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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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 전만수 본지 자문위원장
  • 승인 2012.01.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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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60년 만에 찾아오는 ‘흑룡의 해’로 뭔가 상서롭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다. 특히, 임진년에는 역사적으로 큰 변고가 많았다. 1592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1952년은 6·25전쟁 중이었다. 주역 전문가들은 임진년이라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특히 금년은 음력으로 3월이 한번 더 있는 윤년으로 윤3월은 진월(辰月)로 달까지 겹치는 ‘쌍용제회(雙龍際會)’의 운세라고 풀이한다. 길조(吉鳥)라는 얘기다.

지난 12월 17일 북한 김정일이 사망했다. 한반도 대변화의 신호탄이다. 한편 남한은 양대 선거가 있다. 정치적 격변이 예고되어 있는 해이다. 두 마리의 용(龍)이 승천하며 품어 댈 일갈대성(一喝大聲)의 굉음의 서기가 한반도를 감싸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쌍용제회(雙龍際會)’ 대운의 정점에 안철수와 북한의 새로운 권력자 김정은이 포효하고 있는 형상이다.

진보진영의 원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창작과 비평 논평(2011.12.29일자)에서 북한 김정일의 급서로 인한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보다 남한의 2013년 체제가 한반도에 있어서 장기적으로 한층 중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북한 지도자의 교체는 왕조세습과 같아 시스템적이라서 큰 혼란이 없을 것 이라며 “남·북한은 경제력과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면에서 너무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남쪽사회가 어떻게 선택하느냐가 더 큰 무게를 갖게 마련”이라는 주장이다. 우리의 대선에 시대적 무게중심을 싣고 있다.

10·26 보궐선거 이전까지 형성되어 있던 대선 예상판은 1강다약 구도였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다수의 야권 후보군의 구도로 고착되어 있었다. 그러나 10·26을 전후로 ‘안철수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권구도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의 형국으로 변화되었다. 그 후폭풍으로 여야는 경쟁적으로 새판 짜기를 서두르며 민심을 유인하고 있으나 당분간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 될 듯하다. 장외(場外)의 안철수 교수의 행보가 대권의 독립변수로 작동 되는 한(限)…

혜성같이 나타난 안철수, 대선에 대하여 어떤 입장을 취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간간히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민심의 급소를 파격하기에 충분하였다. 5%의 지지에 머물던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후보를 양보하자 단번에 대권 후보가 되었다. 투표 이틀 전 박원순 후보 사무실을 전격 방문하는 것으로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한다. 그리고 침묵모드를 유지하다가 재산의 1/2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한다.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화려한 출항이다. ‘청춘콘서트’를 통해 좌절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 그는 이미 젊은이의 우상(偶像)이 되어 있었다. 정당 창당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그에 대한 기대는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다소의 부침은 있었다.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국민 편에서 보면 그만큼 타는 목마름이 있다는 방증이다. 등장 초기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철수가 나오니 영희도 나오겠네” 식의 냉소에서부터 한때 그의 멘토라고 알려진 유여준 전의원의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것은 가족의 반대 때문”이었다고 일종의 흠집 내기로 보이는 비틀림도 나타났다. 그리고 “대통령에 뜻이 있으면 국민들이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는 원론적 요구도 꽤 있다. 예를 들자면 문재인(노무현 재단 이사장)식으로 하라는 주문이다. 문재인 이사장은 이번 총선에 부산에서 출마한다. 소위 문성길(문재인, 문성근, 김정길) 간판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부산에서부터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일종의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정공법(正攻法)이 무기였던 노무현식 방법이다. 국민의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대권후보로서의 안철수 교수의 인기는 여전하다. 성공한 이력이 어느 정도 사회적 검증을 거쳤다는 의미인가?

대선구도의 절대 상수로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있다면 그와 대응할 강력한 잠재 대항마로서의 안철수 교수는 현재적 사실이다. 동일선상에서 2013년 한반도 체제의 가장 주목되는 변수는 분명 안철수 교수다.

진보논객 진중권씨는 ‘안철수 현상’을 이렇게 진단한다. “제대로 된 보수가 없고, 진보마저 대안이 못되는 상황에서 ‘정당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안철수라는 이름의 상식적 보수다”라고 정의한다. 경쾌하다. 그리고 “분배가 정의로움이 아니라 시장의 공정함을 요구하며 재산을 기부하는 것, 이는 철저히 보수주의 스탠스”라고 그의 이념적 카테고리를 규정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맥락에서 안철수의 상식은 그 어떤 진보적 구호보다 급진적이다”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사회에서 그처럼 커다란 진보가 또 있을까?”라고 안철수 현상의 역설을 설파한다. 이념 경계의 무용함을 외두르는 그의 표현방식은 정교하다 못해 미학적이기 까지 하다.

지난 12월 28일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하여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는 금년 대선을 예상하는데 매우 흥미로운 자료를 제공한다. 우선 바람직한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국가경영능력(54%)과 도덕성(29%)을 꼽았다. 국민은 여전히 국가 경영능력 즉 경제대통령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5년 전 2007년 대선(77.1%)때 보다 비중이 낮아진 반면 도덕성은 2007(12.7%)년에 비해 29%로 월등히 높아졌다. 2002년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대결 때는 국가경영능력(33.1%)보다 도덕성(36.5%)이 더 높았었다. 요구되는 리더십의 양대 축을 통해 시대적 가치와 유력 후보자에 대한 기대가치의 접합을 가늠해보고 누가 차기 대통령의 이미지에 더 가까운지를 예상해 볼 수 있는 지표다.

다자간 대결 구도에서는 박근혜(31.9%), 안철수(22.4%), 문재인(5.8%), 한명숙(2.2%), 유시민(1.9%), 손학규(1.6%), 이회창(1.6%), 정몽준(1.4%), 정동영(1.2%), 김문수(1.0%) 순위의 지지를 보였다. 그러나 양자대결 구도에서는 작년 9월 이래 안철수 교수(49.6%)가 박근혜 비대위원장(44.1%)을 앞선다. 지난 12월 19일 김정일 사망소식이 전해진 이후에 안철수 교수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격차는 10%에서 5.5%로 좁혀졌다. 안보변수의 영향으로 보여 진다.

대선 전망에 관한 응답자의 53%가 야권후보의 당선을 예견하였고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 응답은 24%에 그쳤다. 특히 20대(72.8%), 30대(66.4%)의 응답은 야권후보에 대한 지지가 경직적이다. 20·30대의 투표참여율이 대세의 관건으로 부상하였음을 증거한다. 게다가 SNS를 통한 선거운동방법이 합법화 되었다. SNS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다. 안철수와 2030세대 그리고 SNS는 2013년 체제의 키워드로 예고된다.

탈 이념시대 젊은이들의 롤 모델은 자본주의적 영웅이다. 이미 안철수는 정보기술(IT)분야에서 성공한 CEO다. 2030세대의 영웅인 그가 만약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방식(박원순 식)을 통한 등장을 예상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정당의 대안’ 방식이다. 지난 1월 8일 미국으로 출발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선택이 의미가 있는가. (국민에게)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인가. (내가)균형을 잡고 할 수 있는 일인가를 생각한다”고 답했다. 진중히 고뇌하고 있음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통령에 직접 출마하지 않더라도 시대적 멘토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킹메이커의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현재적 시제에서 안철수 교수는 2013년 체제를 여는 굉음의 시작과 마무리의 필요조건이고 충분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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