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역사의 대안학교 원조 '위대한 평민 '정신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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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역사의 대안학교 원조 '위대한 평민 '정신 실천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1.04.0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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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탐방 ①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동아리 연합회

 


매일매일이 공부와의 싸움인 학생들에게도 교내쉼터이자 자기계발의 공간인 동아리들이 각 학교마다 존재한다. 이에 본지는 또래친구들과 건전한 여가활동을 즐기며 교우관계를 다지고, 아울러 자기계발의 발판을 제공하는 학내 대표 동아리를 소개하며, 활발한 동아리활동을 하고있는 청소년들의 다짐과 포부를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봄기운이 무르익은 산뜻한 4월의 아침에 홍동면에 위치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이하 풀무고)를 찾았다. 언뜻 보기에 고요해 보이는 일요일의 교정 한켠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학생무리를 발견했다. 2주에 한번씩 열리는 학우회(학생회) 회의때문에 모였다고 한다. 자신도 회의에 참여해야 하지만 동아리연합회 회장으로서 오늘은 양해를 구했다는 송범근(풀무고 3) 학생의 목소리가 싱그럽다.

 

 

 

 


22년 역사의 장수동아리도 있어
50년의 역사를 지닌 대안학교의 원조라 불리는 풀무고에는 '여느 고등학교보다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고, 학생들 개개인도 동아리 활동에 큰 열의를 갖고 있다'고 송범근 학생은 말한다. 한 학생마다 최소 3개의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 중인데, 학교측에선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3개까지만 중복가입을 허용해서라고 한다.

현재 동아리연합회에 등록하여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는 총 12개로 고전문학, 만화, 등산, 별자리연구, 요리, 사진, 스케치, 밴드, 연사연구, 연극, 풍물 동아리 등이다. 이중 풍물동아리 '한마당'은 올해로 22주년을 맞이한다고 하니, 풀무고 동아리의 역사를 짐작케 한다.

송범근 학생은 "12개의 동아리들은 모두 학생들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지도선생님이 계시긴 하지만 동아리의 일년 활동 계획, 예산 책정, 방학 중 연수 등 동아리회원들이 대소사를 모두 결정해요"라며 타 학교 동아리 활동에 비해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된다고 말했다.

송범근 학생에 따르면 풀무고의 각 동아리들은 1년마다 한번씩 1년치 예산 계획서와 활동계획서를 동아리연합회에 제출하고, 학교측과 협의 후 동아리 지원금을 받고 있다. 이 지원금으로 풍물, 밴드, 연극 등의 동아리에서는 망가진 악기나 소품, 책 등을 구입하며, 방학 중에는 각 동아리 별로 자체 답사 혹은 연수를 다녀온다고 한다. 연수의 일환으로 지난해 등산동아리 '뫼사람' 학생들은 2박3일로 지리산 종주를 다녀왔고, '역사를 찾는 사람들(일명 역찾사)' 학생들은 민족문제연구소,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답사를 다녀왔으며, '한마당' 학생들은 방학 중에 10여일을 합숙하며 풍물연습을 했다.

한편, 풀무고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 외에도 일본어 회화클럽, 시창작모임, 성경연구모임, 독서모임, 시사토론모임 등 8개의 소모임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송범근 학생은 "원래 동아리의 경우 소모임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학생들 자체적으로 모임을 결성해서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다 보면 규모가 커지고 자연스레 동아리로 확대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수능대학 바라기만으론 부족하다 
풀무고 학생 전원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이들에겐 컴퓨터 사용도 제한시간이 있어 잠시 사용할 수 있을 뿐이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받고 있는 사교육은 먼 나라 이야기이다. 하지만 풀무고 학생들은 컴퓨터와 사교육 대신 동아리활동으로 누구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방과 후, 묵학(자율학습)후에 각 동아리의 모임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시간표를 짜서 짜임새 있게 여가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학생들이 공부 이외에 다른 여가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른 분위기이다. 그렇기때문에 풀무고 학생들의 다양한 동아리활동은 시대에 역행하는 아웃사이더로가 아닌 또래친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관계맺기를 통해 어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있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고등학교가 3년이라니 아쉬울 따름
때마침 요리동아리 '사각' 회원들이 동아리실에 모여 음식을 만든다기에 방문했다. 신선한 딸기가 올라가는 파이를 만들거라며 각자 맡은 역할에 열심이다. 계량저울에 밀가루의 양을 재며 한 학생은 "마음 맞는 친구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해서인지 우리가 만든 요리는 무엇보다 맛있고 더 뜻깊은 것"같다며, 종종 학교 주변의 동네어르신들을 찾아가 만든 요리를 나누어 드린다고도 했다.

동아리실을 나서며 송범근 학생은 "전교생이 80명이 안되기 때문에 학생들 모두 가족같이 지낸다"며 "특히 동아리 활동이 친구들간의 유대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송범근 학생에게 "졸업을 하면 많이 아쉽겠다"고 묻자, "고등학교가 3년뿐이라서 너무 아쉬울 따름"이라고 답했다.

이 시대의 고3들은 하루빨리 '수능지옥'에서 탈출하고 싶어하지만, 풀무고의 학생들은 학교생활이 너무 즐거워 졸업이 다가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나라 고등학교 동아리 혹은 학생회 대부분이 자기계발을 위해서가 아닌 생활기록부에 한 줄이라도 더 기록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 다반사인 요즘, 풀무고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은 그렇기때문에 더욱 진실성 있고 독특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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