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朝陽), 새 시대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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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朝陽), 새 시대를 열자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5.2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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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최초의 금속활자와 고려지라고 불리는 종이, 그리고 도자기 등은 당시 고려가 세계최고 국가임을 나타낸다. 교황청의 기록에 따르면 고려충숙왕에게 사절단을 보냈고, 그때 인쇄술이 전해져 구텐베르크의 활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한다. 인쇄는 정보를 널리 배포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고려는 인류최초의 ‘미디어혁명’을 이루어낸 국가였음이 분명하다.

필자는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몽골의 침입을 불력(佛力)으로 막아내기 위해 조성했다고 기술한 교과서로 공부했다. 이러한 견해는 자학수준의 한심한 역사의식이라 하겠다. 당시 칭기즈 칸의 군사력은 인류역사의 최강이었으며, 고려는 몽골군과 맞닥뜨려 싸워 완전히 복속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이다. 그러므로 삼별초항쟁 30년은 인류최강의 무력에 대한 항전이었고, 컴퓨터보다 더 정확하다는 팔만대장경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인류최고의 인문학 성과로서 칭기즈 칸의 정복전쟁 보다 더욱 높이 평가해야 마땅하다. 

이후 조선세종은 또 하나의 인류 유일의 걸작 한글은 창제했다. 그는 성리학을 근간으로 하는 국가의 군주로서 불교에 대해 탄압이라 할 만큼 개혁을 단행했지만 정작 자신은 붓다의 가르침을 신봉했다. 왜냐하면 한글은 만든 의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 문자로써 그 이유를 “어리석은 백성이 자신의 뜻을 바르게 펼치지 못함을 애석하게 생각했다”고 적고 있기 때문이다. 한글 반포 당시 기득권들이 반대를 했던 것에서 보듯이 문자는 지식, 정보, 권력, 경제를 독점하는 도구로써 특정계급의 소유물이었다. 이같은 금기를 깨트린 것은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은 차별이 없다”는 붓다의 가르침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한글을 보급하기 위해 많은 불서를 펴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불교의 평등사상은 세계적으로 성장한 종교에서 유일하게 ‘여성사제’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명확히 나타난다.

홍성의 상징인 조양문의 조양(朝陽)을 말하며, 팔만대장경과 한글을 언급한 것은 우리 홍성이 국제화시대에 다시 한 번 조양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둠을 걷어내고 온 세상을 골고루 비추는 아침햇살을 의미하는 조양은 태평성대에 나타난다는 신령스러운 새 봉황의 울음 봉명(鳳鳴)과 짝을 이룬다. 그래서 부패하고 타락한 권력에 맞서 태평성대를 열겠다며 분연히 일어섬을 봉명조양이라 한다. 

조양문은 고종 7년에 목사 한응필이 세웠고, 흥선대원군이 현판을 썼다고 전해진다. 이후 홍주목의 사람들은 조양이라는 말대로 서구의 일방주의와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웠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그런데 문제는 천하의 중심은 중화(中華)에 있고 주나라 왕실의 천명논리를 받들어 우리는 소중화(小中華)라는 화이론(華夷論)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한족 중심의 화이론이 문제였다면 서양은 신으로부터 선택 받았다는 선민의식의 백인우월주의가 문제이다. 

다시 말해 이때까지 인류역사의 봉명조양은 겉으로는 대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자신들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옳음을 주장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홍주정신을 “나라(옳음)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다”는 견위수명(見危授命)을 말하고 있지만, 미래사회는 ‘옳음의 끝이 죽음에 다다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세계는 지식정보화사회에 진입했으나, 강화되는 미국의 패권주의, 코로나19를 계기로 극성을 부리는 인종주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일방적공격 등 ‘옳음을 내세운 악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따라서 고려가 세계 최초의 지식정보화를 일궈냈고, 한글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평등사회를 꿈꿨던 세종의 꿈을 봉명조양의 홍주가 다시 한 번 기치를 들자는 것이다. 

조선말의 봉명조양이 독립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은 통일’이라는 봉황의 외침으로 인류평화의 밝은 빛 조양의 등불을 우리 홍주가 들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범상스님 <석불사 주지·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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