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심대평 기득권 포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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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심대평 기득권 포기해야
  • 김선미 디트뉴스 주필
  • 승인 2011.10.0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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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국민중심연합의 출구찾기

자유선진당(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국중연) 간의 통합을 둘러싼 지루한 논란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보도되는 기사 내용만으로는 두 정당이 ‘통합을 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지조차 종잡기가 어렵다.

지난달 말 통합이 불발되면서 통합을 주도했던 권선택 의원은 모든 당직을 사퇴했고 김창수 사무총장 당무거부에 돌입했다. 상식적으로 보면 이쯤 돼면 판이 깨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당, 국중연은 ‘완전 결렬’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고 있다. 결렬의 책임을 서로 떠앉지 않으려는 계산인지 여전히 가능성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어 그런지는 알 길이 없다.

어쨌든 욕먹을 각오를 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토록 지리멸렬하려면 차라리 지역민을 볼모로 한 민폐는 더 이상 끼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선진당과 국중연의 통합논의는 단순히 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을 하는 정치공학적인 셈법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두 당의 통합논의는 이 지역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의 독자생존이냐 아니면 또 한 번의 정치적 실험의 실패로 끝나느냐 하는 중대한 분기점에 있는 것이다. 그만큼 두 당의 통합을 바라보는 지역민의 심정은 복잡하다. 이는 단지 선진당 국중연의 실패만이 아니라 지역 표심의 실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의 생존 혹은 정치적 실험
선진당과 국중연이 보여주는 행태는 절대 책임 있는 공당의 태도는 아니다. 지금 소용돌이치는 정치적 환경 변화는 양 당이 욕심과 꼼수를 버리고 조건 없이 다시 통합을 해도 지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만큼 유권자의 정치의식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안철수 신드롬에서 확인했듯, 그리고 지지율 3~5%의 시민후보가 불과 한 달 사이에 제1야당 후보자와의 대결에서 서울시장 야권 통합 후보로 결정된 과정에서 보듯 변화는 무서운 속도로 우리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기존 정당에 옐로카드가 아니라 레드카드를 내밀고 있다. 한 번 흐름을 탄 변화의 방향과 속도는 되돌리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당과 국중연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갇힌 미망에 사로잡혀 있다. 정말 ‘한 줌도 안 되’는 지분을 놓고 내가 더 챙기겠다고, 내 것 손해 보지 않겠다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은 지역정당 옹호자조차 고개를 돌리게 한다.
두 정당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설익은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양측이 모두 붉으락푸르락 하는 것 같다.

유권자의 정치의식은 급변, 정당은 과거의 틀에 갇혀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자신들이 그동안 주장해 왔던 ‘통합의 당위성’을 제일순위에 둔다면, 또 그것이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살 길이라고 여겼다면 상대가 합의를 깼다고 손가락질하기에 앞서 조금쯤은 먼저 참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표가 되느냐 마느냐 에만 골몰하는 기존 정치권에 양보와 손해를 요구하는 것은 연목구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50%가 5%에게도 양보했다.

유권자들에게 통합의 형식, 지도체제 문제, 전당대회 개최 시기, 당명 등은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는 정당 내부의 문제일 뿐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의 진정성과 정치인들의 헌신성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4일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민주당 소속의 박영선 후보가 시민사회진영의 박원순 후보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야권 대통합은 이루었지만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당 대표로서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손 대표는 사퇴하면서 “그래야 국민들의 신뢰도 두터워지고 당원들의 긍지와 사랑도 깊어질 것”이라며 “대표직을 사퇴하더라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비롯해 10·26 재·보선을 온몸으로 뛰며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진당과 국중연이 지금처럼 얽힌 상황에서 출구를 찾는 길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주위에 의견도 물었다. 너무 식상한 말이기는 하나 이구동성의 결론은 ‘자기희생’ 이었다. 특히 대표와 실질적 오너들의 자기희생이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이회창 전 대표와 심대평 대표의 기득권 포기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백의종군의 모습이다. 지역구이고 비례대표이고 내년 총선에 나서지 말기를 바란다. 대신 젊은 후보들을 위해 온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 달라. 원로들은 이미 어느 정도 누릴 만큼 누리지 않았는가.

선진당과 국중연이 통합을 놓고 온갖 이유를 대며 질질 끌면 지역정당으로써의 기반 구축은커녕 와해의 수순을 밟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애석해 할 지역 유권자들이 얼마나 될 지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는지 모르겠다. 너무 사태를 비관적으로 해석하는지 몰라도 양 당의 관계자와 공천을 받으려는 몇몇 정치 지망생들을 제외하면 그리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지역당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무한 책임과 자기희생의 미덕을 보여줄 때 그나마 지역민들의 애정과 관심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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