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사랑
상태바
아빠의 사랑
  • 김윤하 (홍성여고 2) 학생명예기자
  • 승인 2011.11.24 13:4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에 기욤 뮈소의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소설을 읽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저명한 심리학 의사였던 마크가 딸 라일라를 잃어버린 후에 노숙자로 전락한 채로 살아간다. 그러다 그의 부인이자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니콜이 연주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다 한 노숙자에게 위협을 받는 것을 보고 그녀를 구해주고 나서 쓰러지게 된다. 쓰러진 마크는 니콜의 집으로 옮겨지게 되고 며칠 뒤, 딸인 라일라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는다. 연락을 받자마자 딸을 찾으러 떠난 마크는 그곳에서 소녀 애비와, 앨리슨을 만난다. 전혀 관계없을 듯한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어지럽게 얽혀있는 이 소설은 마지막의 반전이 책 내용에 흥미를 더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의 반전이 책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곤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부분은 라일라에 대한 마크의 사랑, 자녀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었다. 우리는 보통 엄마의 사랑은 쉽게 느낀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가부장적 사회구조로 인해 아빠는 일을 하고 돈을 벌고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지만, 엄마는 상대적으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서 더 가깝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어보면 더 많은 아이들이 “엄마”라고 대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정은, 아빠의 사랑은 더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다. 남자라서, 아빠라서 제대로 표현하시지 못하는 사랑은 놀랍고 대단하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남을 아이들을 위해 죽도록 노력해서 살아나는 사랑이 엄마의 사랑이라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는 게 바로 아빠의 사랑이다.

아빠가 직장 때문에 다른 지역에 가 계신지 이제 일 년이 조금 넘었다. 이젠 아빠와 문자하고 전화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뒤늦게나마 아빠의 사랑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가족들이랑 바닷가를 간 일이 있었다. 바닷가에서 아빠랑 걷다가 손을 잡았는데 더 거칠어진 아빠의 손이 느껴졌다. 굳은살이 박히고 거칠거칠한 손을 잡고 있으려니 어느새 오십 줄에 들어선 아빠의 연세가 새삼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2년 뒤면 나는 성인이 되고, 7년 뒤면 나는 사회인이 된다. 그리고 7년 뒤면 어느새 아빠는 50대 후반에 서 계시게 된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고 나는 빠르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시기인 나의 마지막 청소년기, 남은 일 년. 나는 아빠의 자랑이고 엄마의 희망이란 말을 믿는다. 아빠의 사랑을 알고 엄마의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그 기대와 사랑에 부응하기 위해서 남은 일 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동광 2011-11-26 14:59:18
40대 가장입니다.
김윤하 학생의 글을 읽으니 제 딸같이 살갑게 느껴지고 힘이 납니다.
요즘 학생들에 대한 편견과 우려를 조금이나마 수그러들게 합니다.
김윤하 학생의건강한 사고에 감시 합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