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과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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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과 포퓰리즘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1.09.0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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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의 위화도회군에 대해서 쿠데타냐, 아니면 혁명적 개혁이냐에 대한 논쟁은 늘 있어왔다. 아마도 이 같은 논쟁은 인류가 정치를 그만 둘 때까지 지속되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정치는 어떤 일정한 이념에 의해서 움직여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본관이 전주라는 이유로 태어나면서부터 거실에 모셔놓은 태조 고황제(이성계)의 어진(御眞)을 보고 자랐다. 그래서 철부지 시절에는 무조건 존경했고, 혈기왕성 할 때는 쿠데타를 일으켜 역성혁명을 했다는 이유로 몹시 부끄러워했으며, 지금은 정치적 측면에서 그를 이해하려고 한다.

이성계가 학문과 철학적으로 명(明;유학)을 받드는 신진사대부들을 기반으로 조선을 세웠고, 때를 같이하여 명이 원(元)을 제치고 중원을 차지함으로써 정치적으로 고려의 뒤를 이어 고구려의 고토를 회복하겠다는 북방진출정책에 한계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고려가 북방정책을 세웠던 것은 상국(上國)으로서 사실상의 지배를 하고 있었던 원이 쇠퇴했기 때문이지, 실질적으로 북벌정책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고려의 국력에서 볼 때 노쇠한 권력이 명분을 세우기 위해서 만들어낸 한낱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았다고 본다.

“쇠에서 난 녹이 쇠를 갉아먹고, 사자는 자신의 몸에서 생겨나는 사자충(獅子蟲)에 의해서 죽는다”는 말처럼 어떤 권력이든지 간에 스스로 부패하여 무너지게 된다. 이처럼 고려는 겉으로는 북방진출과 개혁을 외치고는 있었지만 이미 개혁을 할 수 있는 내부동력이 끊어진 나라였다. 작지만 큰 예를 하나 들어보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고려의 마지막 정궐(正闕)인 수창궁에 불이나 건물이 몇 채가 소실되었으나 국고가 부족하여 보수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데 왕권이 교체되자 조선왕조는 짧은 시간 내에 한양성과 경복궁을 축조하여 천도를 하게 된다.

어쨌든 이성계는 공양왕에게 왕위를 선위 받는 형식(내부적 형식)으로 왕이 되었다. 그리고 국가자체의 힘으로 한양성과 경복궁을 축조했다. 다시 말하면 고려라는 나라에 돈이 없어서 수창궁을 복원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기득권세력들이 나라가 완전히 망할 때까지도 자신들의 이익을 탐해서 국가의 안위를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정 지어 말 할 수 없지만 설령 이성계가 요동정벌에 성공했다손 치더라도 노쇠한 고려가 새로운 기운으로 일어나는 명의 세력을 막아 낼 수 없었다고 본다.

현재 우리사회의 기득권세력들은 반공과 복지포퓰리즘을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형성하고 있고, 아예 일부 종교인들은 이것을 기치로 내거는 정당을 만들어 정권을 획득하겠다며,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앞서 말한 고려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복지란 태평성대 즉, 성현의 가르침을 실천하여 완성하는 것을 정치의 목적으로 삼았으며, 서양에서의 현대적 복지는 가난한 자를 돕는 것은 부자들이 가져야 하는 도덕적 의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영국의 시혜적 복지와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독일의 사회보장 중심의 복지에서 출발하여, 현재는 복지는 국가가 지녀야 하는 당연한 책무로 발전되어 왔다.

따라서 복지정책이 정치적 인기를 얻기 위한 수단이라며, 복지포퓰리즘을 추방해야 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최소한의 기본적 소양이 없는 것이며, 자본가는 부자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자신들 스스로 복지포퓰리즘을 이용하여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복지는 대형시설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복지기관이 대형화 되면 국가예산독점과 후원자들의 기부금을 독식하는 반면 복지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규모가 작을수록 현물이 아닌 현금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현물 그것도 부피가 큰 물건을 가져다 놓고, 사진만 찍고 돌아 선다. 셋째, 복지다운 복지정책을 재안하거나 정치적으로 현실제도의 문제점의 개선을 요구하면 예산편성의 불이익을 준다. 넷째, 복지예산을 복지전문가 보다는 사회유력인사가 독점하여 개인의 명예와 부(富) 축적에 이용한다. 등등의 일들이야 말로 복지포퓰리즘을 없애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운영비의 97%의 국가예산에 의존하는 사학재벌을 옹호하고 있는 것처럼 여기에는 무척 관대한 것 같다.

같은 민족을 적으로 간주하여 무력으로 대결하자는 반공 역시 시대를 거스르는 한심한 발상이다. 북한은 유전을 비롯하여 석탄·금·우라늄 등등의 지하자원은 세계적으로도 양질이며, 매장량 또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따라서 반공이 아니라 더욱 긴밀한 경제협력으로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 미국이 언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여 우리를 궁지로 몰아넣을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시급하다.

살펴보았듯이 한국의 미래가 기득권이 스스로 자본을 사회에 환원 할 것인가 아니면, 특단의 개혁으로 기득권을 빼앗길 것인가의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마지막 길로 접어드는 것 같아서 매우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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