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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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리에서〉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1.06.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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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16〉

홍성 읍내에서 송월리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올라가면 신성 2길이 나온다. 처음 가보는 길이어서 지명이 궁금했는데 곧바로 표지판이 알려 주었다. 도로는 한적하고 들은 푸른데 군데군데 아담한 현대식 가옥들이 자리 잡고 있어 한 폭의 전원 그림 같이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였다.  
마을 한가운데 서 있는 작은 배나무, 꽃이 소복이 펴있는 나무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방금 전에 배 과수원에 들렀었는데 많은 나무가 있어도 내가 찾는 나무는 있지 않았다. 그저 열매 맺기 좋게 가꾸어 놓은 나무들이었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나무는 성목이 아니라 전체를 다 볼 수 있는 어린나무로 건강한 꽃이 피어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스케치북을 꺼내 들었다. 내가 차를 세울 때부터 컹! 컹! 컹! 짖던 개가 소리를 더 크게 하여 짖고 있었다. 나무와 짚 누리에 가려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개 짖는 소리에 나와 봤을 것이다. 긴 작대기 같은 것을 허리에 받친 사내가 나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림 그리세요?’ 사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예, 읍내에서 왔어요.’ 가까운 곳에서 왔으니 의심을 접으라는 뜻이었다. ‘근데 저 개는 나보고 짖는 건가요?’ 나는 목소리에 날을 세우고 따지듯 물었다. 개소리는 점점 더 다급해지고 있었다. ‘아니요. 신경 쓰지 마세요.’ 사내가 대답했다. 나는 사내의 얼굴을 흘끗 쳐다보았다. 의심 없는 편안한 얼굴이었다. 내 마음도 편안해지고 있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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