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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주선 임업후계자
  • 승인 2011.10.0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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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농사를 짓는 관계로 비교적 많은 거리를 차로 이동하곤 한다. 하루에 평균 50km정도 이동하는데 군내 여러 곳에 농장이 있어 대체로 빠른 속도로 운행하기 때문에 가끔은 교통법규위반 딱지떼기가 일쑤다. 이른 아침부터 늦게까지 직원들 출퇴근까지 시켜야 하기 때문에 바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20여년 전부터 빈차로 시골길을 오갈 때마다 길에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태워다주는 습관이 생겼다.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이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렵게 차를 기다리는 생각을 해서 또는 내가 차가 없을 때 기다리던 생각에서다. ‘어디까지 가시냐고, 어서 타시라’고 하여 병원에 가시는 분들은 병원 앞까지, 역전에 가신다는 분들은 역전까지 내 목적지를 돌아가면서까지 편하게 모셔다 드리곤 한다. 차를 타신 할머니는 극구 사양을 해도 담배라도 사 피우라며 천 원짜리 한 장을 던져 놓고 내리기도 하고, 모두들 고맙다고 정중히 인사하시며 고마움을 표시할 때 그럴 때마다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올봄도 여느 해처럼 4월은 식수의 계절이라서 바쁘게 결성 판교에 있는 농장에 가는 도중에 은하 금국리에 있는 장수원 앞을 지나가는데 여학생들이 봉사활동을 끝내고 방금 나왔는지 한 학급 정도의 학생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바람도 많이 불어 결성 방향에 서 있던 학생 3명에게 타라고 했다. 더블캡 화물차에 3명을 태우고 가는데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 엉겹결에 탔던 학생들이라서 분위기가 어색한 것 같아 어디까지 가느냐고 뒤돌아보며 물었더니 뒷좌석에 타고 있는 학생이 내 얼굴을 보더니 “아저씨 차 세워주세요”라면서 차문을 여는 것이었다. 순간 위험하다는 생각과 함께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세우자마자 여학생들이 서둘러 내렸다. 그냥 서 있을 수 없어 서서히 차를 몰았다.

혼자 웃었다가 금세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웃었다. 내가 내 인상을 생각하니 그럴 법도 하리라고 생각하니 쓴 웃음이 나왔다. 봄내 찬바람과 봄빛에 그을린 얼굴에 바쁘다는 핑계로 면도까지 안한 얼굴에다가 말 그대로 산적 같은 몰골이었으니 학생들이 놀랄 수밖에… 나는 가끔 생각하기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인상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60억 인류 인구 중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이 개성 있게들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만들어 놓으신 부모님을 탓할 수도 없는 일….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들을 농장에 내려놓고 돌아오는 길 판교 보건소 앞을 지나가 보니, 조금 전 내 차에서 내린 3명의 여학생이 어느새 버스를 타고 와 내렸는지 그 곳에 와 있었다. 나는 멋쩍은 얼굴에 모른 척하며 그 곳을 지나치는데 여학생들은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자기들끼리 재잘거리며 신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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