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手話) 통해 마음 속 작은 등을 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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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手話) 통해 마음 속 작은 등을 켜다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1.04.2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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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탐방 ③ 서해삼육고등학교 봉사동아리 ‘한빛’

 


광천읍에 위치한 서해삼육고등학교(교장 이봉길)에는 타 중·고등학교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동아리가 있다. 바로 ‘한빛’이라는 수화동아리이다. 각종 교내 행사에서 수화공연을 선보이고 봉사활동까지 펼치는 동아리 ‘한빛’의 이가은(18) 학생과 임한혁 지도교사를 만나 ‘한빛’의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되어
수화동아리 ‘한빛’은 영어로 풀이했을 때 하나의 불빛이라는 의미이며, 수화를 통해 세상을 비추는 하나의 등불이 되고자 하는 동아리 회원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전국의 삼육고등학교에는 ‘한빛’이라는 동일한 이름의 수화동아리가 각각 존재하며, 모두 같은 방식의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삼육고 ‘한빛’의 회장인 이가은(18) 학생의 설명이다.

‘한빛’은 올해로 9번째 신입회원 21명을 맞이했다. ‘한빛’의 고문을 담당하고 있는 임한혁 교사는 “올해는 어느 때 보다 신입생들의 지원율이 높았다”는 설명을 잊지 않았다. 현재 ‘한빛’은 19명의 신입생, 2학년 12명, 3학년 10명으로 총 43명의 학생이 가입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생들은 교내 자기계발활동 시간에 동아리회원들끼리 모여 수화를 배우고, 종종 치러지는 각종 학교행사에서 전교 학생들 앞에서 수화공연을 펼치고 있다. 또한 ‘한빛’ 회원들은 교내활동 뿐만 아니라 각종 봉사활동에도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학생들은 사회복지법인 장수원을 찾아 어르신들을 위한 수화공연을 선보였고, 그 외에도 안마, 청소와 같은 잡일을 도왔다고 한다.

 

 

 

 

 

 



스스로 즐기는 봉사활동
‘한빛’ 회원들은 올해 첫 봉사활동으로 지난 주말 천북에 위치한 요양원 ‘살렘동산’을 방문했다. 학교와는 다소 멀리 떨어져 있기에 학교에서 지원하는 봉고차를 타고 다녀왔는데, 좌석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13명의 학생만이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학생들은 올해에도 각종 학교행사에 참여해 수화공연을 선보이고, ‘살렘동산’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가은 학생은 “처음에 수화를 배웠을 때는 외워야 할 단어가 너무 많아 무척 고생했지만, 이제는 단어도 많이 외워 간단한 문장은 바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며, “동아리회원이 아닌 친구들도 수화공연을 보고 ‘한빛’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어 종종 연습에 참여해 같이 어울리고 있다”며 동아리활동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임 교사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동아리를 결성해 봉사활동까지 다니는걸 보면 한 없이 대견할 따름”이며, “영화, 축구 등과 같은 인기 동아리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로 ‘한빛’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것이 조금은 신기할 정도”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빛’ 회원들은 매달 2000원의 회비를 걷는다고 한다. 십시일반으로 모은 회비는 대부분 봉사활동비로 쓰이고 남은 돈으로 가끔 다과회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이가은 학생은 “물론 아주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웃음), 학생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회비를 내고 있다”며 수줍은 미소로 대답했다.


손짓, 또 다른 대화의 방식
삼육고의 ‘한빛’은 삼육대학교의 ‘일곱빛’이라는 수화동아리와도 연계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년에 한번은 삼육대 ‘일곱빛’의 공연에 참가해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수화연기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한혁 교사는 “삼육고 3학년 학생들의 30% 정도가 삼육대로 진학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빛’에서 활동한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에는 ‘일곱빛’의 멤버가 되어 꾸준히 수화를 배우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수화의 매력에 대해 묻자 이가은 학생은 “말이 아닌 손짓과 몸짓으로 의사를 전달한다는 방식이 매력적”이라고 대답했다. 아울러 이가은 학생은 “수화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편적으로 장애인의 언어라는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수화는 또 다른 대화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레 내비췄다.


‘한빛’회원들은 올해에도 꾸준히 수화를 익혀 각종 교내행사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요양원의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을 지속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가은 학생은 “요양원의 할머니들께서 ‘다음에도 꼭 와’라고 손을 꼭 잡고 말씀하실 때, 마음이 뭉클해진다”며, “어르신들께서 저희의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그간의 소감을 밝혔다.

열 개의 손가락과 표정으로 누구보다 깨끗하고 진심어린 마음을 전하는 동아리 ‘한빛’. 작은 손짓으로 어두운 세상의 등불이 되겠다는 학생들의 마음이 모여, 어느 무엇보다 따스한 불빛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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