하지만 사표를 낼 수 없었다. 회사 다녀서 번 돈으로 돼지 사료를 샀다. “돼지 잘 키워서 나중에는 소도 키워야지. 그럼 형편이 나아지겠지”하는 기대감으로 열심히 가축을 키웠다. 1300만 원의 빚을 얻어 축사를 지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정리를 하게 됐다.

세림산업에 다니기에는 체력이 되지 않아 다른 일자리를 찾아봤다. 보험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편이 보험회사 다니는 것을 싫어해 딸기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겨울에는 서울로 작목회와 같이 올렸지만 4월 말쯤 되면 시세가 떨어져 돈이 얼마 안됐다. 생활비며 빚 갚아가며 아이들 등록금을 마련해야 해서 시장으로 딸기를 팔러 다녔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새벽 5시부터 딸기를 따다보면 보통 오후 2~3시가 된다. 그러다보면 4시에 장에 간다. 딸기 하우스 5동을 농사 지으면서 직접 판매까지 했다. 늦게까지 팔 수 밖에 없었다. 먼 곳에 가서 팔다보면 집에 들어오는 시간은 9시가 넘었다.

내가 집에 올 때까지 어르신들은 식사를 하지 않고 기다렸다. 함께 먹으려는 것이었겠지만 속이 상했다. 그렇게 살다가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팔도 들 수가 없고, 우울증에 머리가 아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시어머니는 28년 동안 당뇨병으로 누워서만 살았다. 이리 뛰고 저리 뛰어 힘이 빠져 있어도 도와주지 않았다. 속으로 시어머니를 원망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몸이 아파 누워 있어보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2달 동안 방을 나가지 못했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몸이 아플 때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다가도 다시 몸이 괜찮아지면 일하느라 신앙생활에 소홀해진다. 그럴 때면 또 몸이 아파온다. 새벽기도를 가서 기도를 받았다. “나는 힘들다고 생각돼도 나도 모르게 웃어, 그리고는 하느님 감사해요”라고 말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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