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면 무엇이든 ‘최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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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면 무엇이든 ‘최초’가 된다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1.10.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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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여고 축구동아리 ‘FC여고’ 회원들을 만나다


홍성군에 골대도 없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여고생들이 있다. 사실일까? 그렇다. 홍성여고엔 지난 4월 ‘FC여고’라는 이름으로 교내 축구 동아리가 창단됐으며, 지난 21일엔 홍성군 여성축구단과 친선경기도 가졌다. 인문계 여자고등학교에 축구동아리가 있는 학교가 전국에 몇 개나 될까? 생각할수록 반갑고 즐거운 소식이다.

대학입학사정관제에서 학생들의 클럽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며,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체육 활동 등 클럽 활동을 반영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우연인지 몰라도 ‘FC여고’가 창단한 이래 들려온 ‘덤’같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축구부 창단 계기를 물었다. 지도교사 김한정수(홍성여고 국어과) 교사는 “학교 스포츠 동아리 운영으로 학생들의 자율체육활동 활성화를 통한 건강체력 증진 및 활기찬 학교분위기를 형성하고자 여고 축구부를 만들었다. 사실 거창하게 말할 필요도 없이 그냥 축구가 좋아서, 축구를 하고 싶은 학생들이 순수하게 모였다는 표현이 맞다”고 말했다.

김한정수 교사는 ‘보는’ 스포츠가 아니라 ‘하는’스포츠를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작은 바람으로, 축구를 통한 ‘즐거움’과 축구를 통한 ‘성취’를 학생들에게 동시에 맛보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학기 중 매월 1·3·5주 토요일 방과 후에 2시간씩 연습을 한다. 교내 운동장에서 기초체력을 증진시키고 축구와 관련된 각종 기술을 연습해왔다.

그러나 인문계 여고생들이 축구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운동할 시간에 공부나 하라는 부모의 반대도 있었고 일단 체력과 기술이 수준 미달이었다. 처음에 모여 운동을 시작할 때는 운동장 두 바퀴를 채 돌지도 못할 만큼 저질체력이었단다. 그러나 지금은 단체로 발도 맞추어 서너 바퀴는 거뜬하게 달릴 수 있을 만큼 체력이 향상됐다.

‘FC여고’는 현재 1학년 학생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내년에 1학년 신입생들을 뽑아 최소한 23명은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아리 대표는 한인영 학생이 맡고 있다. 말하자면 대내외적인 동아리 살림을 총괄적으로 맡아가며 활동하는 듬직한 친구다. 골키퍼 이한슬 학생은 등번호 1번이면서 ‘FC여고’의 주장이다.
“평소 운동을 무지 좋아했어요. 특히 축구를 너무 좋아했는데 마침 축구 동아리가 있다고 해서 가입했어요. 운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친해지는 계기도 되니 장점이 훨씬 많아요.”

이한슬 주장의 앞으로의 계획은 교내에서 ‘FC여고’의 인지도를 높이고 선생님들께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친구들이 다치치 않고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착한 마음씨의 여학생이다.

‘FC여고’는 지난 21일 홍주종합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외부팀인 홍성군 여성축구단과 창단 이후 최초로 친선경기를 벌였다. 결과는 1:0으로 패했다.

김한정수 교사는 “자체 게임을 할 때는 몰랐지만 다른 팀과 시합을 하면서 ‘함께’라는 의미를 아이들이 알게 된 것 같다. 인조 잔디와 큰 골대를 처음 접해보면서 긴장도 많이 하더니 첫 경기를 뛰고 나서는 경기를 해냈다는 자부심이 오히려 생겼다. 우리에게 승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셋째 주에는 홍성군 여성축구단을 초대해 홍성여고 운동장에서 두 번째 친선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홍성군 여성축구단과는 창단 시기도 비슷하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축구를 향한 뜨거운 열정만큼은 서로 닮았다. 따라서 홍성여고 축구 동아리와 도내 또는 군내 지역 여성 클럽팀과의 교류전 및 친선 경기를 통하여 교내 동아리의 양적 성장과 질적 발전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크다.

김한정수 교사는 “새로운 도전이 항상 필요하다. 홍성여고 학생들은 거의 집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공부만 하고 곱게 자란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다치는 것도 두려워하고 아픈 것도 싫어한다. 그러나 때로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체육 과목이 입시로서가 아니라 이제는 즐길 수 있는 과목이 됐는데 자꾸 축소되고 폄하되는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홍성여고 운동장에는 아직 축구 골대가 없다. ‘FC여고’ 동아리 회원들의 작은 소망은 골대가 있는 운동장에서 뛰는 것이다. 김한정수 교사는 운동장에 골대가 세워져 자유롭게 운동하면서 운동장을 관리해 줄 수 있는 단체나 조직을 찾고 있다고 살짝 귀띔을 주었다.

홍성여고 축구동아리는 어쩌면 새로운 학교 체육의 역할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쭉 승리지상주의를 탈피하고 학교 스포츠를 즐기는 운동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또한 장기적 안목으로 본다면 학교 체육의 정상화 및 지·덕·체를 겸비한 전인적 인재 육성과 학교 스포츠 동아리를 통한 스포츠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녔다.

서툴고 부족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맘껏 즐기며, 싱싱한 젊음을 발산하는 여고생들의 순수한 열정이 꾸준히 지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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