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읍내에서 송월리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올라가면 신성 2길이 나온다. 처음 가보는 길이어서 지명이 궁금했는데 곧바로 표지판이 알려 주었다. 도로는 한적하고 들은 푸른데 군데군데 아담한 현대식 가옥들이 자리 잡고 있어 한 폭의 전원 그림 같이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였다.
마을 한가운데 서 있는 작은 배나무, 꽃이 소복이 펴있는 나무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방금 전에 배 과수원에 들렀었는데 많은 나무가 있어도 내가 찾는 나무는 있지 않았다. 그저 열매 맺기 좋게 가꾸어 놓은 나무들이었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나무는 성목이 아니라 전체를 다 볼 수 있는 어린나무로 건강한 꽃이 피어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스케치북을 꺼내 들었다. 내가 차를 세울 때부터 컹! 컹! 컹! 짖던 개가 소리를 더 크게 하여 짖고 있었다. 나무와 짚 누리에 가려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개 짖는 소리에 나와 봤을 것이다. 긴 작대기 같은 것을 허리에 받친 사내가 나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림 그리세요?’ 사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예, 읍내에서 왔어요.’ 가까운 곳에서 왔으니 의심을 접으라는 뜻이었다. ‘근데 저 개는 나보고 짖는 건가요?’ 나는 목소리에 날을 세우고 따지듯 물었다. 개소리는 점점 더 다급해지고 있었다. ‘아니요. 신경 쓰지 마세요.’ 사내가 대답했다. 나는 사내의 얼굴을 흘끗 쳐다보았다. 의심 없는 편안한 얼굴이었다. 내 마음도 편안해지고 있었다.
전만성 <미술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