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무소속 당선인이 주목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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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무소속 당선인이 주목되는 이유
  • 김창호 홍성조류탐사과학관 연구위원
  • 승인 2020.05.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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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여당이 탄생한 4·15 총선 결과를 두고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나오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두 분의 무소속 당선인에 대해 특별히 주목할 이유와 필요도 엿보인다. 주인공들은 4선 고지에 올라 정치인생의 새로운 전성기를 시작하게 된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 미추홀 을구)과 정치경력의 분수령이 되는 재선의 길을 걷게 된 이용호 의원(전북·남원·임실·순창)이다.

지역패권의 재강화와 이른바 1.5 vs 0.5의 정치 주류세력의 교체라는 치열한 각축전의 와중에서 마치 단기필마의 형세로 고군분투한 두 당선인은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불리한 선거 환경을 딛고 승리를 차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상된 수도권에서의 야당의 참패와 집권여당의 호남 석권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이들의 이채로운 당선은 한편으로는 의미심장한 함의를 갖는 정치적 사건의 하나로 기록될 만하다. 이런 결과는 3류 수준을 면치 못하는 우리나라 정치의 개혁 당위성을 웅변하는 신선한 충격이자,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무당파 중도층의 표심이 낡은 우리 정치권에 보내는 벼락같은 경고(警告)의 하나로, 한국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국정치에서는 정치인이 되는 루트(route)가 매우 불투명하고 정치엘리트의 충원이나 양성과정이 정당이라는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져, 정치 수요자인 유권자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선택을 강요당하는 유권자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의 형국이다. 특히 거대 양당의 공천 파동과 실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공관위원장을 포함한 공관위라는 조직은 자기 정체성이 불분명한 가운데, 사적·주관적 이익을 공적 객관적 이익으로 전화(轉化)시키는데 익숙하거나, 능력과 양식이 의심스러운, 칼자루를 쥔 완장들의 밀실야합이나 사천, 갑질, 독선 등으로 민심과 유리된 막장 공천 드라마를 연출해 전도유망한 정치인의 선정에 실패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 전반적으로 현재의 우리 정치판의 정세는 비상식적인 진영논리가 극성을 부리고, 당파에 따라 선과 악을 마구 나누고, 우리 편 동지(同志)가 아니면 무조건 타도해야 할 적(敵)이라는 이분법만이 난무한다. 입에 담기 힘든 막말과 이전투구에 가까운 고성불패(高聲不敗)의 몰지각한 싸움도 거의 일상이 되고 있다. 특히 매우 아쉽게도, 정치적, 지적(知的), 인간적 품격이 높은 신사와 숙녀가 참으로 부족한 것이 우리 국회와 정치권의 개탄할만한 현실이다. 따라서 정치와 국회에 대한 불신이 극단에 이르고, 기대와 신뢰는 끝을 알 수 없는 바닥으로 계속 추락하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지대’를 방불케 하는 척박하고 아주 각박한 정치판에서 무소속 국회의원의 소중하고 반가운 승리는 마치 천연기념물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개인 경쟁력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정당의 간판이나 보호막 없이, 의연하게도 민심의 바다에 뛰어들어 유권자들의 심판을 기다린 그들을 통해, 필승의 신념을 갖고 두려움 없는 페어플레이를 벌이는 당당한 스포츠맨십이나, 더욱 자세를 낮추고 보다 겸허한 젠틀맨십의 중요한 단서(端緖)나 모범을 나라의 주인인 우리 주권자들이 발견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면 과찬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백성은 먹는 밥을 하늘로 삼지만, 현명한 치자(治者)들은 민심(民心)을 하늘로 여긴다는 옛말이 결코 그르지 않다. 끼리끼리 패거리를 지은 정당이 선호한 후보를 아예 믿지를 못하거나 외면할 수 있다는 바닥 민초들이 가진 도도하고 엄중한 흐름의 반증이기도 하다.

국제정치와 외교 분야에 정통한 미국의 권위지 포린 팔리시 ‘Foreign Policy(FP)’는 지난 2005년 쇠락하는 정당의 역할과 위기를 거론하며 정당은 2040년경에는 소멸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정당이 SNS 등을 통해 분출되는 다양하고 중첩적인 정치적 욕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다층적인 시민들의 열망을 소화하지 못한다면 정당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정치질서는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Independent. 자유롭고 독립적이라는 무소속 국회의원이 소외되는 약자와 힘없는 소수파를 국회에서 강력히 대변하는데 반드시 불리한 조건이라고는 판단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인계단(一人計短)이라는 말처럼, 한 사람의 힘이 대체로 여러 사람의 능력을 합친 총량을 초과하기가 어렵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한다. 따라서 초심을 숙고하는 두 당선자는 애초 그들이 일체감을 느끼는, 정치를 처음 시작했던 그 다수결(多數決)의 둥지-당론이라는 집단지성의 성원으로 각각 회군(回軍)할 것이 예상된다.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정론이자 사필귀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를 가릴 것이 없이, 정당의 외피와 당내 기득권에 안주하는 일부 당의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을 거부하는 옹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 마치 조폭들처럼 ‘조직의 쓴 맛’이라도 보이겠다는 것인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적재적소의 현자(賢者)를 즐겨 천거하기는커녕 앞길을 막고 방해하고자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군자가 취할 정치적·인간적 태도가 아니다. ‘간축객서’의 언급처럼 태산불사토양, 하해불택세류의 지혜가 새삼스럽다.


김창호<홍성조류탐사과학관 연구위원·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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