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과 개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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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과 개장국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1.08.2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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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 안에는 민족의 삶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살펴보았듯이 온돌은 인류 발명에 있어서 열과 연기를 분리하고 잔여 열로 조리를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난방법이며, 여기에 마루와 마당의 기능이 더해진 한옥은 세계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뛰어난 집이다.

이러한 온돌 덕분에 우리는 서양에서처럼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서 개를 침실로 끌어들이는 일은 없었다. 따라서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개와 우리들이 가지는 개에 대한 개념은 처음부터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필자도 남들이 보기에 지나치다 싶을 만큼 개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개가 교육에 스트레스를 받을까 싶어서 ‘이리와’ ‘앉아’ ‘기다려’ 정도만 가르치고 사료도 특별히 급여한다. 그렇다고 해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을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왜냐하면 내가 된장찌개를 좋아하듯이 그 사람은 개장국이라는 음식을 좋아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리에 마주하는 상대방의 흡연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지 않는다. 이것 역시 현재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의 기호식품에 속하는 것으로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피우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의 예의에 속하는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개는 반려동물이므로 다른 동물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며, 심지어 개고기를 혐오식품이라고 말한다. 이것 역시 전혀 타당성이 없는 주장이다. 강아지만 봐도 무서워서 벌벌 떠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반려동물이 아니라 오히려 공포의 동물이며, 워낭소리라는 영화에서 보듯이 농경사회에서의 소는 반려동물 이상의 값어치를 지녀왔다. 그리고 ‘소고기를 개장국처럼 끓였다 하여 육개장이라는 음식’이 있는 것을 보면 개장국의 역사는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매우 보편적인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개고기를 혐오식품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문화를 혐오스럽게 보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가축이란 인간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육하는 짐승을 말한다. 그러므로 엄격히 따지면 어떤 이유를 말하더라도 인간이 가축을 사육하는 그 자체가 이미 동물학대가 된다. 불살생을 가르치는 붓다 역시 ‘장아함경(선생경)’에서 목장을 만들고 짐승을 먹여 가난에 대비하여 재물을 모으라고 말씀하신다. 불살생이란 무조건 생명을 죽이지 말라가 아니라 일체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자비의 종자(種子)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생존에 필요한 이상의 생명체를 죽이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작 혐오식품으로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은 프랑스의 대표적 요리이자 세계에서 가장 고급요리에 속하는 ‘푸아그라’와 같은 음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푸아그라의 재료가 되는 크고 부드러운 거위의 간을 얻기 위해 거위(오리)를 작은 틀에 가둬 놓고 기계로 입을 벌린 다음 강제로 음식을 투여하여 정상적인 간보다 두 세배 크게 기형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많은 거위들이 죽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문제는 개고기문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개는 다른 가축과는 다른 특별한 동물(반려동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있다. 이러한 생각은 침실에서 개와 함께 겨울을 날 수 밖에 없었던 서양문화를 접하면서 생겨났다고 본다. 이처럼 서양의 잣대를 가지고 우리 것을 재단하는 것이야 말로 무지한 생각이다.
우리가 우리의 눈으로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세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인터넷 매체와 문명의 이기로 세계는 지구촌이라고 불릴 만큼 좁아졌고 다방면에서 시시각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문화와 역사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바르게 알리는 것은 민족(국가)의 정체성을 인식시키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것에 게을리 한 결과 아직도 많은 나라의 교과서는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를 중국 또는 일본의 속국으로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개고기문화의 문제는 단순한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서양문화와 우리문화의 충돌에서 일어난 대표적 사례이며, 우리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스스로 오리엔탈리즘에 빠진 사람들이 만들어낸 명분 없는 주장이므로, 개인의 취향을 일방적으로 나쁜 것으로 몰아가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라고 본다.

필자가 4주에 걸쳐 ‘복날과 개장국’이라는 장황한 글을 쓴 것은 첫째 개고기를 먹는 것을 마치 야만인처럼 취급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어떤 문화에 대해서 결코 일방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었고, 둘째 우리문화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외국인들이 “너희는 왜 개고기를 먹느냐?”하는 물음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히고 있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셋째는 우리 음식을 우리의 입장에서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는 안목을 가졌으면 하는 평소 생각을 전하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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