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 싶은 나, 보여지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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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고 싶은 나, 보여지는 나
  • 이윤정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지원팀장>
  • 승인 2020.07.30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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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거짓말’이라는 영화가 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각종 열등감과 자격지심 그리고 수치심과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삶은 실수와 각종 나쁜 기억과 실패감을 느끼게 한다.

영화에서도 그랬다. 엄마는 미혼모로 아기를 낳고 아이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존감을 잃고 또 삼촌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실을 숨기며 산다. 열등한 환경 속에서도 당당한 어른으로 자라나 버려진 아이. 누구나 가진 것과 잃은 것과 아무리 욕심을 내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는 법. 영화는 담담하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이야기하고 비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어리석고 나약한 모습을 그린다.

사람은 숨기고 싶은 모습이 있다. 그러나 다들 숨김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 상처를 스스로에게 낸다. 내가 알고 남이 아는 나, 내가 모르고 남이 아는 나, 내가 알고 남이 모르는 나, 내가 모르고 남이 아는 나. 심리학에서는 내가 알고 남이 아는 나의 영역이 클수록 건강한 사람이라고 가르친다.

삶을 통해서 인생을 만든다. 책을 통해서 인생을 배운다. 그리고 세월을 통해서 현재를 이루어간다. 산다는 것은 나를 오픈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행복은 육체를 위해서는 고마운 것이지만 정신력을 크게 기르는 것은 마음의 상처다’ 라고 했다. 과연 그렇다.

열등감이라는 숙제를 하나씩 곱씹으며 자신을 분석한다. 청소년상담사는 객관적인 통찰력이 있어야 하며 내담자에 대한 존경심이 있어야하고 자아편견에서 벗어나는 능력과 전문적인 심리학적 지식과 다양한 임상적 경험 그리고 직업정보 분석력이 있어야 한다.

내담자에 대한 배려와 공감, 기본적인 따스함이 있어야한다. 내담자의 문제에 함께 아파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성숙된 감성이 있어야한다. 결국 전문성을 겸비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도 한때 상담 받고 싶어 상담소를 찾아다닌 적이 있다. 점쟁이를 찾아가 하소연 하기도 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하기도 하고 정신적인 문제를 노동으로 해결하려고 하루16시간씩 일을 하기도 했고 스님을 찾아가 상담해보기도 하고 성당에서 기도를 하기도 했다. 

내면적 갈등을 해결하고 살기위해 몸부림친 적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비밀과 거짓말이라는 영화는 못난 자신과 미운 이웃을 이해하는 성장 영화가 된다. 상담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다양한 심리적 상처를 안고 사는 내담자를 만나게 된다.

열등감과 보상은 아들러가 만든 개인심리학의 주요개념이다. 사람은 실수와 각종 나쁜 기억과 실패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아들러가 프로이드의 생물학적, 외적, 객관적인 원인 설명을 심리적, 내적, 주관적 원인설명으로 대체시킴을 기억하자. 누군가 주는 보상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필요하다.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각종 열등감과 자격지심 그리고 수치심과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을 다루며 성장해 가는 모습은 인간의 특권이다. 오늘도 심리상담을 받기 위해 센터 문턱을 넘고 ‘1388’ 전화수화기를 드는 당신을 응원한다.

 

이윤정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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