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당(派黨)짓기와 광장의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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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당(派黨)짓기와 광장의 파국
  • 김상구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09.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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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일상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국회의원들은 격한 말다툼을 하다가 상대방이 ‘동네 양아치’ 같다고 고함을 쳤다. 국회 바깥에서 이들을 비난하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고 자기들끼리 싸우다 한 말이니 한심하다 못해 측은지심마저 든다. 양아치는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속되게 일컬을 때 쓰는 말’이라고 사전에 정의돼있다. 천박하다는 것은 생각이 얕거나 행동과 말이 상스러울 때 쓰는 말이고, 못된 짓을 일삼는 일이란 타인에게 이유 없이 피해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의원들이 상대방을 양아치 같다고 하니 그들이 하는 정치도 양아치들이 하는 짓을 닮아 있는 모양이다. 동네 양아치 노릇을 혼자하기란 위험하고 또 다른 양아치로부터 쉽게 공격을  받을 수 있기에, 비슷한 그렇고 그런 놈을 친구로 만들고 세력을 넓혀간다. 내편이 많을수록 힘이 강해지고 때때로 공권력도 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국가란 특정한 영토 내에서 정당한 물리적 폭력의 독점을 성공적으로 관철시킨 유일한 인간 공동체”라고 정의했다. 선거에서 승리해야 국가의 권력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이니, 정치는 물리적 폭력을 독점할 수 있는 승자독식 게임이다. 그래서 정치는 상대방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광장에서 세(勢)가 약한 자는 힘이 없다. 선거에서 패한 자는 다음 판에 승리하기 위해 광장에서 호객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고스톱은 그 판으로 영향력이 끝나지만 정치는 다음 판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실 정치는 네편 내편을 나누고 핵심 꼬붕이 권력자와 정당의 지지율을 항상 뒷받침해야 한다. 이들이 내편의 전위부대이고 끝까지 우리를 지켜주는 보루(堡壘)가 된다. 

한비자(韓非子)는 공자가 평생 길러낸 제자가 몇 명 안 된다고 비난했지만 몇 명 안 되는 제자가 공자를 위대한 인물로 전파했으며, 바울 같은 제자가 예수의 복음을 만방에 퍼트렸다. 얼마 안 되는 핵심 꼬붕이 혁명을 일으키는 화약통의 심지와 같은 자들이다. 권력자는 욕을 먹더라도 권좌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광장에서 빠져 나가는 순간 권력의 붕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권력자에게 올바른 정치를 해야 한다고 ‘시무 7조’와 같은 상소문을 수차례 올려도 소귀에 경 읽기일 것이다. 내편을 붙들기 위해서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더 몽니를 부려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핵심 꼬붕이 광장을 떠나지 않고, 혁명의 마차를 끌기위해서는 권력자는 이들에게 공동의 이상적 가치를 제시 한다. 동지라는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이 현실의 물질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보다 그들을 한 집단으로 묶어 놓는 효율적 방법이다. 

내부의 폭발로 이 집단이 와해되지 않기 위해서는 권력자는 광장에서 들려오는 비난의 소리를 오히려 상대방 탓, 남의 탓, 종교 탓, 앞 정권의 탓으로 돌려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광장은 더 시끄러워 질 것이고, 무엇이 옳고, 아니 그러한지 진위를 쉽게 가려내지 못한 언론은 논란을 반복 재생산한다. 네편, 내편은 광장의 양쪽에서 고함과 삿대질로 이전투구를 벌인다. 먹고 살기에 바쁘고 혼란을 느끼는 대중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많은 사람들 편에 슬며시 다가선다. 내가 카톡을 사용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사용해서다.

동네 양아치들이 패싸움에서 이겨야 생존할 수 있듯, 정치도 근본은 싸움이고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러나 싸움박질 하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광장에 나선 자들이라면, 역병이 창궐하는 어려운 시기에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춰야 한다. 우리끼리 파당 짓고, 편협한 이해로 몽니를 부리면 기다리는 것은 광장의 파국뿐이다.

 

김상구<청운대학교 영어과 교수>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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