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49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나의 반평생 지음일랑 백구만은 알리라 : 漁笛[1] 나의 반평생 지음일랑 백구만은 알리라 : 漁笛[1] 漁笛(어적)/ 만해 한용운안개 낀 강 한 돛단 배 대나무 가을인데갈대꽃을 따라서 피리 소리 흐르는구나낙조 진 저 너머에는 백구만이 지음알며.孤帆風烟一竹秋 數聲暗逐荻花流고범풍연일죽추 수성암축적화류晩江落照隔紅樹 半世知音問白鷗만강낙조격홍수 반세지음문백구 뱃전을 두들기며 한 가락 뽑는 어옹(漁翁)의 노래를 들으면 낭만이 물씬 풍겼다. 흥얼거리는 한 마디도 정서를 담아낸다고 할진데 구성진 노랫소리임에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뱃전을 두들기는 장단이 제격임에도 한 술 더 떠서 피리 소리까지 겸했다면 천하의 일품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 소리는 멀리 강가에 있던 나그네의 수심을 달래 주었고, 냇가에서 빨래하는 여인의 마음도 한껏 사로잡았을 것은 뻔한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2014-07-31 15:33 뒤틀린 내 마음의 길이에는 미치지 못하리 뒤틀린 내 마음의 길이에는 미치지 못하리 마음이 언짢거나 뒤틀린 일이 있으면 혼자서 참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있다. 산에 올라 소리를 지르거나 헛발질을 하면서 이른바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지인을 만나 긴 회포를 풀거나 마음에 스치는 교훈적인 말씀 한마디에 큰 위안을 삼는다. 이런 뒤틀린 마음을 풀기 위해 어디엔가 무작정 걷는 사람도 있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시인도 아마 그랬던 것 같다. 마음에 뒤틀린 바를 풀기 위해 지리산 구곡령 고개를 넘으면서 뒤틀린 내 마음에는 아직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過九曲嶺(과구곡령) / 만해 한용운천리 밖 손객 하나 섣달 눈 보내고서하늘을 닿을 듯한 굽이굽이 구곡령 길아직도 뒤틀린 내 마음엔 미치지 못했으리.過盡臘雪千里客 智異山裡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2014-07-24 17:04 창 밖의 가을시름으로 세월만 아득해라 창 밖의 가을시름으로 세월만 아득해라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도 있다.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전화를 한다거나 시간을 내서 극진히 찾아뵙는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편지를 써서 안부를 여쭌다. 사람들이 세상사는 이치와 인간관계를 하면서 사는 이치는 늘 그랬다. 영호화상이 시인이 수도하는 사찰을 찾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출타중이라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뵙지 못한 서운함을 미처 달래지 못하여 차마 가눌 길이 없었던지, 창밖에는 아직도 가을 시름으로 세월만 가득하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贈映湖和尙述未嘗見(증영호화상술미상견)버드나무집 고운님 거문고 타는 소리봉황은 춤을 추고 신선이 내려오네창밖엔 가을 시름으로 세월만 가득해라.玉女彈琴楊柳屋 鳳凰起舞下神仙옥녀탄금양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장희구 | 2014-07-17 17:13 조화인 줄 모르고 그림이라 착각했구먼 조화인 줄 모르고 그림이라 착각했구먼 수도에 정진하는 스님들은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그 연수가 선후배를 가름하는 잣대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속세에서 따지는 나이를 거론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범인들은 짐짓 나이 정도에 따라 선후배를 가름한다. 스승이나 선배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정신적인 가르침을 받기 때문이다. 시인보다 9년이나 연상인 영호화상으로 불리는 스님을 많이 존경하고 학문과 사상에 큰 감명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영호화상이 보내온 향적봉 운을 차운하면서 조화인 줄 모르고 그림이라고 착각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次映湖和尙香積韻(차영호화상향적운)썰렁한 숲 밝은 달빛 완연한 바다인데십만 그루 나무 숲 그 구슬 하도 고와조화(造花)로 착각했구먼, 그림인 줄 모르고.蔓木森凉孤月明 碧雲層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07-08 09:21 가을철 옛 절이기로 어디인들 고향 아니랴 가을철 옛 절이기로 어디인들 고향 아니랴 향수는 밤이 되면 더한다. 깊은 회한도 마찬가지이겠거니 이를 달래는 방법은 지인을 만나 정담을 나눈다거나 녹차 한 잔에 정을 실어낸 사람도 많다. 개울물 졸졸졸 소리 내는 냇가에 앉아서 곡차 한 잔은 그 시름이나마 다 달랠 수 있었으리라. 향수를 달래는 마음은 수도승이나 범인들도 다 마찬 가지였다. 수도에 정진하면석도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그저 등이라도 칠 양으로 서로 반기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지인 금봉선사를 만나 달 밝은 밤에 가을철 옛 절이기로 어디인들 고향 아니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與錦峯伯夜唫 (여금봉백야금)시와 술 서로 만나 생각이 무궁한데달 밝고 국화 피어 애틋한 꿈 없었다네가을철 옛 절이기로 어디인들 고향아니리.詩酒相逢天一方 蕭蕭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06-26 14:14 서너 가지 몇 잎새만이 겨우 붉어졌구나 서너 가지 몇 잎새만이 겨우 붉어졌구나 거북은 기린·봉황·용과 더불어 ‘4령’(四靈)으로 불린다. 기록에 의하면 1000살 먹은 거북은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고 털이 난다.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일대에서 거북은 신령스러운 동물로 여겨졌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나오는 [구지가龜旨歌] 노래에서 거북은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을 드러내게 하는 동물로 나온다. 바위 또한 흔히 천년을 버텨온다는 말이 있듯이 거북과 바위는 일반적으로 장수를 뜻한다. 이러한 의미를 담는 구암사를 찾아 초가을을 맞이하는 심회를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龜巖寺初秋 (구암사초추)가을 되니 마음 맑고 달빛 달린 박꽃 흴 때서리 앞 남쪽 골짜기 단풍 숲 속삭임에몇 잎새 겨우 붉어졌구나, 서너 가지 끝에서.古寺秋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06-19 15:13 한 마디 버럭 질러 삼천세계(三千世界) 뒤흔드니 한 마디 버럭 질러 삼천세계(三千世界) 뒤흔드니 참선의 도를 깨치기 위한 몸부림의 일환으로 수도승들은 오도송을 외쳤다. 아니 암송하면서 그 자신의 도의 정도를 가늠해 본다. 그래도 부족함을 느끼면 수도에 정진하고, 자신을 낮추는 자세 속에 반야의 깊은 세계에 몰입하면서 부족한 공부와 수행의 끈을 놓지 않는다. 시인은 오도송의 진리를 남자가 있는 곳은 어디나 고향이라고 정의한 다음 객수 속에 갇혀 사는가를 묻는다. 기실은 자신을 합리화해버리지만 삼천세계를 뒤흔들면서 눈 속에 복사꽃만 붉게 핀다고 하면서 자신의 도를 깨닫는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悟道頌(오도송) 사나이 이르는 곳 어디나 고향인데얼마나 많은 사람 수심에 잠겼던가한 마디 버럭 지르니 복사꽃만 붉게 피고.男兒到處是故鄕 幾人長在客愁中남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장희구<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 2014-06-13 10:14 옷자락 끌어당기며 고향 소식도 이야기했네 옷자락 끌어당기며 고향 소식도 이야기했네 고향에 가고 싶은 애탄 심정이 더하여 이제는 고통의 그림자로 남았던 모양이다. 지금이야 교통이 발달하여 마음만 먹으면 금방 고향에 다녀올 수 있지만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에는 그렇지도 못했다. 고뇌에 찬 심정으로 고향을 그렸음은 많은 시인의 시상의 얼게 속에서 유추(類推)해 낼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시를 분석한다’고 하거나, 시인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시를 감상한다’고 한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고통과 고뇌로 변해 가슴 벅찬 마음으로 그리며 옷자락 끌어당기며 이야기했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思鄕苦(사향고)심지를 따지 않아도 등잔불 타는 밤에온 몸은 자르러지고 넋은 나가고 없네매화가 학을 타고서 옷자락 끌어당기네.寒燈未剔紅連結 百髓低低未見魂한등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홍주일보 | 2014-06-05 14:35 창주(滄洲)를 향하지 않고 고향으로 마음 달리네 창주(滄洲)를 향하지 않고 고향으로 마음 달리네 누구에게나 고향은 있다. 사정에 따라 고향에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고향을 향한다. 고향에 가면 어린 시절 추억이 새겨져 있어 회상을 만끽한다. 현대인은 이런 추억을 ‘향수(鄕愁)’라고 한다. 점차 나이 들면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고 했던가. 거의 대부분이 그랬다. 아련한 고향을 기리면서 산다. 남(南)에 고향을 둔 사람이야 시간되는 대로 가면 되겠지만, 북(北)에 고향을 둔 사람이랴. 득도를 위해 출가하여 선의 경지에 있으면서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애썼던 스님이 고향을 생각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思鄕(사향)한 해가 또 가면서 내 혼백 놀랐으며구름 걸린 희미한 달 꿈만은 외로워라창주(滄洲)를 향하지 않고 고향 향한 이 마음歲暮寒窓方夜永 低頭不寐幾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홍주일보 | 2014-05-30 10:43 (이내몸) 눈바람 속 하늘가에 이르고 말았으니 (이내몸) 눈바람 속 하늘가에 이르고 말았으니 추석과 음력설이면 전국 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는 방송을 듣는다. 조상 성묘라는 우리네 미풍양속이겠지만, 고향을 찾는 즐거움이 그 속엔 한껏 담겼다. 크고 자란 고향에는 향수덩이가 자리하고 있어 어디를 가나 내 놀던 동산이고 놀이터다. 초등학교 때 다녔던 운동장의 추억이며 훌쩍 커버린 느티나무를 만지면서 달라진 환경에 덧없는 세월을 곱씹어 본다. 모두가 시덩이요 글감이다. 시인은 마음이야 아직도 젊지만 몸은 이미 많이 늙어서 눈바람 속 하늘가에 이르고 말았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思鄕(사향) 머나먼 고향 떠나 서른 해 글 속에 묻혀마음이야 젊지만 몸은 이미 늙었는지하늘가 이르고 말았네, 눈바람도 맞으며.江國一千里 文章三十年강국일천리 문장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홍주일보 | 2014-05-22 14:50 눈에 집을 에워싸듯 산봉우리 이루고 있네 눈에 집을 에워싸듯 산봉우리 이루고 있네 시인의 시상은 아주 미세한 것에서부터 하늘을 나는 봉황이나 매 같은 날짐승도 생각해 내곤 했다. 요즈음으로 보면 로케트나 우주선과 같은 과학문명의 산물도 생각해냈을 것 같고, 부처님이나 메시아를 직접 만나 대좌하는 생각까지도, 그런 글까지도 조금도 주저함 없이 썼을 것 같다. 아주 맑은 날씨였지만, 차가움이 감도는 어느 날 매화를 보았고, 눈을 보면서 아름다운 시상을 떠올렸다. 시인은 달을 기다리다가 매화는 학인 양 야위어 있고, 오동에 의지하니 사람 또한 봉황임을 알겠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淸寒(청한)매화는 달 기다리다 학인 양 야위었고오동에 의지하니 사람 또한 봉황이네밤새운 매서운 추위 산봉우리 이룬 눈 집.待月梅何鶴 依梧人赤鳳대월매하학 의오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05-15 15:05 한 번 바라보며 푸른 시 마음껏 읊조리네 한 번 바라보며 푸른 시 마음껏 읊조리네 스님이 암자를 찾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조용한 곳을 절간이라고 했다. 사찰보다 더 조용하여 수도정진하기에 좋은 곳이 암자다. 그래서 고승들의 수도는 주로 암자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백화암(白華庵)은 글자 그대로 온 세상과 함께 색깔이 희고 아름다운 절경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눈이 많이 왔던가. 깨끗하여 수도정진하기에 좋은 곳이란 뜻을 한껏 담고 있으렸다. 시인은 비록 길은 끊어졌으나 외로운 흥(興)만은 끊이지 않고 일어나 한 번 바라보면서 마음껏 시를 읊조렸다는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訪白華庵(방백화암) 오솔길 찾았더니 사방 풍광 새로워라길은 비록 끊어졌으나 외로운 흥 일어나푸른 시 읊조린다네, 한 번 더 바라보며.春日尋幽逕 風光散四林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05-08 13:42 꽃내음이 선(禪)에 들어와 그만 스러지고 마네 꽃내음이 선(禪)에 들어와 그만 스러지고 마네 현대인들은 오늘 일기예보를 접하면서 일정도 잡으면서 하루를 설계한다. 맑은 하늘이면 기분부터 상쾌하다. 어쩐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사업도 잘 될 것 같고, 좋은 사람도 만날 것 같다. 그렇지만 날씨가 찌뿌둥하고 비가 올 것 같으면 왠지 어깨부터가 무겁다. 날씨 정도에 따라서 하루의 기분이 완전히 달라 질 수 있다. 시인은 꽃내음이 무선(無禪)에 들어와 그냥 스러지고 만다는 시상과 함께 만약 선(禪)과 꿈이 다시 잊어버리는 곳이 있다면, 창 앞의 한 그루 벽오동나무일 뿐이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新晴(신청)새 소리 꿈 저 쪽에선 차가움이 감돌고꽃 내음 무선에 들어 스러지고 마는구나선과 꿈 잊는 곳 있다면 벽오동 뿐인 것을.禽聲隔夢冷 花氣入禪無금성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05-01 12:39 계절은 저절로 돌고 돌아가지 않는가 계절은 저절로 돌고 돌아가지 않는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즐거워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 한다. 스스로 즐거워함 없이 진정한 즐거움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픔도 스스로 달래는 것이요, 외로움이 스스로 달랜다. 남이 건네는 한 마디는 위로되어 자락(自樂)의 한 길을 인도하는 것일 뿐 진정한 즐거움은 마음에서부터 자신이 만들어 간다는 가르침을 접한다. 선현들의 시문 속을 들여다보면 술과 외로움과 괴로움의 해소는 상관관계가 많이 높아 보인다. 철이 마침 좋은지라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즐겁게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自樂(자락) 철 좋아 막걸리 한 잔 어찌 시가 없으리나와 세상 둘이서 세사(世事)를 잊고 사니저절로 돌아간 사계절을 사람들이 맞이하네.佳辰傾白酒 良夜賦新詩가진경백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장희구 박사 <시조시인> | 2014-04-24 15:10 가련쿠려, 청춘을 삼켜버린 내 병일지니 가련쿠려, 청춘을 삼켜버린 내 병일지니 시는 상상이다. 못생긴 얼굴도 잘 생기게 화장을 시키고, 가까이 있는 사물도 멀리 있음으로 상상해 냈다. 시인은 시를 짓고자 하는 상상을 시벽이라 했다. 시는 누가 쥐어 주는 것이 아니라 상상으로 만든 시인의 생산품이다. 그런데 그 도가 지나쳐 얼굴에 살이 빠지고, 입맛도 없었던 모양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얼굴이 야위었으며, 몸을 지탱하게 해 주는 수분이 부족하여 탈진했던 병이었다. 시인은 시를 너무 즐겨 야위었으니 사람을 탈진하게 했고, 얼굴에 살이 빠지고 입맛도 잃고 말았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自笑詩癖(자소시벽)너무 즐긴 시 때문에 야위고 탈진하여얼굴엔 살 빠지고 입맛도 잃었구나청춘을 삼켜버린 병 가련함만 한탄하며.詩瘦太酣反奪人 紅顔減肉口無珍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04-17 14:59 매화꽃 지는 곳마다 삼생(三生)의 공(空)이로세 매화꽃 지는 곳마다 삼생(三生)의 공(空)이로세 깊은 산중의 한 낮은 고요함 그대로였을 것이다. 시인의 상상은 산의 한 낮을 그대로 둘리 없다. 뾰족한 봉우리도 그려보았을 것이고, 새소리 바람소리까지도 시상 주머니에 차곡차곡 담아 넣었을 것이다. 아뿔싸! 그것만이 아니었네. 산 봉오리란 창에 고슴도치 한 마리가 앉아 있음까지 상상하더니만 눈바람을 대비시키면서 지난해의 추웠던 계절을 상상해 낸다. 시인의 상상력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인경(人境)이 고요하고 낮 기운도 차가운데, 매화꽃 지는 곳마다 삼생(三生)의 공(空)이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山晝(산주) 창에 모인 봉우리 눈바람에 처연한데인경은 고요하고 낮 기운도 차갑다네매화꽃 지는 곳마다 삼생의 공이라네.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장희구<시조시인> | 2014-04-14 13:09 가을 향기만이 끝없이 옷에 감기는구나 가을 향기만이 끝없이 옷에 감기는구나 스님은 선방에 앉아 참선에 정진할 수만은 없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동료 스님에게 불전을 강론하기도 하고, 불전의 어느 구절을 두고 토론도 하며 불심을 키워나간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계절이 바뀌면서 찾아오는 반가운 꽃 손님도 만나고,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친구와도 서슴없이 대화한다. 선방의 후원을 별다른 잡념 없이 무심코 걷노라면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대화도 한다. 시인은 양쪽 기슭 쓸쓸하여 모든 일 번거로움은 없고, 유인이 스스로 가볍지 아니함을 감상하고 돌아오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登禪房後園(등선방후원) 양쪽 기슭 쓸쓸하여 모든 일이 번거롭고가볍지 아니함을 감상하고 돌아오네절 안은 햇볕 찌는데 가을 향기 옷을 감네.兩岸寥寥萬事稀 幽人自賞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장희구 박사<시조시인> | 2014-04-04 09:58 천리엔 한 오라기 꿈도 없는 밤이건만 천리엔 한 오라기 꿈도 없는 밤이건만 우수수 지는 가을 잎을 보면 한 해가 그렇게 저 멀리 뒷모습을 보인 것으로 생각한다.흔히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겨울을 재촉하면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저 만큼 보내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소소한 가을에 아쉬움을 보낸다. 어디 보내는 아쉬움뿐이랴. 산 너머 저만큼 멈칫멈칫 기다리고 있는 봄도 어서 오라고 손짓하면서 맞이한다. 시인의 시상 주머니는 오늘밤 천리엔 한 오라기 꿈도 없는 밤이건만, 밝은 달을 벗 삼아 가을 잎만 우수수 지는구나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述懷(술회)마음은 성글어서 빗장 없는 집과 같고미묘한 것 무엇 하나 바른 것이 없어라천리 밖 한 오라기 꿈들 가을 잎에 우수수.心如疎屋不關扉 萬事曾無入微妙심여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홍주일보 | 2014-03-27 15:35 뜰 가득 비바람 소리에 가을을 몰아오네 뜰 가득 비바람 소리에 가을을 몰아오네 국운이 기울어져 가는 어느 봄날 창가에 스친 강한 비바람을 물끄러미 보았던 것 같다. 홀로 있는 시인 자신을 한국으로, 가만히 있는 창가를 심하게 두드리는 바람과 비를 일본으로 비유하며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으로 착잡했음을 상상을 해본다. ‘창문을 왜 가만히 두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아도 시상이 서슴거린데 왜 비바람은 가만히 두지 않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겼을 지도 모른다. 시인은 낮잠에서 놀라 깨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뜰 가득 비바람 소리에 가을을 몰아오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獨窓風雨(독창풍우) 홀로 상심 더했더니 흰머리 생겨나고낮잠에서 놀라 깨니 사람은 보이잖네뜰 가득 비바람 소리에 가을을 몰고오네.四千里外獨傷情 日日秋風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장희구<시조시인> | 2014-03-20 13:41 끝나지 않은 황매천의 한, 더 남기지 마시라 끝나지 않은 황매천의 한, 더 남기지 마시라 민영환은 1905년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황현은 1901년 한일합방의 부당성에 의분을 참지 못하고 자결했다. 장지연은 1905년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의 사설을 실었다. [아! 원통한지고, 아! 분한지고. 우리 2000만 동포여, 노예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단군․기자 이래 4000년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황성신문 2101호)]라고 했다. 시인은 끝나지 않는 황매천의 한 남기지 마시라, 큰 위로와 괴로운 충성 사람들은 절로 알리니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黃梅泉(황매천)의로운 길 객을 따라 영원히 보국하사부릅뜬 눈 새 꽃으로 만고에 피어나리큰 위로 괴로운 충성 사람들은 절로 알리. 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 장희구<시조시인> | 2014-03-14 11:36 처음처음이전이전123다음다음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